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했더라도 약효와 안전성, 개발 우선순위, 상업성에 따라 개별 후보물질이 언제든 정리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빅파마의 까다로운 선별을 뚫고 기술수출을 이어가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성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최근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MET-224o’ 개발을 중단했다. MET-224o는 화이자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 바이오기업 멧세라의 파이프라인으로, 디앤디파마텍의 경구용 펩타이드 전달 플랫폼 ‘오랄링크’가 적용된 물질이다.
오랄링크는 주사제로 투여하는 펩타이드 의약품을 먹는 약으로 바꾸는 플랫폼이다. 펩타이드가 위장관에서 분해되는 것을 줄이고 장관 수송체를 이용해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디앤디파마텍은 지난 2023년 멧세라에 경구용 GLP-1·아밀린 계열 후보물질의 세계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넘겼다. 멧세라는 이 플랫폼으로 비만·당뇨병·체중 감량용 경구 펩타이드 치료제를 개발할 권리를 확보했고, 이후 계약 대상과 연구 범위도 넓어졌다. 지난해 화이자가 멧세라를 인수하면서 관련 개발 권리는 화이자 파이프라인으로 넘어갔다.
회사는 홈페이지에 올린 설명문에서 “이번 중단이 오랄링크의 기술 문제라기보다 화이자가 기존 허가 제품과 차별화된 후보물질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화이자가 펩타이드 기반 경구용 GLP-1 제품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고, 디앤디파마텍이 이전한 다른 경구 후보물질과 공동연구 계약도 남아 있는 만큼 오랄링크 플랫폼이나 양사 파트너십이 흔들린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들은 글로벌 제약사와 잇달아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 5일 비공개 글로벌 제약사와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ALT-B4’ 기반 바이오의약품 피하주사 제형의 개발·상업화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선급금과 개발·허가·상업화 마일스톤을 더한 계약 규모는 최대 3억6500만달러(약 5219억원)로, 상업화 이후에는 순매출에 연동한 판매 로열티를 별도로 받는다.
ALT-B4는 정맥주사(IV)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의 핵심 물질이다. 알테오젠은 올해 1월 GSK 자회사 테사로(최대 2억8500만달러), 3월 바이오젠(최대 5억7900만달러)에 이어 이번 계약까지 기술수출을 이어갔다. ALT-B4를 적용한 MSD의 피하주사형 키트루다가 미국에서 판매되며 상업화 사례도 확보했다.
에이비엘바이오도 뇌혈관장벽 통과 플랫폼 ‘그랩바디-B’를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을 넓히고 있다. 그랩바디-B는 뇌혈관장벽을 통과하기 어려운 항체·핵산치료제 등을 뇌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회사는 지난해 GSK와 최대 21억4010만파운드(약 4조1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고, 일라이 릴리와도 계약금 4000만달러(약 580억원)에 마일스톤 최대 25억6200만달러(약 3조75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릴리로부터 계약금과 1500만달러(약 22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금을 수령했다. 현재 GSK·릴리와 각 계약에 따른 기술이전과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은 플랫폼의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성과”라며 “개발 과정에서 개별 후보물질이 중단될 수 있는 만큼, 여러 파이프라인에서 후속 임상과 상업화 성과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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