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경현 기자] 전반기 스기모토 코우키는 KT 위즈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이강철 감독은 스기모토가 1이닝을 확실히 막아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기복이 너무나 컸다. 후반기에 돌입하자 이강철 감독이 바라던 모습이 나왔다.
아예 다른 투수가 됐다. 전반기는 42경기 1승 2패 9홀드 평균자책점 5.44를 기록했다. 가지고 있는 구위, 연투 능력은 합격점을 받았다. 그런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후반기는 9경기 승패 없이 8홀드 평균자책점 1.86이다. 리그 최고의 셋업맨이 됐다.
현재 폼만 보면 왕옌청(한화 이글스)와 가니모토 유토(키움 히어로즈)도 부럽지 않은 활약이다. 전반기 KT의 최대 약점은 박영현까지 이어지는 불펜진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8회 셋업맨만 맡기면 선수들이 흔들린다고 탄식하곤 했다. 후반기 스기모토가 각성하자, '로드 투 박영현'이 '로드 투 스기모토'로 바뀌었다. 스기모토까지만 연결하면 박영현까지 부드럽게 이어진다. 후반기 KT가 11승 1무 1패를 달리는 이유다.

이강철 감독은 "제춘모 투수코치가 계속 가르쳤다. 슬라이더가 좋아졌다. 직구 RPM도 많이 올라갔다. 생각보다 많이 올라갔다. 투구 폼도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KT는 스기모토를 살리기 위해 피치 디자인 재설계, 투심 장착, 투구 폼 교정 등 온갖 노력을 다했다. 이것들이 모이고 모여 후반기에 쾅하고 터진 모양새다.
지난달 31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이 대표적이다. 스기모토는 팀이 5-3으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강백호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1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노시환을 직구로 윽박지른 뒤 바깥쪽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이어 채은성에게 커터를 던져 2루수-유격수-1루수 병살을 이끌어냈다.

사령탑의 마지막 바람은 '멘탈'이다. 시즌 초반보다 멘탈이 단단해졌냐고 묻자 "던지고 나면 (더그아웃에서) 입 벌리고 있는 거 보면 아직 멀었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박영현 멘탈만 따라가면 된다. 저 정도 볼이면 진짜 야구 잘할 수 있다. (안타를) 한 두개 맞으면 혼자 엄청 바쁘다. (코치진은) 천천히 하라고 말린다"며 농담을 섞어 말했다.
박영현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0.132로 철벽 수준이다. 주자 없을 때(0.247)보다 훨씬 좋다. 반면 스기모토는 무주자시 0.258, 득점권 0.328로 크게 튄다. 다만 후반기에는 득점권 0.083으로 좋아졌다,

이강철 감독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간 소형준, 오윤석과 함께 박영현이 빠진다. 이때 마무리로 스기모토를 고려하고 있다. 박영현을 제외하면 스기모토가 최고의 구위를 자랑하기에 나온 선택이다. 마무리 자리에는 더욱 단단한 멘탈이 필요하다. 이강철 감독이 '박영현급 멘탈'을 강조한 이유다.
마지막 미션이다. 스기모토는 멘탈까지 개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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