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글로벌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되면서 공장 가동 중단과 인력 감축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하반기 들어 북미 합작법인(JV) 공장을 가동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EV 생산라인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북미 합작법인인 ‘현대-SK 배터리 매뉴팩처링 아메리카(HMGMA)’는 지난달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 공장에서 상업 가동에 돌입한 뒤 초도 물량 생산을 시작했다. 총 50억달러가 투입된 이 공장은 연간 35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전기차 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초대형 거점이다.
EV 시장의 한파에도 불구하고 가동을 시작한 것은 현대차그룹의 북미 신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가동에 맞춰 배터리 공급 스케줄을 동기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SK온은 조지아주에 위치한 SK배터리아메리카(SKBA)와 합작공장을 함께 가동하며 북미 공급 거점을 다각화했으며, 이를 통해 하반기 완성차 업체에 대한 공급 대응력을 강화하게 됐다.
그동안 캐즘 여파로 가동 시점을 고민하던 나머지 배터리사 합작 공장들도 본격적인 가동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은 지난 7일(현지시간) 테네시주 스프링힐 2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 생산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지난 3월 설비 전환 투자를 발표한 지 불과 4개월여 만의 성과다.
얼티엄셀즈는 약 7000만 달러(약 1062억원)를 투입해 기존 EV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 LFP 라인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단 5개월 만에 끝마쳤다. 덕분에 지난 1월 일시 휴직 상태에 들어갔던 테네시 공장 직원들도 전원 현업에 복귀했다.
삼성SDI 역시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인디애나주 합작법인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1공장을 ESS 전초기지로 삼고 발 빠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총 4개 라인 중 3개를 ESS용으로 개조하고 있는 삼성SDI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연간 7GWh 규모의 삼원계(NCA) ESS 배터리 양산을 개시했다. 연내에는 LFP ESS 배터리도 생산할 방침이다.

국내 배터리사들은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급증하는 북미 ESS 수요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ESS 생산 역량을 대폭 확대하고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규 수주를 확보해 EV 캐즘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2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잠정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7조5602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7%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7% 줄었다. 다만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하며 3개 분기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오는 30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는 올해 2분기 매출 3조6723억원, 영업손실 61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는 이어지겠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전 분기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달 말 실적을 발표하는 SK온도 적자 폭을 줄이며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EV 시장 회복 지연으로 배터리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에 비해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었다”며 “고성장하는 ESS로의 신속한 전환이 수익성 회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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