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29일 2분기 잠정실적 발표에 따르면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달성했다. 각각 전분기 대비 50.8%, 60.9% 증가한 수치다. 전년 동기와 대비해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각 257%, 557%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이 1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칭호에도 불구, SK하이닉스 주가는 끝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기존 대비 급격한 상승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지는 ‘AI거품론’, ‘반도체 슈퍼사이클 조기 종료’, ‘중국발(發) 메모리 반도체 쇼크’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 당분간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반토만 난 ‘SK하이닉스 주가’… AI거품론·레버리지·실적 실망 등 악재 겹쳐
29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140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9.61% 하락한 수치다. 지난달 25일 최고가 298만7,000원 대비 53.1%나 하락한 수치다.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까지 전일 대비 5.23% 떨어지며 반도체주는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이번 주가 하락은 역대 최대 분기 실적 달성이라는 긍정적 요소가 무색한 수준이다. 이 같은 하락세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전반적 의구심, 즉 ‘AI거품론’이다. AI산업에 대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 실제 가시적인 수익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국제결제은행(BIS)’은 연례보고서를 통해 “AI거품 붕괴는 글로벌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요소 중 하나로 AI낙관론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도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레버리지 상품이 리밸런싱 등 과정을 거치며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 SK하이닉스 실적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83조9,391억원, 영업이익 63조9,868억원이었다. 하지만 2분기 성과급 충당, D램 출하량 증가율 둔화 등 요소가 겹치며 매출과 영엽이익 모두 5.5%, 5.38% 화회했다.
29일 실적 발표와 함께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도 실망했다는 투자자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주환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막대한 수익을 내놓고도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라며 비판적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29일 발표한 리포트를 통해 “SK하이닉스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 눈높이에 미달한 실적을 보였다”며 “또한 컨퍼런스콜 이후 주주환원 내용 부재 등에 실망 매물이 출회했다”고 분석했다.
◇ 증권가,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된 극단적 조정”… V자 반등 가시권 진입 예상
300만원에 육박했던 최고가가 반토막 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말 그대로 ‘곡소리’가 나고 있다. 대다수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감안하고 손절매(損切賣)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KB리서치 산업/기업팀은 29일 보고서에서 “코스피(KOSPI) 지수는 28.9% 하락하며 과거 두 차례 금융위기 당시의 월간 낙폭을 넘어선 이례적 하락세를 기록했다”며 “이러한 조정은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 중국 메모리 반도체 경쟁 심화 우려가 실제 펀더멘탈(경제 기초 요건) 대비 과도하게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AI 투자 부족이 과잉 투자보다 더 큰 리스크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재무 여력이 충분한 빅테크들은 외부 차입을 확대해서라도 향후 수 년간 AI 인프라 투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즉, 반도체 주가 하락세 핵심 요인인 AI거품론을 아직 논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또한 최근 불거진 중국발 메모리 반도체 쇼크에 대해선 ‘상업적 경쟁력을 검증할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CXMT IPO, 중국의 DUV 장비 생산 계획이 실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실질적 경쟁 상대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국내 연구기관과 협력을 넓히는 등 최신 반도체 공정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29일 SK하이닉스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반도체 기술 개발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원자력연의 양성자 가속기 등 연구시설을 활용, 반도체의 방사선 영향 평가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KB리서치는 “2027년은 반도체 산업 70여 년 역사상 가장 타이트한 공급 환경이 예상된다”며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은 2028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이번 조정은 펀더멘탈이 아닌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된 극단적 하락”이라며 “오히려 강력한 반등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이며, 반도체 업종은 극단적 조정의 끝자락을 통과하며 V자 반등의 가시권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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