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기업과 소속 노동자들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진흥법 개정안’ 추진에 대해 한 목소리로 규탄하고 나섰다. 특히 전국카지노노동조합협의회가 나서서 ‘카지노 제도개편 재검토 촉구’를 호소하고 있어 이번 문체부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단순히 기업만의 문제가 아닌 노동자들의 생존과도 직결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카지노 업계와 노조는 문체부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대해 강한 비판과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문체부가 추진 중인 관광진흥법 개정안에는 △관광진흥개발기금(관광기금) 부담률 인상 △카지노 면허 갱신제 도입 등이 담겼다.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현재 카지노 업계에 부과되는 관광기금은 ‘카지노업장의 연 매출 규모’별로 관광기금 부과율을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카지노 업장의 매출에 따라 △10억원 이하 업장은 매출의 1% △10억원 초과∼100억원 이하 업장은 1,000만원+매출 10억원 초과 금액의 5% △100억원 초과 업장은 4억6,000만원+매출 100억원 초과 금액의 10%가 부과된다.
또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할 수 있는 권리인 카지노면허는 현재 사업자에게 영구적으로 부여돼 있다.
문체부와 이번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한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여수시을)은 카지노 업계의 관광기금 부담률 상한을 현행 연 매출 10%에서 15%로 높이는 고매출 구간을 신설하고, 영구적으로 부여되는 카지노 면허는 5년마다 갱신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카지노면허 양도·양수 시 사업자에 대한 사전 심사 제도도 포함한다.
조계원 의원과 문체부가 카지노 업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이유로 제시하는 건 현행 카지노업계 관광기금 및 영구적 면허 부여 기준이 약 30여년 전에 만들어진 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조계원 의원은 정부가 걷는 관광기금이 현재 ‘적자 수준’이라고 얘기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관광기금 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 중인 복수의 카지노·복합리조트 기업을 비롯해 해당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개정안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업계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투자 위축과 노동자 고용 및 처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게 카지노 업계 노사의 주장이다.
파라다이스노조와 파라다이스 부산·제주·세가사미인천카지노노조, GKL(그랜드코리아레저) 노조로 구성된 전국카지노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5일 조계원 의원실에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전국카지노노조협의회는 관광기금 부담률 인상이 기업의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의 고용과 처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광기금은 영업이익이 아니라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따라서 회사가 영업손실(적자)을 내더라도 매출을 기준으로 납부해야 한다. 다른 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해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카지노업장의 매출이 늘면 관광기금 납부액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다.
실제 인스파이어 카지노는 2024년과 2025년 각각 1,391억원, 4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인스파이어는 연간 카지노 매출을 기준으로 각각 2024년 168억원, 2025년 281억원의 관광기금을 납부했다. 이처럼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관광기금 부담이 커지면 카지노 기업은 인건비와 복리후생비를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설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라다이스카지노 노조위원장은 “정부는 업계와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들었지만 노동자와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라며 “노동자의 임금과 복리후생, 고용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자의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카지노 영업장에 국한돼 있지 않다. 복합리조트 내 카지노 딜러뿐만 아니라 호텔·마이스(MICE)·공연장, 나아가 입점업체 및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카지노 정책 간담회에서 황주호 파라다이스시티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기금 부담이 늘어나면 기업은 비용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인건비 축소와 신규 채용 감소, 임금과 복지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관광산업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있어야 유지되는 만큼 종사자가 희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업계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이 자본시장에서 이미 충격을 주고 있다며 현실을 반영해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은 기금 인상 정책 추진이 알려지자 7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한 기관으로부터 350억원의 조기상환을 청구 받았다.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435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국민연금도 10% 이상 보유했던 롯데관광개발 지분을 2% 이상 매도하며 축소했다. 기금 인상 방침이 알려진 후 롯데관광개발 주가가 14%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정책 추진이 기업의 자금 조달 능력을 흔드는 모습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장성 롯데관광개발 재무담당 이사는 “700억원 규모의 CB에 투자했던 기관투자자가 조기상환을 청구해 당장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금융기관들도 자금 재조달(리파이낸싱)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문의하고 있다”며 “관광기금 인상은 단순히 납부액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신규 투자와 자금 조달을 동시에 막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도 약 1조9,000억원을 투자해 호텔·카지노·공연장·컨벤션센터·쇼핑·식음시설 등을 갖춘 복합리조트를 개장했지만 적자 상황 속에서 기금 인상 논의가 나오자 후속 투자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스파이어는 카지노 수익을 바탕으로 2031년까지 비카지노 시설과 관광 콘텐츠 등에 약 1조3,000억원을 추가 투자해야 하지만, 기금 부담이 늘어나고 사업 지속 여부를 심사받게 된다면 해외 투자자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티븐 울스텐홈 인스파이어 카지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복합리조트에 투자가 이어져야 일자리와 세수가 늘고 다시 관광산업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해외 투자가 더 활성화되려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정부가 일관적인 정책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연 인스파이어 전략담당 이사는 “인스파이어는 단순한 카지노가 아니라 관광과 문화산업에 함께 투자하는 사업”이라며 “공연만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데 기금 부담이 높아지면 공연장과 문화 콘텐츠, 관광 인프라에 대한 민간 투자 여력까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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