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특별한’ 결혼식①] 장애인의 결혼식을 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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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장애인 결혼은 구체적인 현황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 그래픽=생성형AI로 제작
우리 사회의 장애인 결혼은 구체적인 현황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 그래픽=생성형AI로 제작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장애인의 결혼식을 본 적 있나요?”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을 것이다. 유명 장애인 인플루언서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할 수는 있지만 장애인 결혼식에 직접 참석하는 경험은 대체로 드물다. 가족이나 지인 등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는 게 제법 흔한 일인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결혼은 애초에 극히 드문 일이다. 

한 해 장애인 혼인건수는 얼마나 될까. 우리의 현주소는 현황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의 결혼상태 조사는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장애인 결혼 현황을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 후천적 요인으로 장애를 얻은 장애인이 절대 다수인 가운데 장애 발생 시기가 저마다 다르고, 기혼 상태에서 장애를 얻게 되는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23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중 미혼자는 17%로 파악된다. 국무조정실에서 실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30~34세 청년 중 미혼자 비율은 57.7%였다. 대상 연령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장애인의 미혼율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25년 기준 장애인구는 전체 인구 대비 5% 수준인 262만여명인데 이 중 57%가 만 65세 이상 고령자다. 만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장애원인도 선천적 또는 출산 시 원인은 5.5%에 불과한 반면, 88%는 질환이나 사고 등 후천적 원인이었다. 전체 장애인 중 44.2%를 차지하는 지체장애인의 경우 62.7%가 만 40세 이후 장애가 발생했다.

실제 ‘2023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결혼 당시 장애를 갖고 있었는지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19.8%에 그쳤다. 전체 기혼 장애인의 80%는 결혼 이후에 장애를 얻은 셈이다. 

즉, 우니라나의 장애인구는 전체 인구의 5% 수준이지만 결혼적령기 장애인구는 그보다 훨씬 적다. 지난해 기준 30대 장애인구는 10만여 명 수준이고, 20~30대를 합쳐도 2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장애인은 후천적 요인으로 중장년기 이후 장애를 얻는 경우가 상당수다. 때문에 결혼적령기라 할 수 있는 나이대의 장애인이 전체 장애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편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결혼이 드문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장애인은 후천적 요인으로 중장년기 이후 장애를 얻는 경우가 상당수다. 때문에 결혼적령기라 할 수 있는 나이대의 장애인이 전체 장애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편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결혼이 드문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그런데 장애인 결혼이 드문 이유가 단순히 이러한 인구 구조적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부부가 돼 한 가정을 이루는 결혼은 한 사람의 삶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한 사람이 태어나 성장한 뒤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후대를 이어가는 삶의 핵심 과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결혼은 사회를 이루는 최소 단위인 가정의 탄생을 의미한다. 과거 조상들이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말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결혼이 지니는 의미와 중요성은 장애인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비장애인에 비해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장애인에게 있어 결혼은 사회활동과 경제활동, 자기결정권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수준의 자립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일자리나 경제적·주거적 안정 없이 결혼은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장애인은 대체로 비교적 어렵고 소외된 여건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최근 우리 사회에선 비장애인 청년들 사이에서도 취업문제, 주거문제, 경제문제 등 어려 어려운 여건으로 인해 결혼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결혼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장애인이 처한 여러 현실적 여건 역시 결혼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 그래픽=생성형AI로 제작
장애인이 처한 여러 현실적 여건 역시 결혼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 그래픽=생성형AI로 제작

한국장애인개발원의 ‘2024년 장애인 빈곤 및 소득불평등 지표’에 따르면, 2022년 장애인구 빈곤율은 시장소득 기준 50.5%, 처분가능소득 기준 35.7%로 나타났다. 전체인구의 경우 각각 20.7%, 14.9%로 장애인구의 빈곤율이 두 배 이상 높다. 또한 2024년 기준 장애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5.9%로 전체인구의 64.7%에 비해 현격히 낮다. 특히 결혼적령기라 할 수 있는 30대의 고용률은 전체인구가 80.5%에 달하는 반면 장애인구는 53.5%에 그쳤다.

뿐만 아니다. 사회적 소외와 싸늘한 편견, 복지제도의 맹점 등도 장애인 결혼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장애 유형이나 정도, 개인적 성향에 따른 차이도 존재하지만, ‘시사위크’가 이번 기획을 진행하며 심층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장애인들은 “애초에 연애의 기회를 얻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소외되고 위축돼 있다 보니 연애 상대나 경험을 갖기 어렵다는 얘기다. 연애를 하더라도 가족의 반대 등 여러 이유로 결혼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도 공통적으로 답했다. 

이들은 또한 ‘장애인이 왜 결혼을 하려고 해?’ ‘장애인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도 장애인이 되는 거 아니야?’ 같은 잘못된 편견 역시 장애인들을 결혼 앞에서 위축시킨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결혼으로 인해 복지 지원이 줄어들 수 있는 점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장애인들이 결혼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이렇게 많은 어려움을 뚫고 결혼을 결정하면 또 다른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결혼식이다. 애초에 장애인 결혼이 드문 상황에서 장애인 결혼식은 더더욱 적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결혼식을 생략 또는 간소하게 하거나 합동결혼식으로 치르는 경우 등이 적지 않아서다. 그렇게 장애인의 결혼식은 더 깊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일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고, 행복한 날이자 장애인에겐 너무나도 ‘특별한’ 결혼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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