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BMW와 롤스로이스 사이…알피나가 겨냥한 럭셔리 공백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BMW 그룹이 약 25년 만에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였다. BMW 알피나(BMW ALPINA)다. BMW의 고성능 기술에 알피나가 60여 년간 쌓아온 장거리 주행 철학과 수작업 중심의 개인 맞춤화를 결합해 그룹 내 최상위 럭셔리 시장을 공략한다.

BMW 알피나의 자리는 BMW보다 높고 롤스로이스보다 낮다. 7시리즈와 X7으로 닿기 어려웠던 초고가 시장을 채우면서 메르세데스-마이바흐와 벤틀리, 레인지로버 등이 확보한 고객층을 끌어오겠다는 구상이다. BMW M과도 역할을 나눈다. 트랙 기록보다 장거리에서 빠르고 편안하게 달리는 그랜드 투어링에 초점을 맞췄다.

BMW 코리아는 지난 21일 BMW 알피나 브랜드 설명회를 진행했다. BMW 알피나가 아시아에서 브랜드 행사를 연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국내에서는 2028년 초부터 신차를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첫 양산차와 국내 가격, 판매 목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BMW가 제시한 새로운 럭셔리의 가치가 실제 제품과 고객 경험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다.

◆60년 유산 품은 BMW…알피나 새 출발

알피나는 1965년 독일 바이에른 주 부흐로에에서 출발했다. 창립자 부르카르트 보벤지펜(Burkard Bovensiepen)은 BMW 차량의 엔진 성능을 높이는 튜닝 사업으로 출발해 알피나를 독립 자동차 제조사로 키웠다. 생산량은 적었지만 고성능과 안락함, 희소성을 결합해 독자적인 고객층을 확보했다.

지난해 알피나 판매량은 약 2600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차량가격은 20만유로를 웃돌았다. BMW 그룹은 2022년 알피나 상표권 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1월 해당 권리를 공식 이전받았다.

BMW가 알피나를 품은 목적은 BMW와 롤스로이스 사이의 초고가 시장 공략이다. 그룹의 제품군은 7시리즈와 X7에서 롤스로이스로 이어지지만 가격과 고객층 사이에는 넓은 공간이 남아 있다. 경쟁 브랜드들은 이미 이 영역에서 판매 규모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다.

"BMW 그룹에는 롤스로이스가 있습니다. 다만 롤스로이스의 가격대는 BMW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시작합니다. BMW의 현재 제품군은 7시리즈와 X7에서 최상단에 이르지만, 그 위부터 롤스로이스까지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합니다. 벤틀리와 마이바흐, 레인지로버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가 이미 이 영역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BMW 알피나를 BMW와 롤스로이스 사이에 자리매김하기로 한 이유입니다." - 올리버 필레히너(Oliver Viellechner) BMW 알피나 브랜드 총괄 부사장


BMW는 알피나를 통해 대당 판매가격과 수익성이 높은 시장에서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일반 BMW로는 부족함을 느끼지만 롤스로이스의 가격대까지 올라가지는 않으려는 고객이 대상이다. 기존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의 맞춤제작 프로그램을 경험한 고객도 염두에 뒀다.

알피나의 역사도 시장 진입에 유리한 자산이다. BMW와 오랫동안 협력하며 모터스포츠와 고성능 세단, 왜건 분야에서 충성도 높은 팬을 확보했다. BMW는 기존 유산을 유지하면서 개발과 생산, 판매망을 그룹 차원으로 확대할 수 있다. 새 이름과 역사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부담도 줄어든다.

