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대웅제약의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을 문제 삼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기한 민원이 종결 처리됐다. 수개월간 이어진 유통업계의 공세는 동력이 약해진 반면 대웅제약은 유통 체계 개편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14일 제약·의약품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유통협회가 지난 5월 제기한 대웅제약 관련 민원을 지난달 26일 종결했다.
구체적인 종결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제출된 자료만으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정식 심사에 착수할 만한 증빙이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공정위는 민원 처리 규정에 따라 사건 요건을 충족하지 않거나 심사 불개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또는 혐의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절차를 종결할 수 있다.
블록형 거점도매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선정된 도매업체가 권역별 재고 관리와 배송, 반품·회수 등을 맡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여러 도매업체가 대웅제약에서 제품을 직접 공급받아 약국과 의료기관에 납품했지만, 새 체계에서는 선정된 거점도매가 권역 내 제품을 공급받아 다른 도매업체와 의료기관 등에 유통하는 중심 역할을 맡는다.
거점도매를 중심으로 재고와 주문량을 통합 관리해 배송 경로를 단순화하고 품절이나 과잉 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2월 입찰을 공고한 뒤 올해 2월 5개 거점도매업체를 선정하고 3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유통협회는 기존 직거래 도매업체의 공급권이 줄고 중소 유통사의 거래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특정 업체에 공급이 집중될 경우 품절이나 배송 지연이 발생했을 때 대체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성명서와 탄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대웅제약 본사 앞 집회와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기존 거래 종료와 거점 체계 도입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거래거절이나 차별적 취급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협회 측 입장이었다.
반면 대웅제약은 거점도매가 특정 업체에 물량을 몰아주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배송 효율과 재고 관리, 콜드체인 수준을 높이기 위한 유통 혁신이라고 설명해 왔다. 기존 도매업체도 거점도매를 통해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어 거래 자체가 제한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 민원 종결로 대웅제약은 ‘갑질’과 유통 질서 훼손 논란에 따른 부담을 일정 부분 덜게 됐다. 다만 공정위의 결정이 거점도매 정책의 적법성을 전면적으로 확인한 것은 아닌 만큼 기존 도매업체의 공급권과 공급망 안정성을 둘러싼 논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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