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바다와 맞닿은 충남 태안군 남면의 해송 숲이 붉게 변하고 있다. 푸른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리했던 해안은 잎을 잃은 고사목이 뒤덮이며 '녹색 무덤'으로 변했다.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해안과 마을을 지켜온 해송들이 소나무재선충병 의심 피해로 잇따라 고사하면서 주민과 관광객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몽산1리와 몽산포해수욕장 일대, 항구 주변, 마을 진입도로, 해안 산자락까지 피해가 확산되면서 단순한 산림 피해를 넘어 해안 생태계와 관광 기반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확인한 남면 일대 소나무 숲은 곳곳에서 붉게 말라 있었다. 도로변에는 고사목이 줄지어 서 있었고, 해안으로 가까워질수록 피해 규모는 더욱 심각했다. 일부 나무는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와 줄기만 남았고, 강한 바람에 부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몽산포해수욕장 주변 해안 숲에서는 건강한 소나무보다 고사하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나무를 찾는 일이 더 어려울 정도였다. 주민들은 약 2년 전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났으며 지난해부터 피해가 급격히 확산했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에는 일부 나무의 잎이 변색되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소나무들이 연쇄적으로 말라 죽었다는 것이다.
몽산1리 주민 A 씨는 "예전에는 집 주변에서 진한 솔향이 날 정도로 소나무가 울창했지만 지금은 향기조차 사라졌다"며 "수십 년 된 숲이 짧은 기간에 죽음의 공간으로 변한 것은 생태적 대참사"라고 말했다.

피해 현장을 찾은 관광객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여름휴가를 맞아 몽산포 일대를 찾은 한 관광객은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바다와 소나무 숲을 보여주려고 왔는데 펜션 주변부터 해안 산자락까지 죽은 소나무가 이어져 있었다"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은 태안의 대표 관광 자원인 푸른 해송 숲이 사라질 경우 지역 관광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관광객은 "태안은 바다와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풍경 때문에 찾는 곳인데 이런 모습이 계속되면 관광객들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남아 있는 나무라도 살릴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사목 증가로 주민 안전 문제도 커지고 있다. 말라 죽은 소나무는 수분을 잃어 작은 충격에도 가지가 부러질 수 있고, 강풍이 불 경우 도로나 주택 방향으로 쓰러질 위험이 있다. 주민 B 씨는 "바람이 불면 마른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며 "집이나 도로 쪽으로 나무가 넘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피해는 태안해안국립공원 구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은 국내 유일의 해안형 국립공원으로, 해송은 단순한 경관 자원이 아니라 강풍과 모래 날림을 막는 자연 방재림 역할을 해왔다.
주민들은 국립공원 지정으로 사유지 이용 제한 등 각종 규제를 받아온 만큼, 해송 관리와 방제 역시 체계적으로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씨는 "숲을 보전한다는 이유로 주민 재산권은 제한하면서 정작 지켜야 할 소나무가 죽어가는 상황을 방치했다면 국립공원의 의미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태안군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약 30만 본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남면 일대 현장에서는 광범위한 피해가 확인되고 있어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과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민들은 지상 조사만으로는 전체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드론을 활용한 정밀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한 주민은 "도로에서 보면 일부 나무만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숲 전체가 얼마나 훼손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정확한 피해 규모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벌채된 고사목 처리 문제도 남아 있다. 현장 곳곳에는 잘라낸 소나무가 쌓여 있어 감염목 관리와 확산 방지를 위한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태안 남면의 소나무 집단 고사는 단순한 산림 피해를 넘어 해안 경관과 생태계, 주민 안전, 관광 기반을 동시에 흔드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관계기관은 △남면 전역 드론·지상 정밀조사 △피해 면적과 감염목 규모 공개 △도로·주택 주변 위험 고사목 우선 제거 △벌채목 신속 처리 △잔존 소나무 예방 방제 △해안 방재림 복원 및 수종 갱신 계획 마련 등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추진한 예찰과 방제사업이 실제 효과를 거뒀는지, 초기 대응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십 년 동안 태안의 바닷바람과 모래를 막아온 해송 숲은 이제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주민들은 "숲이 모두 사라진 뒤의 복원은 늦다"며 "남아 있는 해송을 살리고 태안의 해안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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