◆M과 다른 고성능…스포츠가 아닌 속도

BMW 알피나가 풀어야 할 핵심은 BMW M과의 구분이다. 두 브랜드 모두 BMW 차량을 기반으로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출력과 가속성능만 앞세우면 고객이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BMW M은 트랙주행과 날카로운 반응, 적극적인 운전자 개입을 강조해 왔다. BMW 알피나는 높은 속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도 탑승자의 피로를 줄이는 차를 지향한다. 브랜드 철학인 '스포츠가 아닌 속도(Speed, Not Sport)'도 최고출력보다 속도를 다루는 방식과 장거리 안락함에 초점을 둔다.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하나의 명제가 나옵니다. 바로 '스포츠가 아닌 속도'입니다. 이 말은 알피나가 장거리에서 최고의 안락함과 높은 성능을 함께 제공하는 자동차라는 뜻입니다. 동시에 BMW M과 BMW 알피나의 성격을 분명히 구분합니다." - 막시밀리언 미쏘니(Maximilian Missoni) BMW 알피나 디자인 총괄 부사장


이 철학은 알피나의 모터스포츠 역사에서 출발했다. 경쟁 팀들이 레이싱카의 무게를 줄이던 시절, 보벤지펜은 운전석에 두꺼운 패딩을 더했다. 무게가 늘더라도 장거리 레이스에서 운전자가 편안해야 집중력과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고성능과 편안함을 함께 추구한 태도는 이후 알피나 양산차의 서스펜션과 시트, 변속기 세팅으로 이어졌다.

향후 BMW 알피나에는 전용 트윈파워 터보 V8 4.4ℓ 가솔린 엔진이 적용될 예정이다. 강한 가속과 깊은 엔진음을 유지하면서 가속페달 반응을 안정적으로 조율해 운전자의 긴장을 줄이는 방향이다. 전동화 파워트레인도 함께 준비한다.

주행모드 구성도 달라진다. 일반 BMW의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대신 BMW 알피나는 스피드를 사용한다. 기존 컴포트 모드보다 편안함을 강화한 컴포트 플러스도 유지한다. 차량의 반응과 승차감, 실내 경험을 하나의 방향으로 조율하겠다는 계획이다.

"속도와 성능만큼 알피나에서 중요한 것이 편안함입니다. 저희는 이를 '세레니티(Serenity)', 즉 고요한 평온함이라고 부릅니다. BMW 알피나는 성능과 최상의 주행 안락함이 정교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자동차입니다. 편안함을 추구한다고 해서 정밀함을 잃는 것은 아닙니다. 시속 300㎞로 달리려면 자동차는 당연히 정확하고 안정적이어야 합니다." - 올리버 필레히너 부사장

◆과시보다 취향…아는 사람만 아는 차

BMW 알피나가 겨냥하는 럭셔리는 크고 화려한 로고보다 소재와 제작 방식, 세밀한 디자인 차이로 가치를 표현한다. BMW는 이를 '절제된 자신감(Understated Confidence)'으로 정의한다.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존재감을 과하게 키우지 않는 방식이다.


고객층도 제품의 역사와 세부적인 완성도를 이해하고, 소재와 색상으로 취향을 표현하려는 소비자로 설정했다. BMW가 알피나를 롤스로이스 아래에 배치하면서도 별도의 성격을 부여하는 지점이다.

"저희가 보다 절제된 럭셔리를 지향하는 것은 단지 유행을 따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상업적으로도 성공이 입증된 접근이기 때문입니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를 비롯한 최고급 패션 브랜드는 거대한 로고나 과도한 장식 없이도 성공했습니다. 눈에 띄는 과시보다 본질과 품질에 집중하는 브랜드 표현은 BMW 알피나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 올리버 필레히너 부사장

절제된 디자인을 구현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수작업이 따른다. 과거 스티커로 붙였던 차체 측면의 데코 라인은 클리어 코트 아래에 직접 도장한다. 표면을 만졌을 때 단차가 느껴지지 않도록 마감한다. 알피나를 상징해 온 20스포크 휠과 전면 스플리터의 워드마크, 네 개의 타원형 배기구도 현대적으로 다듬어 양산차에 적용할 예정이다.

