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부터 인재까지… 호남 반도체, 넘어야 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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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안정적 ‘전력 공급’이다. 정부의 초대형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관련해 다양한 이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 전력 공급은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안정적 ‘전력 공급’이다. 정부의 초대형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관련해 다양한 이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 전력 공급은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그중에서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이슈가 뜨겁다. 지연 균등 발전과 국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의 기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원 확보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안정적 ‘전력 공급’이다. 이때 안정적이라는 의미는 단순 전력 공급량으로만 해석할 수 있는 의미가 아니다. 실제로 공급되는 전기의 품질부터 낮은 변동성, 전압과 전류 흐름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매우 많다.

정부의 초대형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과 관련해 다양한 이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 전력 공급은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한 인프라 마련 등도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 반도체 산업, 단순 ‘전력량’ 아닌 ‘전기 품질’이 좌우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건설은 국가 미래를 지탱하는 사업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전력 수급의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16일 심형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정책토론회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했다. 정부의 호남 반도체 사업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인·수·전 관점에서의 정책 실현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함이다.

16일 심형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클러스터 운영을 위한 막대한 전력 확보를 위해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정부의 전략에 원전 발전 비중 증대 등 방향이 적용 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16일 심형진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클러스터 운영을 위한 막대한 전력 확보를 위해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정부의 전략에 원전 발전 비중 증대 등 방향이 적용 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심형진 교수의 말처럼 반도체 산업 성공에 있어 안정적 전력 공급은 필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한국의 전력시스템 구성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국내 전력 공급은 미국과 같이 초당 60Hz 주파수로 이뤄진다. 반면 유럽은 50Hz의 주파로 계통을 운영한다.

전기 주파수는 전기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다. 이 품질은 초당 60Hz의 주파수가 거의 변동이 없이 유지할 수 있느냐를 의미한다. 발전기 터빈이 얼마나 빨리 도느냐가 전기 주파수다. 전기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터빈이 가벼워져 주파수가 상승한다. 반대로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회전이 느려져 주파수가 하락한다.

이때 주파수가 60Hz를 유지하지 못하고 59~61Hz처럼 변하며 급격히 요동치면 전자기기에 미세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초미세 공정이 필수인 반도체 산업에 있어선 매우 중요한 요소다. 또한 발전 시설의 허용된 운전 범위를 벗어나면 설비 보호를 위해 전력망이 차단되는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재생에너지의 전기 주파수 유지 능력은 어떨까. 기존 태양광·풍력만 놓고 보면, 주파수 유지 능력은 원전·석탄·가스 등 기저전력 대비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날씨, 시간 등 재생에너지가 가진 큰 변동성 때문이다. 과학계에서는 이를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 현상으로 부르는데 독일어로 ‘어둡고 고요한 침체’라는 뜻이다. 겨울철 등 구름이 많거나 바람이 적은 날 전력 발전이 급감하는 시기를 뜻한다.

실제로 2020년 영국 셰필드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환경정책센터는 2030년 국가 전력 공급에서 태양광 발전 비중을 58% 늘리는 시나리오를 가정, 전력 주파수 변동 추세를 계산했다. 그 결과, 발전 시설의 관성은 기존 대비 20% 수준 감소했다. 관성은 쉽게 말해 발전기 터빈이 갑작스러운 전력 수급 및 공급 변화가 발생했을 때 계통 주파수가 변하지 않도록 버텨주는 능력이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의 문제는 근원적인 간헐성으로 24시간 상시 부하와 시간대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단순한 RE100의 문법만으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필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단순한 RE100의 문법만으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필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단순한 RE100의 문법만으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필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 결국 ‘원자력’ 등 기저전력과의 동행 필수... 지역 우수 인재 확충도 필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중심이 될 예정인 전라남도의 전력 수급 상황은 어떨까.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지난 2024년 발표한 ‘RE100 활성화가 전라남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남도 발전량은 59.4TWh, 소비량은 약 34.7TWh, 자립률은 171.3%로 전국에서 6번째 높은 수치다. 

즉, 발전량 자체는 전남도 지역이 반도체 클러스터 운영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의 높은 비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남도 지역 신재생 발전 비중은 18.5%로 상당히 높다. 특히 태양광 설비용량은 5GW로 전국 태양광 발전의 20.5%가 전남도에 집중돼 있다. 즉, 전력량 수급 자체는 우수하지만 기저전력으로 사용하기엔 불안정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따라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안정적 구축을 위해선 우수한 기저전력 확보는 필수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AI산업 급성장과 함께 최근 ‘원자력 발전’이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반도체 산업 확장 이후, 정부 차원에서 원전 가동률을 60~70%에서 90%로 향상시켰다.

박설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여러 사회적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가운데 KTX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행렬이나 주말 가족 양산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박설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여러 사회적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가운데 KTX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행렬이나 주말 가족 양산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심형진 교수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수소환원 제철 전력량을 모두 합치면 약 600TWh로 지난해 총 발전량과 맞먹는 전력수요”라며 “이 막대한 전력 확보를 위해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정부의 전략에 원전 발전 비중 증대 등 방향이 적용 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국민보고회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도 원전 확대 및 전력구매계약(PPA)이 적극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에 부탁한 바 있다”며 “국가 에너지 관련 체계를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중심에서 무탄소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호남 지역 내 반도체 인재 확보 필요성도 제기됐다. 삼성디스플레이 연구원으로 재직한 박설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여러 사회적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가운데 KTX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행렬이나 주말 가족 양산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삶의 질 전반에서 심화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청년 인구의 지방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사회적 차원의 신중한 검토와 설계를 통해 대한민국의 반도체 경쟁력이 동력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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