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카카오모빌리티에 PV5를 맡긴 이유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자율주행 서비스는 차량이 스스로 도로를 달린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운전자가 사라진 뒤 차량을 차고지에서 이동시키고 충전하며 승객에게 운행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까지 자동화해야 실제 사업으로 연결된다.

기아(000270)는 이 운영 구조를 PV5에 담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았다. 올해 데브키트(DevKit)를 탑재한 PV5를 자율주행 시범사업에 공급하고, 운행 과정에서 확인된 요구사항을 자율주행 서비스 전용 목적 기반 차량(Purpose Built Vehicle, PBV) 개발에 반영한다.

기아는 1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자율주행 서비스 전용 PBV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전용 차량 개발뿐 아니라 차고지 운영과 충전, 승객 안내 등 서비스 운영기술도 공동으로 검증한다.


데브키트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PV5의 차량 제어 시스템을 연결하는 장치다. 외부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조향과 제동 등 주요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 연동을 지원한다.

이번 협력의 출발점은 자율주행 기술을 PV5에 장착하는 것이지만, 기아가 궁극적으로 확인하려는 것은 차량과 서비스가 하나의 운영체계로 작동할 수 있느냐다.

◆카카오 운영 경험을 PV5 설계로

기아가 카카오모빌리티를 협력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실제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부터 서울 강남에서 자체 기술을 적용한 심야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뿐 아니라 카카오 T를 통한 차량 호출과 배차, 관제, 안전관리까지 서비스 전반을 직접 맡고 있다.

기아는 차량의 설계와 생산을 담당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용자와 차량이 만나는 서비스 현장을 제공하는 구조다.


자율주행 서비스용 차량은 일반 승용차와 요구 조건이 다르다. 하루 동안 반복 운행해야 하는 만큼 차량 가동률과 충전시간, 승객 승하차 편의성, 원격 제어 안정성 등이 차량의 상품성을 좌우한다.

이런 조건은 개발 단계에서 완전히 예상하기 어렵다. 실제 서비스에 투입했을 때 발생하는 차량 제어 문제와 이용자 불편, 운영 과정의 비효율을 확인해야 전용 차량에 필요한 사양을 구체화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현장에서 축적한 서비스 운영 데이터와 노하우를 자율주행 사업의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아 입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차량 구매자에 그치지 않고 PV5의 자율주행 서비스 적합성을 검증하는 개발 파트너다.

시범사업 이후에는 운영 결과와 사업계획에 따라 PV5 양산 차량 공급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기아가 카카오모빌리티 한 곳을 위한 차량을 만드는 것보다, 다른 호출·셔틀·물류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PBV의 기본 구조를 확보하는 데 이번 협력의 의미가 있다.

◆주행보다 남아 있는 운영 자동화

양사의 협력 범위가 차고지 내 원격 운전과 무선충전, 차량 내·외부 디스플레이까지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율주행차가 운행을 마친 뒤 사람이 차고지 안에서 차량을 옮기고 충전기를 연결해야 한다면 무인화에 따른 운영 효율은 제한된다. 승객이 탑승 차량이나 운행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도 운전자를 대신할 수단이 필요하다.

차고지 내 원격 운전 기술은 사람이 차량에 탑승하지 않고도 대기 장소나 충전 구역으로 차량을 이동시키는 데 활용된다. 무선충전은 충전 과정에서 필요한 사람의 개입을 줄이고, 내·외부 디스플레이는 승객에게 차량 식별과 탑승·운행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아가 차량 개발과 서비스 운영을 함께 묶은 이유다. 자율주행 서비스의 경쟁력은 스스로 달리는 능력뿐 아니라 차량을 얼마나 오래 운행하고 적은 인력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는 기아가 지난 2024년 PBV를 'Platform Beyond Vehicle(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로 재정의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기아는 PBV를 특정 용도의 차량에 한정하지 않고, 고객의 사업과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제시하고 있다.

PV5가 자율주행 사업자의 외부 소프트웨어를 받아들이고 충전과 차고지 관리까지 포함하는 차량으로 확장되면, 기아는 완성차 공급을 넘어 서비스 운영체계의 일부를 제공할 수 있다.

김상대 기아 PBV비즈니스사업부장 부사장은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협력을 통해 기아 PBV가 자율주행 시장 활성화와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해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Mobility Solutions Provider)로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의 성과는 PV5가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시범사업에서 확인한 운영 조건을 차량 설계와 양산 모델에 얼마나 반영하고, 이를 다른 서비스 사업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기아가 PV5를 통해 노리는 시장도 차량 판매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율주행 서비스가 실제로 움직이는 데 필요한 차량과 운영기술을 함께 제공하는 것, 이번 협력은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첫 실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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