개인 맞춤화는 기존 BMW와의 가격 차이를 설득할 핵심 수단이다. 외장에는 100가지가 넘는 스페셜 컬러와 알피나 시그니처 색상이 제공된다. 실내에서는 20가지 가죽 색상과 26가지 스티치 색상을 조합할 수 있다. 시트와 주요 영역의 소재를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최상위 맞춤 주문 프로그램인 마누팍투어(Manufaktur)도 준비한다.


실내에는 최고급 자동차용 가죽으로 꼽히는 라발리나(Lavalina)를 사용한다. 가죽과 목재, 크리스털 소재의 색상과 패턴을 고객이 선택해 차량마다 다른 구성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대량 생산되는 BMW와의 차이는 출력보다 주문 과정과 소재, 제작 방식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비전 BMW 알피나'가 보여준 방향

BMW는 브랜드 설명회에서 양산차 대신 '비전 BMW 알피나(Vision BMW Alpina)'를 제시했다. 지난 5월 이탈리아 코모호 인근에서 공개된 전장 5.23m의 대형 2도어 GT 쿠페다. 1978년 알피나 B7 쿠페에서 영감을 받아 향후 제품의 디자인과 소재, 실내 구성 방향을 담았다.

외관에는 샤크 노즈와 얇은 주간주행등, 새롭게 해석한 20스포크 휠과 데코 라인을 적용했다. 실내는 상단의 어두운 퍼포먼스 영역과 하단의 밝은 럭셔리 영역을 색상으로 구분했다. 2도어 GT지만 뒷좌석도 넓게 구성하고 라발리나 가죽과 목재, 크리스털 소재를 사용했다.

"럭셔리 제품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드러내기보다 계속 바라보고 경험할수록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여지를 남겨야 한다고 믿습니다. 비전 BMW 알피나는 외부로 드러난 큰 표면을 매우 순수하고 깨끗하게 유지합니다. 대신 차체 안쪽으로 깊게 들어간 수직면과 세부 영역에 고급 소재를 적용했습니다. 절제된 자신감과 과장되지 않은 브랜드의 성격을 디자인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 막시밀리언 미쏘니 부사장

관심은 알피나가 어떤 차급으로 시장에 진입하느냐에 모인다. BMW는 첫 양산 모델의 형태와 차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비전 BMW 알피나의 차체 형식이 그대로 양산차 구성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7시리즈와 X7 기반의 세단·SUV 등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


2도어 GT는 브랜드의 성격을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지만 판매량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 초고가차 시장에서 수요가 큰 세단이나 SUV를 앞세울 경우 고객 접근성은 높아진다. 브랜드 상징성과 판매 규모 사이에서 BMW가 어떤 순서를 택할지가 초기 성과를 좌우한다.

◆아시아 첫 무대 한국, 커지는 럭셔리 수요

BMW가 알피나의 아시아 첫 브랜드 행사를 서울에서 연 배경에는 국내 고가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가 있다. BMW 코리아는 7시리즈 판매와 초고가 럭셔리차 시장의 확대를 알피나 도입의 근거로 제시했다.

BMW 코리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7시리즈 국내 판매량은 3077대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전기 세단 EQS를 합친 판매량보다 1236대 많다. 과거 S-클래스 중심이던 대형 수입 세단 시장에서 BMW가 경쟁력을 확보했고, 상위 가격대를 공략할 기반도 마련됐다는 판단이다.

국내 프리미엄 대형차 판매량은 2014년 약 1만2000대에서 2025년 약 3만4000대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마이바흐와 람보르기니, 벤틀리, 페라리 등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 판매량은 452대에서 2605대로 늘었다. BMW 코리아 집계 기준 각각 2.8배와 5.8배 성장했다.

