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글로벌 전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산업 재편이 맞물리면서 건설업계 경쟁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발전소를 설계 시공하는 전통 EPC 역량을 넘어 사업 발굴과 투자, 금융조달, 시공, 운영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사업 수행 능력이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DL그룹이 그동안 구축한 에너지 밸류체인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단순 시공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 주요 계열사 역량을 결합해 에너지 사업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다.
DL그룹 에너지 밸류체인 핵심은 계열사별 전문성 결합이다. 에너지 사업 개발과 금융조달, 운영을 담당하는 'DL에너지' 중심으로 △국내·외 플랜트 및 원전 EPC 역량을 보유한 'DL이앤씨' △에너지 물류와 트레이딩 기능을 담당하는 '㈜대림'이 각각 역할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 개발에서 금융조달, 시공, 운영, 유통으로 이어지는 수직 통합형 사업구조를 구축했다.
특히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사업은 단순 시공 능력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런 구조가 강점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사업 초기 단계부터 개발과 투자에 참여하고, 준공 이후 운영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축 가운데 하나인 DL에너지는 글로벌 에너지 디벨로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DL에너지는 지난 2014년 포천 LNG 복합화력발전소 상업운전 시작으로 에너지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미국과 한국, 파키스탄, 칠레, 요르단, 호주 등 주요 발전사업에 투자하며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발전시장에서 확보한 사업 경험이 눈에 띈다.
DL에너지는 미국에서 가스복합발전소를 투자·운영하는 국내 민간 에너지 디벨로퍼로, 2019년 미국 미시간주 나일즈 가스복합발전소 신규 건설 투자에 참여하며 현지 발전시장에 진출했다. 발전용량 1085㎿ 규모 나일즈 발전소는 개발 단계부터 직접 참여해 건설과 상업운전까지 완료한 사례다.
이어 2022년에는 1055㎿ 규모 펜실베이니아 페어뷰 가스복합발전소 지분을 인수하며 미국 내 사업 기반을 확대했다. 이들 두 발전소 모두 높은 발전효율 바탕으로 미국 내 전력시장에서 안정적 운영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DL에너지는 발전원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가스복합과 석탄, 중유 등 기존 발전원뿐만 아니라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개발· 영한 경험을 확보했다. 여기에 연료전지와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한 차세대 발전 프로젝트까지 추진하며 다양한 발전 분야를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DL이앤씨는 기존 EPC 경쟁력을 토대로 미래 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대형 원전과 석탄화력, 정유 플랜트 등 기존 강점에 머무르지 않고 SMR과 LNG 발전, 암모니아 등으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SMR 분야에서 선제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와의 협력을 통해 4세대 SMR 기술 및 EPC 역량 확보에 나선 데 이어 'SMR 표준화 설계' 계약도 체결했다.
SMR 표준화 설계는 발전소 내 각 설비가 어떻게 상호 연계돼 작동할지를 구체화하는 것으로 SMR 건설 뼈대가 되는 작업이다. 국내 건설사가 SMR 표준화 설계를 직접 수행하는 건 DL이앤씨가 처음이다. 완성된 설계는 오는 2030년 가동 예정인 초도호기 시작으로 후속 프로젝트 전반에 적용될 예정이다.
SMR 시장 성장 가능성도 심상치 않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원(NNL)에 따르면, 오는 2035년까지 글로벌 SMR 시장은 85GW 약 300기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금액으로는 5000억달러, 한화 약 753조원에 달한다.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토대로 향후 글로벌 SMR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뿐만 아니라 미래 대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암모니아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세계 최대 규모 암모니아 생산시설 '사우디 마덴 암모니아 공장'을 연이어 수주 준공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라이선서들과 수소·암모니아 전환 기술 관련 파트너십도 구축하며 향후 청정에너지 시장 확대에 대응할 기반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개별 계열사 역량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시장에서 그룹 차원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라며 "DL에너지가 현지 발전사업 투자·개발·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DL이앤씨는 미국 SMR 기업 엑스에너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사업 접점을 확대하고 있기 때"이라고 바라봤다.

나아가 DL이앤씨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서 약 1조7000억원 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DL케미칼도 2022년 미국 석유화학 기업 크레이튼을 인수해 운영하는 등 DL그룹은 M&A부터 사업 개발, 시공, 운영에 이르기까지 미국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결국 DL그룹 에너지 사업 경쟁력은 특정 발전원 및 단일 계열사 성과보단 '그룹 전체를 연결하는 사업구조'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DL에너지 '개발·투자·운영 역량'과 DL이앤씨 'EPC·기술 경쟁력', 그리고 ㈜대림 물류·트레이딩 기능이 맞물리면서 에너지 사업 모든 과정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것이다.
DL그룹 관계자는 "그간 미국 시장에서 다양한 M&A, 사업 개발, 시공, 운영 등을 진행하며 차별화된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라며 "그룹 보유 에너지 인프라 디벨로퍼 역량 기반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로벌 전력 수요 확대와 에너지 전환에 따라 관련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수록 사업 개발과 금융조달, 기술, 시공, 운영을 아우르는 종합 수행 역량 중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에너지 밸류체인을 단계적으로 확장한 DL그룹이 이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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