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흥행에 성공하면서 시장의 시선이 삼성전자로 향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이 국내 본주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현상이 나타나자 삼성전자도 같은 길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ADR 상장 검토설을 공식 부인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자금조달 필요성과 사업 구조, 현금창출력에서 차이가 큰 만큼 SK하이닉스의 성공 사례가 곧바로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입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은 지난 10일 미국 나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약 13%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전날 뉴욕증시에서는 27% 급등하며 국내 유가증권시장 본주보다 약 50%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상장 첫날 주요 증권사를 통한 국내 투자자의 SK하이닉스 ADR 매수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본주와 미국 ADR을 함께 매수하는 투자자도 늘면서 양국 시장에서 투자 열기가 이어졌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데뷔가 성공하자 다음 후보로 삼성전자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는 14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금융기관들과 ADR 발행 방안을 두고 예비 협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구체적인 상장 계획이나 주관사 선정 단계는 아니며 실제 추진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즉각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ADR 상장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사업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조달과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 필요성이 컸다.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신규 자금을 확보하고 해외 투자자 접근성을 높일 유인이 상대적으로 뚜렷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풍부한 현금성 자산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자체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 모바일과 TV, 가전, 반도체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미국 상장 이후 관리해야 할 공시 범위와 이해관계도 SK하이닉스보다 복잡하다. 투자자 저변 확대 효과와 상장 비용을 고려하면 당장 ADR을 추진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 상장에 따른 규제 부담도 적지 않다. ADR을 상장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체계에 맞춘 추가 공시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내부통제와 법률 대응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이에 따른 비용 부담 역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다만 삼성전자의 ADR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시장에서 국내 본주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미국 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의 환전·결제 부담을 줄이고 투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ADR의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ADR 흥행이 국내 본주 강세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ADR은 급등했지만 국내 본주는 증시 급락과 차익실현 매물의 영향으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이번 사례는 미국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가 당장 ADR 상장에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글로벌 자본시장 전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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