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 베팅’ 김동관 승부수…한화솔루션, ‘태양광·석화’ 체질개선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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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국 해사청(MARAD) 발주 국가안보 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4년 만에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후계자 입지를 공고히 한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승진 직후 첫 시험대에서 사재 투입을 통한 책임경영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대규모 유상증자 과정에서 불거진 주주 반발과 오버행 우려를 사재 투입으로 진화하고, 주력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의 재무 안정화와 사업 체질 개선에 직접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30일 1조1713억원 규모(5300만주)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 납입을 최종 완료했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오는 11일이다.

이번 유증 완주의 분수령은 지난 1일 자로 수석부회장에 오른 김동관 부회장의 유증 참여였다. 김 수석부회장은 주당 2만2100원에 보통주 2만3153주를 취득하며 약 5억1000만원 규모의 사재를 투입했다. 유증으로 발행주식 수가 증가하면서 지분율(0.05%)은 변동이 없었지만, 수석부회장 승진 이후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를 경영진도 함께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한화솔루션은 보유 중인 자기 우선주 3만733주를 전량 소각했다. 상장 이후 유통 물량 증가에 따른 잠재적 오버행 부담을 완화하고 주주환원 의지를 시장에 재확인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유상증자 완주로 한화솔루션은 자회사 차입 부담과 금융비용을 크게 줄이며 단기 재무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 해외 자회사인 한화큐셀 USA 등에 대한 채무보증 잔액이 9조2689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 대금 유입으로 북미 태양광 사업 투자에 따른 차입 부담을 낮추고 재무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실적 개선까지 더해지면서 재무구조 안정화에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5826억원, 영업이익 3065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0%, 200.3% 증가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영업이익 166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석유화학 업황 부진 속에서도 케미칼 부문이 매출 1조4650억원, 영업이익 871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중동 분쟁에 따른 범용제품 판가 상승과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이 실적 개선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조지아주 한화큐셀 카터스빌 공장 전경. /한화큐셀

재무적 숨통을 튼 김 수석부회장의 시선은 태양광·석유화학 부문의 체질 개선으로 향하고 있다.

우선 석유화학 부문은 대형 사업재편을 통해 체질을 바꾼다. 지난달 22일 산업통상부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제출한 ‘여수 1호 석유화학 사업재편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여천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장 일원화와 에틸렌 생산량 139만톤(t) 감축을 골자로 한 이번 사업재편에 따라, 한화솔루션은 여수 폴리에틸렌(PE) 공장을 현물출자하고 2725억원의 유증 자금을 투입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친환경·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의 고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공장 가동이 핵심 카드가 될 전망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6월 카터스빌 셀 공장까지 상업 생산을 시작하며 미국 내 태양광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회사는 3분기 모듈 출하량을 2.5GW 수준으로 늘리고, 3분기 약 2300억원, 4분기 약 3100억원에 달하는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변수는 석유화학 업계를 향한 검찰의 강제수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전날 오전 한화솔루션을 비롯해 LG화학, 애경케미칼, OCI, 롯데정밀화학, 피케이씨(PKC), 유니드 등 석유화학업체 7곳의 사무실과 사건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들 업체는 중동전쟁으로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진 틈을 타 폴리염화비닐(PVC)과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8개 석유화학제품 품목의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 협의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를 받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5월 관련 현장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같은 논리로 진행된 정유업계 수사에서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를 압수수색한 뒤 지난달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법인을 가격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추산한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번 석유화학업계 수사가 유사한 전개로 이어질 경우 과징금이나 기소 등 실질적 재무·경영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있어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화솔루션 입장에서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수석부회장의 유증 참여는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것”이라며 “북미 카터스빌 공장 완공 효과가 맞물리는 하반기 실적이 수석부회장으로서 리더십을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직은 지난 2024년 4월 금춘수 전 수석부회장이 물러난 이후 2년간 공석이었다. 이번 인사로 김 수석부회장은 부회장 승진 4년 만에 그룹 2인자 자리에 올랐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부회장으로, 김동선 한화비전 부사장이 사장으로 각각 승진하는 등 3형제가 동반 승진한 인사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김승연 회장의 ㈜한화 지분 증여와 두 동생의 한화에너지 지분 정리를 거치면서 김 수석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한층 강화됐다. 김 수석부회장의 ㈜한화 직접 지분은 10.38%지만, 5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한화 지분 23.55%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지분가치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실질 지분율은 약 22.1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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