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정부가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한 가운데 백화점 3사의 장애인 고용 규모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롯데쇼핑·현대백화점·신세계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백화점 3사의 장애인 근로자는 총 307명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이 165명으로 전체의 53.7%를 차지했고 현대백화점은 103명, 신세계백화점은 39명이었다.
백화점 부문 전체 임직원 대비 장애인 근로자 비율은 롯데백화점이 약 4.0%로 가장 높았고 현대백화점은 3.2%, 신세계는 약 1.3%였다. 현행 민간기업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3.1%인 점을 고려하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이를 웃돌았지만 신세계는 기준에 크게 못 미쳤다.
롯데백화점은 비율로 봤을 때는 여타 민간기업을 웃도는 수준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인원은 2023년 173명에서 2024년 169명, 지난해 165명으로 매년 4명씩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차별 금지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인권경영을 추진하고 장애인과 여성 인재 고용을 통해 사회적 다양성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이 최근 장애인 고용 인원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대백화점의 장애인 근로자는 2023년 107명에서 2024년 110명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103명으로 감소했다. 2024년에는 3사 중 유일하게 전년보다 고용을 늘렸지만 이듬해 7명이 줄면서 2년 전보다 낮아졌다.
장애인 고용 비율은 지난해 3.2%로 현재 민간기업 법정 의무고용률인 3.1%를 0.1%p 웃도는 수준이지만 2027년 적용될 정부 권고사항인 3.3%에는 미치지 못한다.
현대백화점의 장애인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7년이며 중증장애인과 여성 비율은 각각 65%, 70%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복지관·직업훈련기관 등과 연계해 인력 수급 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사업부문의 장애인 직원은 지난해 39명으로 백화점 3사 가운데 가장 적었다. 그마저 2023년 43명에서 2024년 40명, 지난해 39명으로 2년 연속 줄었다. 2년간 감소율 역시 9.3%로 3사 중 가장 높았다.
신세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직원은 신세계 소속 32명과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소속 7명으로 구성됐다. 대전신세계와 광주신세계의 장애인 직원은 없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장애인 근로자 직무 변화가 일부 발생했고 일시적으로 감소한 상황"이라며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백화점 3사의 장애인 근로자 감소세는 민간기업 전체 흐름과 정반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기업 장애인 고용률은 3.10%로 1991년 제도 시행 이후 처음 법정 의무고용률을 달성했다. 전체 장애인 고용 인원은 전년보다 1만1192명 늘었고 이 가운데 민간기업 증가분이 9507명을 차지했다.
기준선은 앞으로 더 올라간다. 정부는 지난 2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2019년 이후 3.1%로 묶여 있던 민간기업 의무고용률을 2027년 3.3%, 2029년 3.5%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내용이다. 공공부문도 2029년까지 4.0%로 끌어올린다.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동일하지만, 상시근로자가 많은 대기업은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할 장애인 수와 미달 시 부담금 규모가 커진다.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은 장애인 고용률이 현저히 낮고 개선 노력도 부족할 경우 명단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의무고용률 상향에 따른 기업 부담을 덜기 위한 지원책도 병행한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늦게 낼 때 붙는 연체금을 실제 지연 일수만큼 계산하도록 바꾸고, 여러 계열사가 공동 출자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 채용이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직무 개발과 인력 추천, 직업훈련, 근무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컨설팅도 확대한다. 유통업에서는 재고 정리와 온라인 주문 지원, 상품 포장, 라벨·도난방지 태그 부착 등 매장 운영 업무를 장애인 일자리로 개발한 사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백화점 3사가 앞세운 다양성과 포용의 원칙을 실제 채용으로 잇고 점포 운영과 온라인·사무지원에 맞는 직무를 늘리지 못한다면 ESG 경영 선언과 고용 실적 사이의 간극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윤석민 전 국가인권위원회 ESG 전문관은 "주요백화점 기업이 장애인 고용의무조차 해태하고 있다는 사실은 ESG경영이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ESG 중 사회(Social) 부문의 최전선은 장애인 등 소수자 노동인권의 보장"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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