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부처 업무보고 2일 차를 맞이한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디지털 피해 최소화를 위한 부처의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인공지능(AI) 대전환 흐름 속에 이같은 디지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의 등의 보고를 받으며 이러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시했다. 최근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관리체계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날 공공 부문에서 취약점 점검과 모의 해킹을 연 1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러한 범위를 확장해 정보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화이트 해킹 제도화가 대표적이다. 현재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가 기업의 동의를 얻어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동의가 없더라도 이러한 ‘허점’을 발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내년 후에는 이러한 부분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보보안의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도 힘을 실을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앤트로픽이 공개한 AI모델 ‘미토스’를 언급하며 “막힌다고 보고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미토스는 고도화된 프론티어 AI 모델로 사이버 보안 영역에서의 취약점 분석에 특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렇다 보니 국가 안보를 우려한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대상이 됐고 현재는 일부 제한을 해제했지만,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
◇ ‘딥페이크’부터 ‘청소년 SNS 몰입’까지… 대책 지시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다시 열어놨지만 언제 닫을지 모르는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에 보안 관련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켜 보안 특화 모델을 만드는 것을 연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은 “인프라를 더 지원할 수 있다면 (미토스급) 수준의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정보보안 문제뿐만 아니라 디지털을 악용한 사례가 증대되고 있다는 점도 이 대통령이 이날 업무보고를 통해 강조한 대목이다. 이러한 악용 사례가 궁극적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규범과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허위 정보’에 대한 역할론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문제도 짚고 넘어갔다. 이 대통령은 “요즘 인공지능 창작물인지 실제 상황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너무 실제 영상과 유사하다”며 “표시를 안 하면 정말 오해가 심하게 유발될 것 같다”고 했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이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는 취지로 언급하자 이 대통령은 “기관에서 어떻게 할지 방향을 명확히 정한 다음 협력을 구해야 된다”며 “어쨌든 여기에 대한 대비책이 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의 SNS 과몰입 문제 해소 방안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방미통위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14세 미만의 경우 가입을 제한하는 방식, 14세부터 19세까지는 과몰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의 노출을 제한하는 규제를 단계별로 모색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호주, 영국, 유럽 쪽이 16세 이하는 SNS 접근을 제한하는 법을 만든다고 한다”면서도 “국민적 공감 정도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생중계 되는 상황에서 채팅창을 통한 즉석 의견 수렴에 나서기도 했다.
AI 전환 속도가 빨라지며 새로운 유형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이 대통령이 이러한 디지털 피해 예방에 힘을 싣는 이유로 풀이된다. 이러한 변화 양상에선 사소한 잘못이 거대한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는 만큼, 강경한 원칙을 세우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이날 과징금 처분에 반발하는 쿠팡의 반발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과징금 액수가 좀 올라갔는데 ‘나만 표적으로 해서 이런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기업이 있다”며 “대한민국 정부의 방침은 제재를 강화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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