"이제 고객은 하나의 브랜드 이름만 보고 차량을 고르지 않습니다. 상품성과 럭셔리한 경험, 개성의 표현 등 새로운 형태의 가치를 함께 살펴봅니다. 이런 요소를 갖춘 BMW 7시리즈의 판매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고객 특성과 시장 환경은 BMW 알피나에도 매우 긍정적인 기회가 될 것입니다. 7시리즈를 통해 확인한 한국의 럭셔리 수요는 알피나가 추구하는 희소성과 장인정신, 품격 있는 퍼포먼스를 받아들일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 김강민 BMW 코리아 세일즈팀장


7시리즈의 판매 기반은 알피나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기존 고객이 다음 차를 고를 때 BMW 그룹 안에서 더 높은 가격과 희소성을 갖춘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더 높은 가격대의 경쟁 브랜드로 이동하던 수요를 그룹 내부에 남길 가능성도 생긴다.

전국 판매망과 서비스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신규 브랜드가 판매와 정비 체계를 새로 구축하는 부담을 줄이면서 기존 BMW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다. 반면 기존 전시장 안에 알피나가 들어가는 방식은 브랜드의 독립성을 희미하게 만들 수 있다. 수억 원대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이 기대하는 상담과 주문, 인도 경험을 얼마나 차별화할지가 중요하다.

◆2028년 신차 출시…길어진 준비 기간

BMW 코리아는 올해 말까지 BMW 알피나를 알리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간다. 2027년 초부터 오프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같은 해 하반기 전국 7개 BMW 전시장에 전용 공간을 연다. 별도의 독립 전시장을 세우는 대신 기존 전시장 안에 알피나 전용 존을 구성한다.

신차는 2028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브랜드 공개 이후 실제 판매까지 1년 반가량의 간격이 생긴다. 첫 모델과 가격, 국내 배정 물량, 판매 목표도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의 관심을 출시 시점까지 유지하면서 기존 팬과 신규 고객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BMW 코리아는 올해 말까지 BMW 알피나를 알리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2027년 초부터는 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소개합니다. 이어 2027년 하반기에는 전국 7개 BMW 알피나 전시 공간을 열 계획입니다. 별도의 독립 전시장을 새로 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BMW 전시장 안에 BMW 알피나 전용 존을 구성합니다. 2028년 초부터 새로운 모델을 순차적으로 출시해 국내 BMW 알피나 라인업을 완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 김강민 팀장


BMW 알피나가 국내에서 확보해야 할 것은 인지도보다 명확한 구매 이유다. 기존 팬에게는 BMW 그룹 편입 이후에도 희소성과 엔지니어링 철학이 유지된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신규 고객에게는 7시리즈와 X7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만큼 소재와 승차감, 개인화 경험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제품으로 보여줘야 한다.

BMW M과의 관계도 실제 주행 경험으로 증명해야 한다. 최고출력과 가속성능이 비슷해질수록 '스포츠가 아닌 속도'라는 브랜드 철학은 승차감과 장거리 주행 품질에서 확인돼야 한다. 전용 엔진과 컴포트 플러스, 수작업 인테리어가 추가 비용을 설득하지 못하면 BMW M과의 차별화도 희미해질 수 있다.

BMW가 알피나를 선택한 전략적 이유는 분명하다. BMW와 롤스로이스 사이에는 이미 수요가 존재하고, 경쟁 브랜드도 높은 가격대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에서는 7시리즈 판매와 초고가차 시장의 성장도 확인됐다.

결국 BMW 알피나의 성패는 가격대가 BMW보다 높고 롤스로이스보다 낮은 영역에서 독자적인 선택 이유를 만드는 데 달렸다. 60년의 유산과 BMW 그룹의 개발·판매 역량이 실제 주행 경험과 고객 서비스의 차이로 이어져야 한다. BMW가 내세운 '절제된 자신감'도 제품과 서비스에서 설득력을 얻어야 한다.

Copyright ⓒ 프라임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집중분석] BMW와 롤스로이스 사이…알피나가 겨냥한 럭셔리 공백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