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티웨이항공(091810)이 '트리니티항공'으로 간판을 바꾸고 저비용 항공사(Low-Cost Carrier, LCC)와 대형 항공사(Full Service Carrier, FSC)의 경계를 겨냥한 새 사업모델을 내놨다. 단거리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장거리에서는 공항과 기내 서비스를 강화하는 'SSC(Selective Service Carrier, 선택적 서비스 항공사)'다.
노선 특성과 여행 목적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골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FSC처럼 여러 서비스를 운임에 일괄 포함하거나 LCC처럼 부가서비스를 개별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비행시간과 고객 수요에 따라 서비스 투입 수준을 달리한다.
사업모델의 이름은 새롭지만 방향 자체가 갑작스럽지는 않다. 트리니티항공은 보잉 737 계열 중심의 단거리 운항 구조에서 벗어나 에어버스 A330과 보잉 777을 활용해 유럽·미주·대양주까지 노선망을 넓혀왔다. 장거리 운항 확대와 소노인터내셔널그룹 편입으로 사업 영역이 넓어진 상황에서 기존 LCC와 다른 정체성을 꺼내 든 셈이다.
현재 국제선 58개와 국내선 5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국제선은 일본 18개, 동남아시아 30개, 러시아·중앙아시아 3개, 유럽 5개, 대양주와 미주 각 1개로 구성됐다. 연내 자카르타와 싱가포르 등 중거리 노선도 추가할 계획이다.

2026년 7월 기준 운영 항공기는 총 48대다. B737-800 27대와 B737-8 8대 등 단거리용 항공기 35대에 A330-300 5대, A330-200 6대, B777-300ER 2대를 더했다. 향후 A330-900neo 도입도 예정돼 있다.
장거리 노선을 LCC 수준의 서비스로 운항하면 가격 외에 고객을 붙잡을 수단이 제한된다. 모든 노선에 FSC 수준의 서비스를 적용할 경우에는 비용 증가로 운임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 노선별로 서비스 강도를 달리하는 SSC는 이 두 부담 사이에서 찾은 해법이다.
◆장거리 서비스 강화…노선별 이원화
서비스 개편의 중심은 장거리다. 트리니티항공은 올해 2월 인천국제공항에 프리미엄 체크인 전용 카운터를 열었으며 별도 공항 라운지 운영도 검토하고 있다. 기내 엔터테인먼트와 기내 인터넷, 기내식 등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기내식 제공 노선은 기존 장거리에서 자카르타와 싱가포르 등 중거리까지 넓힌다. 장거리에서는 편도 2회, 중거리에서는 1회 제공한다. 비즈니스 클래스에는 기존 메인 메뉴에 샐러드·과일·빵과 와인·맥주를 더하고, 이코노미 클래스에는 샐러드와 음료를 강화한 셀렉트밀을 도입할 예정이다.

단거리에서는 운임 경쟁력과 운항 효율을 유지한다. 탑승시간이 짧은 노선까지 서비스 비용을 일괄 확대하지 않고, 장시간 기내 체류로 편의성 수요가 커지는 중·장거리에 투입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다만 체크인 카운터와 기내식, 라운지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항공사 유형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장거리 이용객이 기대하는 정시성, 결항 시 대체편, 수하물 연결과 고객 대응까지 개선돼야 SSC라는 이름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소노 인프라 결합…항공 밖 수익 노린다
이번 전환에서 주목할 부분은 소노인터내셔널그룹과의 결합이다. 트리니티항공은 그룹이 보유한 호텔·리조트·레저시설을 항공 마일리지와 연결하는 통합 로열티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항공권 구매에 그쳤던 고객 접점을 숙박과 여행 서비스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항공사는 운임 외 수익원을 확보하고, 소노그룹은 항공 이용객을 자체 숙박·레저시설로 유입할 수 있다. 그룹 인프라와 항공 노선이 맞물리면 항공권·숙박·레저를 묶은 상품 구성도 가능하다.

이는 전통적인 FSC의 환승 허브와 글로벌 동맹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소노그룹의 관광사업을 활용해 별도의 고객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항공 이동과 목적지 체류를 연결해 레저 수요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ITA항공과 에어프레미아 등과의 인터라인 협력은 자체 노선망의 빈틈을 보완한다. 인천~로마 노선을 기반으로 유럽 14개 도시를 연결하고 다른 항공사와의 협력을 확대하면 항공기와 운수권 확보 부담을 낮추면서 장거리 연결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스케줄과 수하물 처리, 지연 시 고객 보호까지 매끄럽게 이어져야 실제 환승 편의로 연결된다.
◆다양한 기단은 경쟁력인 동시에 비용 부담
SSC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서비스 차별화와 함께 비용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트리니티항공은 B737 계열과 A330-200·300, B777-300ER 등 제조사와 기종이 다른 항공기를 함께 운용하고 있다. 노선에 맞춰 항공기를 투입할 수 있지만 정비와 부품, 조종사·승무원 훈련 체계는 복잡해진다.
인천국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에 추진하는 자체 정비시설도 이런 부담을 낮추기 위한 투자다. 시설이 완공되면 대형기 2대를 동시에 정비하고 연간 70대 규모를 처리할 수 있다. 트리니티항공은 중정비와 반납정비를 자체 수행해 연간 약 129억원의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물 사업도 장거리 항공기의 수익성을 보완한다. A330 도입 이후 벨리카고 운송을 확대한 결과 연간 화물 운송량은 2024년 약 1만7000톤에서 2025년 약 3만4000톤으로 증가했다. 향후 A330-900neo를 투입해 연료비와 탄소배출을 줄이고 화물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여객 운임만으로 장거리 노선의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만큼 하부 화물칸과 물류 인프라, 그룹 연계 사업을 함께 활용해 서비스 확대에 따른 비용을 보완해야 한다.
◆새 이름보다 중요한 운항 안정성
트리니티항공은 SSC 서비스를 트리니티항공 이름으로 운항을 시작하는 2026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확대한다. 새 유니폼과 항공기 도장, 체크인 카운터 등 고객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도 함께 적용한다.
그러나 리브랜딩의 성패는 외형보다 기존 티웨이항공이 안고 있던 운영 과제를 얼마나 해소하느냐에 달렸다. 장거리 노선과 중·대형기 운영 규모가 커질수록 정비 품질과 운항 안정성, 지연·결항 대응 역량의 중요성도 높아진다. 서비스 수준을 높이면서 운임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은 비용과 품질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SSC가 별도의 항공사 분류로 인정받을 필요는 없다. 고객이 같은 구간에서 FSC보다 낮은 운임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았다고 느끼고, LCC보다 안정적인 장거리 경험을 얻는다면 사업모델은 의미를 갖는다. 반대로 서비스 몇 가지를 덧붙인 뒤 운임만 오르거나 운항 품질이 따라오지 못하면 '선택적 서비스'는 확장형 LCC를 포장하는 이름에 그칠 수 있다.
트리니티항공이 제시한 SSC는 FSC 전환 선언이라기보다 LCC로 출발한 항공사가 장거리와 그룹 관광사업을 품기 위해 꺼낸 현실적인 절충안이다. 48대의 기단과 58개 국제선, 소노그룹의 숙박·레저 인프라는 실험을 뒷받침할 조건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명칭이 아니라, 선택한 서비스의 품질과 선택하지 않은 비용을 동시에 통제하는 운영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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