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호칭 논란에 신중론 꺼낸 이재명 대통령

시사위크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통일부가 5일 부처 업무보고에서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는 방안을 보고했다. 상대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으로 적의를 해소하고 평화 공존의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이재명 대통령은 “고민을 좀 많이 해달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자칫 국내에서 논란만 될 뿐 평화라는 궁극적 목표에는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 ‘북한 호칭’ 논쟁 

이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 등 4개 부처를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를 주재한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관련 보고에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정 장관은 한반도 평화 공존 시대를 열기 위한 구체적 실천 조치 중 하나로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는 방안을 제안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조치를 일관되게 이행함으로써 우리의 진정성을 북한에 전달하고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정 장관은 올해 신년사와 지난 3월 토론회 등에서도 북한을 ‘조선’으로 부른 바 있다. 남북 관계 경색 속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선 호칭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는 곧 정치권의 논란의 대상이 됐다. 무엇보다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상황에서 북한의 공식 호칭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북한이 짜놓은 판에 들어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주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를 하고 있다. / 뉴시스

그럼에도 통일부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를 안건으로 올리며 이 문제는 다시 공론의 장에 올라섰다. 정 장관은 “서로에 대한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 공존 발전 구상이 실현될 때 남북은 적대적 두 외국 관계를 극복하고 통일 지향의 평화적 두 국가 관계로 새롭게 정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는 올해 말 발간 예정인 ‘국방백서’에 ‘주적’ 등 공포·혐오 용어를 대체해야 한다고 보고하고 지난 정부의 흡수 통일론을 배제한 새로운 통일 방안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러한 정 장관에 보고에 대해 “발표했다고 다 승인한 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자는 제안에 대해선 “고민을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남북 관계 개선이라는 선의를 전제로 추진한다고 하지만,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일 수밖에 없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이날 정 장관의 발언에 야권에선 즉각 “혼선과 불안을 일으키는 언행”이라는 말이 나왔다.

국내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사안이 ‘평화 공존’이라는 본질적 목표에 다가서는 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9·19 합의 복원과 대북 유화 정책 등이 효과를 거두기 보다는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는 데 대한 부담도 있다. 이 대통령은 “표현에 꼬투리가 잡혀 정쟁으로 휘말려 가면 원래 하고자 했던 데서 오히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선의대로 하는 게 과연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플러스냐 결론적으로 약간의 의문이 들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국익과 밀접한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소모적 정쟁을 피하겠다는 의지지만, 이 대통령은 악의적 왜곡에 대해선 강경 대응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 고양에 추진 중인 ‘동북아평화자료원’에 대해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던 사업조차도 마치 이재명 정부에서 북한을 돕기 위해 북한 도서관을 수백억 들여 만든다고 하니까 ‘빨갱이’라고 한다”며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북한 호칭 논란에 신중론 꺼낸 이재명 대통령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