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드디어 다시 열었네.”
7일 오전 9시 50분 서울 강동구 천호동 홈플러스 강동점. 한 달 가까이 닫혀 있던 매장 셔터 앞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오전 10시 정각, 셔터가 올라갔다. 오픈 전부터 출구 앞을 서성이던 고객들은 문이 열리자 기다렸다는듯 발빠르게 안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출입구에는 ‘정상 영업 재개’라고 쓰인 안내문이 붙었고, 손님들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고생 많았습니다.” 손님과 직원이 마주치는 곳곳에서 연신 이 말이 터져나왔다. 오픈런처럼 붐빌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부터 홈플러스는 전국 67개 매장의 가오픈(임시 개장)에 들어갔다. 13일 정식 영업을 앞두고 상품 진열과 시설 점검을 병행하는 준비 단계다.

임시휴업 전엔 매일같이 홈플러스를 찾았다는 최인섭(82세) 씨는 “홈플러스가 어떻게 바뀔지 기대돼서 일부러 일찍 나왔다”며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도 있지만, 동네 홈플러스가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객 대부분은 들어서자마자 신선식품 코너로 향했다. 채소와 과일, 생선과 고기 매대는 비교적 채워져 있었다.
60대 여성 고객은 갈비를 사러 왔다가 매대에 갈비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돼지고기를 집어 들었다. 그는 “여기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장을 봤는데 문을 닫는 동안 정말 불편했다”며 “다시 열어서 반갑지만 아직 상품이 많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했다.


◇ “예전과 다를 바 없어”…트레이더조식 전환은 아직
기대를 안고 찾은 고객들이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변화보다 공백’이었다.
매대 곳곳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유제품과 주류, 일부 생활용품 코너는 진열대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고, 유명 제조사(NB) 상품보다 자체 브랜드(PB) ‘홈플러스시그니처’와 ‘심플러스’ 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홈플러스가 밝힌 ‘트레이더조식 압축 매장’과도 아직 거리가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현재는 이전 매장과 큰 차이가 없고 이제 막 전환을 위한 준비 단계”라고 귀띔했다.
그는 “다음 주 정식 영업을 목표로 상품을 계속 입고하고 있다”며 “온라인 배송도 정식 개장에 맞춰 재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이번 재개장에 앞서 복층 대형마트 구조를 약 1000평 규모의 단층 매장으로 줄이고 식품·PB·생필품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유통업체 트레이더조처럼 PB 상품 비중을 높이고 운영 효율을 끌어올려 회생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지하 1층은 불이 꺼진 채 적막했다. 가전과 잡화를 판매하던 공간은 운영을 중단한 상태였고, 매장 운영은 지하 2층 식품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계산대도 유인 계산대는 8개 중 1개만 제한적으로 운영됐다. 고개들은 자연스럽게 무인 계산대 7대를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1층 임대매장 관계자는 “오늘은 가오픈이라 평소보다는 활기찬 분위기”라며 “다음 주에 홈플러스 내 물건이 더 빽빽하게 채워져야 진짜 정상화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재개장은 시작일 뿐”…협력사 신뢰 회복이 관건
홈플러스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회생절차 기한은 9월 4일이다. 그 안에 투자자 유치와 매각 작업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다.
이날을 시작으로 12일까지 운영 점검과 보완 작업을 진행한 뒤 13일부터 할인 행사와 정식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강동점을 비롯해 영등포점, 강서점, 월드컵점, 신도림점, 야탑점, 서수원점, 인천청라점, 인하점, 북수원점, 평촌점 등 67개 점포가 순차적으로 정상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배송도 20개 점포에서 먼저 재개한 뒤 최대 59개 점포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홈플러스가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던 것은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DIP)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업 재개가 곧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상당수 제조사가 미납금 문제 등으로 납품을 즉시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일부 품목은 아직 정상적인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신선식품 공급망 복원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신선식품의 절반 이상을 담당해 온 농협의 납품 정상화 여부가 전체 영업 정상화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 운영도 예전과 달라졌다. 핵심 점포는 기존 인력의 일부만 현장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유급휴직 형태로 운영하는 순환 체제를 가동 중이다.
한 달 만에 다시 켜진 홈플러스의 불빛. 셔터는 올라갔지만, 고객의 신뢰와 상품 경쟁력까지 되찾는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개장 자체는 상징적인 조치일 뿐”이라며 “앞으로 한두 달 동안 매출이 얼마나 회복되는지, 협력사가 얼마나 빠르게 복귀하는지가 홈플러스 회생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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