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국민의힘이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며 ‘롤러코스피’라는 오명을 얻은 국내 증시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식시장 혼란의 원인과 책임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에서다. 특히 지난 5월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증시 변동성 확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하며, 도입 경위와 금융당국의 의사결정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 정점식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 따지고 책임 물어야”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SNS를 통해 “한번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며 코스피·코스닥 대란의 원인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국정조사 대상으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비롯해 정부의 각종 시책과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발언, 금융당국의 시장 대응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이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시장 개선 방안을 마련하자는 뜻을 전했다.
정 원내대표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다. 그는 “왜 이렇게 성급하고, 무리하게 도입한 것인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경제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 주요 책임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따져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을 발목 잡자는 것이 아니라, 국정을 복기하고 점검해서 더 나은 국정운영 방안을 모색하자는 목적”이라며 민주당의 협조를 요구했다.
당내 의원들도 국정조사 필요성에 목소리를 보탰다. 나경원 의원은 SNS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졸속 도입, 선거용 시장 교란으로 국민의 투자금·노후자금을 탕진시키고 부당이득을 챙긴 세력이 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내 ‘경제통’으로 꼽히는 박수영 의원 역시 “대부분 상품이 -60% 수준으로 급락했고 개인 투자자 피해가 56조원에 달하는데, 무엇을 숨기고 누구를 보호하려고 진실을 감추고 국정조사마저 회피하냐”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국정조사를 넘어 특별검사(특검) 도입까지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에서 부적절한 로비나 부정한 청탁에 따른 무리한 정책 결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라는 괴물 때문에 지금 국민의 주식 통장이 깡통이 됐다”며 “엄청난 대국민 피해극에 대해 반드시 특검을 통해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금융 정책을 둘러싼 불만이 비단 국민의힘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은 이날 SNS에 “정부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은 명백한 정책 실패”이자 “관치금융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용범 정책실장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을 책임 규명 대상으로 거론하며 “민정수석실의 감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증시를 둘러싼 정치권의 우려는 실제 시장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사이드카는 43회(매수 20회, 매도 23회), 서킷브레이커는 9차례 발동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당시 연간 사이드카 발동 횟수(26회)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올해 발동된 사이드카 43회 중 25회는 지난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사위크’에 “레버리지 ETF는 시장 유동성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지만 급격한 변동성에서는 상승과 하락을 모두 증폭시키는 특성이 있다”며 “최근 사이드카 발동이 크게 늘어난 것도 레버리지 ETF와 프로그램 매매 확대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변동성의 원인을 모두 레버리지 ETF로 돌릴 수는 없으며, 투자심리, 외국인 수급, 금리, 정부 정책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러한 시장 상황에 대해 엄중한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평에서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엄중하게 상황을 인식하며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국정조사 요구에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실제 국정조사 성사까지는 난항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학계에서는 주식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 정책 방향의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종 교수는 “주식시장 신뢰 회복의 핵심은 예측 가능한 정책과 시장 친화적 제도”라며 “정부는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보다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하며, 레버리지 상품은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면서도 시장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기업 실적과 경제성장에 기반한 건강한 자본시장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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