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법인보험대리점(GA)의 설계사 영입 경쟁에 제동이 걸리면서 생명보험업계의 판매채널 경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전속설계사 중심 영업을 고수하며 과도한 수수료 경쟁을 비판해온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의 전략이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 판매수수료 규제는 계약 초기에 집중됐던 설계사 보상체계를 장기 계약 유지와 고객관리 중심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GA에도 ‘1200%룰’이 적용된 데 이어 판매수수료를 장기간 나눠 지급하는 분급제도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높은 초기 수수료와 정착지원금을 앞세웠던 GA의 설계사 영입 경쟁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계약 초기에 지급할 수 있는 보상이 제한되고 수수료 지급 기간이 길어질수록 단기간에 설계사를 끌어오는 것보다 장기 정착과 계약 유지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GA 중심으로 재편돼온 생명보험업계 판매채널에도 변수다.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 등이 제판분리를 통해 영업조직을 자회사형 GA로 옮긴 것과 달리 교보생명은 전속설계사 중심의 판매채널을 유지해왔다. 올해 5월 기준 교보생명의 전속설계사는 1만6509명으로 삼성생명에 이어 생보업계 두 번째로 많다.
신 의장은 그동안 높은 수수료를 앞세운 설계사 영입 경쟁에 여러 차례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올해 초에는 “일부 회사나 보험대리점(GA)들이 무분별한 보험 설계사 확보 경쟁을 벌이며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하고 있다”며 “고객 보장의 가치를 잘 실천할 수 있는 우수 재무설계사(FP)를 확대해 전속 대면 채널의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판매수수료 분급기간 확대가 단기 실적 중심의 영업 관행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 의장은 지난 7일 교보생명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판매수수료 분급기간 확대는 단기실적 위주의 폐해를 바로잡고 ‘머니게임’으로 전락한 생명보험 산업을 다시 ‘이웃사랑 이야기’로 되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보생명이 전속채널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계약 유지와 고객관리가 있다. 보험 가입 이후에도 전속설계사가 고객을 장기간 관리하는 구조가 계약 유지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계약 유지와 설계사 정착 등 질적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교보생명의 지난해 13회차 계약유지율은 90.2%로 전년보다 2.0%포인트 상승했다. 25회차 계약유지율은 74.9%로 같은 기간 10.2%포인트 올랐고 설계사 정착률도 49.4%로 2.1%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판매수수료 규제 강화가 곧바로 전속채널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한자리에서 비교해 판매할 수 있는 GA의 강점이 여전한 데다 판매 실적에서도 GA의 영향력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 대리점 채널의 신계약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3.4% 감소했지만 월납환산초회보험료(신계약 매출)는 오히려 6.3%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설계사 채널의 신계약 건수는 15.1% 줄었고 월납환산초회보험료는 3.5% 증가했다.
분급제 도입이 GA에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교보생명 전속 역시 계약 초기에 수수료를 많이 받는 구조였던 만큼 지급 기간이 길어지면 신규 설계사 모집과 초기 정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업에서도 제도 변화에 대해 긴장하는 분위기는 있다”며 “수수료를 장기간 나눠 받게 되면 특히 초기 설계사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어 설계사 이탈이나 정착 부분을 더욱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이번 제도 개편이 전속채널의 강점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생명보험은 가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보장이 필요한 순간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번 제도 변화는 교보생명이 그동안 이어온 전속설계사 중심의 영업 방식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결국 관건은 수수료 경쟁이 제한된 환경에서 교보생명의 전속 전략이 실질적인 영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GA가 상품 비교·판매라는 강점을 앞세워 시장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높은 계약유지율과 설계사 정착률을 신계약 확대와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전속 전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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