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잇은 날았는데…라포랩스, SK스토아 인수 향한 1100억 ‘재무 벽’ 넘을까

마이데일리
4050을 위한 패션플랫폼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의 최희민·홍주영 각자대표. /생성형 AI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라포랩스 ‘퀸잇’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1100억원 규모 SK스토아 인수 추진이 재무 체력과 노조 반발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3일 투자업계(IB)에 따르면 퀸잇은 올해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외연 확장을 위해 추진해온 SK스토아 인수는 정부 심사 과정에서 자금 조달 능력과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승인 신청을 자진 취하하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 퀸잇, 상반기 거래액·MAU 두 자릿수 성장

라포랩스 본업인 퀸잇은 4050 여성 고객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전년 대비 38% 급증했고, 신규 및 재구매자 역시 각각 23%, 27% 늘었다.

패션에 더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한 전략이 주효했다. 상반기 리빙·라이프 거래액이 전년 대비 143.1% 급증했으며, 명품(92%)과 뷰티(35%) 부문도 고성장을 이어갔다. 입점 브랜드 수와 판매 상품 수(SKU)도 30% 이상 증가하며 가속도가 붙었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4050 여성의 일상 소비 영역 전반을 흡수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블랙프라이데이 ‘럭퀸세일’을 필두로 단독 기획전을 상반기 대비 2배 이상 늘려 성장 모멘텀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퀸잇 상반기 거래액 추이. /라포랩스

이 같은 퀸잇의 성장세를 기반으로 라포랩스는 SK스토아 인수를 추진해 왔다.

이번 인수는 커머스 영역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었다. 모바일 패션 플랫폼인 퀸잇과 TV·T커머스 사업자인 SK스토아를 결합해 4050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미디어S까지 활용해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한 ‘종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라포랩스는 지난해 12월 SK텔레콤과 약 1100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올해 1월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에 SK스토아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달 규제 승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동이 걸렸다.

◇ 매출 4배 SK스토아 인수 시도…규제 문턱에 걸려

문제는 양사의 체급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라포랩스의 2024년 매출은 711억원 수준인 반면, 인수 대상인 SK스토아는 매출 3023억원 규모의 대형 T커머스 사업자다. 매출 규모가 4배 이상 차이가 나자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라포랩스가 인수를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2023년 인정받은 4500억원의 기업가치였다. 외형보다 높은 시장 평가가 협상을 밀어붙인 동력이 됐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2026년 제26차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미통위 심사 쟁점은 재무적 체력이었다. 라포랩스는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자체 보유 현금 약 650억원과 외부 투자 확약금 780억원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나, 심사위는 외부 투자 집행의 불확실성과 인수 후 운영 자금 확보 방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삼일회계법인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라포랩스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가용자금은 653억원이지만, 누적 미처리결손금이 644억6000만원에 달한다. 연간 영업손실(59억3000만원)을 줄여가고는 있으나 설립 이후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1000억원대 대형 인수합병을 감당하기엔 재무적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포랩스는 승인 결과 처분이 나기 직전인 지난달 16일 승인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라포랩스 측은 “(취하 결정은) 노조 반발 등을 고려해 SK텔레콤과 주식매매계약(SPA) 내용을 새롭게 조정하기 위한 절차”라고 해명했으나, 업계에서는 심사 과정의 지적 사항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적 후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라포랩스 역시 “심사 과정에서 부족한 점을 확인했고 해당 내용을 파악해 재신청 과정에서 충분히 보완할 것”이라고 밝혀, 심사에서 지적된 문제 자체는 사실상 인정했다.

4050 세대 패션 플랫폼 ‘퀸잇’. /라포랩스

◇ 노조 반발 여전…재신청도 순탄치 않을 전망

전략적 후퇴에도 불구하고 SK스토아 인수 재추진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SK스토아 노조는 인수 초기부터 라포랩스의 재무 안정성과 인수 구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해 왔으며, 재승인 신청에 나설 경우 총파업 등 강경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또한 SK스토아 노조는 자금 조달 과정이 벤처투자법 취지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벤처투자법은 VC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소속 회사에 투자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라포랩스 측은 “여러 법무법인에 자문한 결과 벤처투자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방미통위 역시 신청 취하와 별개로 라포랩스의 방송법 위반 여부를 계속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식 승인 전까지는 SK스토아 경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함께 보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라포랩스 모두 거래 의지가 강한 만큼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시장에서는 ‘조건 변경 후 재도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퀸잇이라는 캐시카우의 성장세가 뚜렷한 점은 인수 자금 조달이나 기업가치 평가 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도 “새롭게 마련될 SPA 과정에서 재무 안정성을 어떻게 입증하고, 노조 반발을 해소할 중재안을 내놓느냐가 이번 M&A의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라포랩스 관계자도 “SK텔레콤과 주주간계약을 새로 체결한 뒤 방미통위에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재신청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시점과 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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