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IMA 위한 자본요건 충족”…KB증권 1조7000억 증자, 이유 있는 확장

마이데일리
KB증권 상반기 총영업이익 점유율 /자료=KB금융지주, AI 이미지 편집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KB증권이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배경에는 초대형 투자은행(IB) 경쟁력 강화와 IMA(종합투자계좌) 진출을 위한 자본 요건 충족이 자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실적은 WM(자산관리)과 S&T가 견인했지만, 회사는 단기 실적보다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무게를 뒀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는 KB금융도 핵심 계열사인 KB증권에 다시 성장 자본을 투입하며 장기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실었다.

31일 KB증권 관계자는 <마이데일리>와 통화에서 “IMA만을 위해 이번 증자를 한 것은 아니지만 자본 요건을 충족한 것은 맞다”며 “7000억원 증자 당시에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웠지만, 이번 1조원 증자로 요건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IMA를 염두에 둔 자본 확충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나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안 할 이유가 없는 만큼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올해 단행한 대규모 유상증자의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IMA만을 위한 증자는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업 진출이 가능한 자본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 현재 실적은 WM이 견인…미래 전략은 초대형 IB

상반기 KB증권의 실적은 좋았다. 당기순이익은 79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증가했고, ROE는 21.04%를 기록했다. 리테일 고객자산(AUM)은 289조5000억원으로 57.5% 늘었다. 기관주식 시장점유율은 12.9%로 업계 1위를 유지했고 회사채자본시장(DCM) 리그테이블도 상위권을 지켰다.

KB증권 상반기 총영업이익 구성 /KB금융지주

사업부별로 보면 실적을 견인한 곳은 WM과 S&T였다. WM 이익은 1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4%, S&T는 434억원으로 83.0% 증가했다. 반면 IB는 1318억원으로 48.4% 감소했다.

회사 측은 최근 IB 부진이 KB증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환경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KB증권 측은 “IPO와 ECM 시장이 둔화했고 부동산금융 시장도 회복이 더디다”며 “회사채 등 일부 영역을 제외하면 투자금융 시장 전반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이는 업계 공통의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자를 했다고 곧바로 IB 실적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 환경이 회복되고 딜이 살아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1조7000억원’이 산 것은 수익이 아니라 경쟁 자격

일반 기업이라면 실적이 좋은 사업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초대형 IB 시장은 구조가 다르다.

IMA와 발행어음, 대형 기업금융 등 핵심 사업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을 갖춰야 진입 자체가 가능하다. 자본은 성과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경쟁에 참여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특히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만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고객 예탁금을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등에 운용할 수 있어 증권사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KB증권은 올해 7000억원과 1조원 증자를 잇달아 단행하면서 자기자본을 8조원대로 끌어올리게 됐다. KB증권 측이 “IMA만을 위한 증자는 아니지만 자본 요건을 충족한 것은 맞다”고 설명한 것도 이러한 자본 기반 확보 전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KB금융이 다시 증권에 돈을 넣은 이유

이번 결정은 KB금융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상반기 KB금융 순이익 가운데 은행 부문 기여도는 56%, 비은행은 44%였다.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그룹 이익 기여도가 가장 큰 곳은 KB증권이었다. 그룹 기여도는 796억원으로 손해보험(479억원), 카드(219억원), 라이프생명(142억원)을 웃돌았다.

즉 그룹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비은행 계열사에 다시 성장 자본을 투입한 셈이다. 이는 단기 실적을 보완하기 위한 지원이라기보다 비은행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KB금융 경영진도 상반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8조원을 맞춘다고 당장 IMA를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또 “IB 부문의 성과가 회복되는 모습을 기대한다”며 “고객 기반을 넓히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이익 체력을 우상향시키겠다”고 밝혔다.

IMA와 발행어음 사업은 고객 자금을 조달한 뒤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등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느냐가 핵심이다. 자본 규모는 경쟁의 출발선일 뿐, 결국 성패는 투자 역량과 자본 효율성에서 갈린다.

KB증권 관계자는 “증자로 확보한 자본은 시장 상황과 투자 기회를 고려해 WM, IB, S&T, 기업금융 등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할 것”이라며 “최근에는 생산적 금융과 중소기업 투자금융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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