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 논란'…사과 뒤에 찾아온 사회적 매장, '연좌제식 나락'은 정의인가 [MD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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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영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증조부인 조선 1호 양의(洋醫) 안상호를 소개하며 ‘4대 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문의 내력을 자랑한 것이 거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하영 소셜미디어

[마이데일리 = 서기찬 기자] 배우 하영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증조부인 조선 1호 양의(洋醫) 안상호를 소개하며 ‘4대 째 의사 집안’이라는 가문의 내력을 자랑한 것이 거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초 “친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던 소속사가 하루 만에 기록을 확인하고 입장을 번복, “성급했던 해명과 미숙한 검증에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음에도 대중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급기야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의 홍보 일정과 라운드 인터뷰가 취소되는 등, 여론의 비난은 배우 한 사람의 입지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한쪽에서는 식민지 잔재 청산이라는 민족적 명분을 내세운다. 역사의 아픔이 서린 한국 사회에서 역사적 인물의 공과를 왜곡하거나, 친일 행적이 드러난 조상을 방송에서 ‘명문가’의 자랑거리로 포장한 행위는 대중에게 커다란 상처와 배신감을 안겨주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영향력이 큰 연예인으로서 최소한의 역사적 검증도 없이 조상을 찬양한 무지함은 비판받아 마땅하며, 과오에 따른 연예계 내 상업적 불이익과 엄중한 도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영이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의 홍보 일정과 라운드 인터뷰가 취소되는 등, 여론의 비난은 배우 한 사람의 입지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넷플릭스, 하영 소셜미디어

반면,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일부 시각에서는 이 같은 집단적 매장 폭력을 ‘구조적 한계에 대한 무지’이자 ‘순결 강박’으로 규정한다.

박 교수는 “식민지 치하에서 의료·교육·행정 등 리더 위치에 있던 기득권층은 구조적으로 일제 체제와 접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개인이 근대화의 파이어니어로서 쌓은 업적까지 모두 친일로 단죄하는 것은 당시의 시대상을 단순화한 과도한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현대에 태어난 후손에게 증조부대의 행적을 이유로 엄혹한 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현대법이 금지한 연좌제의 변형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 논란은 ‘역사적 정의의 엄정함’과 ‘사과 이후 통용되어야 할 절제된 비판’ 사이의 균형점에 질문을 던진다.

역사를 올바르게 직시하고 역사적 상처를 경계하는 것은 공동체의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저지르지 않은 조상의 과오를 성찰하고 사과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인간의 직업적 생명과 인격을 완전히 박탈하는 집단적 ‘나락 문화’가 온당한 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돌아봄이 필요하다.

비난과 분노의 소비를 넘어 선을 지키는 비판과 성숙한 역사적 반성이 함께할 때 비로소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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