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공지능(AI) 시대, 전력이 곧 경쟁력이다." 베트남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을 빨아들이려면 먼저 전력 공급 기반부터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게 SK이노베이션(096770)의 계산이다. 베트남에 내민 카드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잇는 '2단계 에너지 전략'이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는 지난 16~17일 베트남을 찾아 산업무역부와 국영 에너지기업 PVN(페트로베트남), 발전 자회사 PV Power 관계자들과 만나 에너지와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논의의 출발점은 하나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성장하면서 베트남의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치솟을 거라는 것.
전력 인프라를 얼마나 빨리 깔아주느냐가 곧 투자 유치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추 대표는 "AI의 급격한 발전이 전력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며 "당분간은 LNG가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적절한 해결책이다"고 못 박았다.
문제는 속도다. 원전은 짓는 데 오래 걸리지만, 베트남의 전력 수요는 지금 당장 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내놓은 답은 미국과 호주에 확보해둔 가스전 자산과 장기 LNG 계약 포트폴리오다.
국제 LNG 가격·공급 변동성은 베트남 가스발전 확대의 발목을 잡아온 요인이었다. SK이노베이션은 공급처를 미국과 호주 두 곳으로 나눠 특정 지역 의존도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경쟁력 있는 가격에 연료를 안정적으로 대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LNG가 급한 불을 끄는 카드라면, SMR은 판을 바꿀 카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테라파워와 손잡고 4세대 원자로 '나트륨' 상용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나트륨은 원자로에 에너지저장 시스템을 얹어 전력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설계된 차세대 원전 기술이다.
추 대표는 "차세대 SMR 기술의 검증과 상용화 과정이 완료된 후 PVN과 원전 분야에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PVN 역시 석유·가스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LNG 발전 △재생에너지 △원전까지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SMR의 기술성과 경제성이 입증되면 양사 협력이 한층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SK이노베이션의 그림은 발전소 하나 짓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베트남에서 진행 중인 뀐랍 LNG 복합화력발전 사업을 축으로, 발전소 인근에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을 함께 유치하는 '특화 에너지-산업 클러스터(SEIC)' 모델이다.
발전소 옆에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붙여놓으면 발전 사업 자체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베트남은 전력을 기반으로 첨단산업 투자와 고용, 기술 이전까지 한 번에 끌어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장기적으로는 LNG를 넘어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협력 범위가 확장될 여지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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