
[마이데일리 = 한소희 기자] 밴드 양반들의 보컬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전범선이 자신이 친일파 후손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던 순간을 떠올렸다.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최욱의 매불쇼'에는 '광복절 특집으로 친일파 후손 잡아왔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날 전범선은 자신의 외가 5대조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알려진 소설가 이인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과정과 당시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전범선은 앞서 지인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처음으로 가족사를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책에는 쓰지 않았던 이야기인데 가까운 분의 유튜브에 나가서 말했다. 이렇게까지 기사가 될 줄은 몰랐다"며 예상보다 큰 관심을 받은 데 대한 소감을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전범선은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역사학 석사 과정을 밟았으며,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에도 합격했다.
유학 생활 중 전범선은 한국 근대화와 항일운동에 힘쓴 호머 헐버트 박사의 삶을 접하면서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귀국한 뒤에는 헐버트 관련 재단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관련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어머니에게 뜻밖의 가족사를 듣게 됐다. 전범선은 "당시 청년 모임 회장을 맡으면서 기사도 나고 그랬는데 어머니가 오셔서 '네 출신 성분을 알고 해라'라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머니로부터 자신의 집안이 친일파의 후손이며, 조상이 이인직이라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이인직은 한국 최초의 신소설로 꼽히는 '혈의 누'의 작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전범선 역시 교과서를 통해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친일 행적까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인직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친일파라는 사실은 몰랐다"며 "어머니가 '그냥 친일파가 아니라 대단한 친일파였다'고 하셨다. 이완용의 통역을 했던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인직은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으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전범선에게는 외가 쪽 5대조에 해당한다.
가족사를 처음 접했을 당시 받은 충격도 상당했다고 밝혔다. 특히 어머니가 오랫동안 해당 사실을 누구에게도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다는 점이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전범선은 "어머니가 평생 이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셨다. 부끄러움을 안고 살아오셨던 것"이라며 "저에게도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부끄러움도 있었고 어머니에 대한 복잡한 마음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전범선의 가족이 이인직의 친일 행적으로 경제적 혜택을 누린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인직이 기존 가족을 떠나 일본인 여성과 새롭게 가정을 꾸렸기 때문이다.
전범선은 "이인직이 일본 여성과 새장가를 갔다. 사실상 가족도 버린 것"이라며 자신의 외가가 이인직의 본처 쪽 후손이라고 설명했다.
가문의 역사를 알게 된 뒤에는 오히려 이인직이라는 인물을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그가 어떤 이유로 가족과 나라를 등지고 친일의 길을 걷게 됐는지 이해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전범선은 이 과정이 자신의 역사 연구와 집필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친일파 후손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충격과 트라우마를 외면하기보다 직접 역사를 공부하며 마주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후 역사서를 집필하는 등 작가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음악 활동 역시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전범선은 2014년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을 결성해 홍대 인디신을 중심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6년에는 녹두장군 전봉준에게서 영감을 얻은 앨범 '혁명가'를 발표했으며, 수록곡 '아래로부터의 혁명'으로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현재는 밴드명을 '양반들'로 바꿔 활동하고 있다.
한편 최근 연예계에서는 배우 하영의 증조부를 둘러싼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지면서 유명인의 가족사와 역사적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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