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14년 표류한 교보생명 IPO…이번엔 종지부 찍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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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그래픽=정수미 기자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교보생명이 다시 기업공개(IPO)에 시동을 걸었다. 2012년 재무적투자자(FI) 유치 이후 상장과 풋옵션 분쟁이 14년째 얽혀 있는 가운데, 이번 검토가 장기 분쟁을 매듭짓고 금융지주 전환의 발판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투자은행(IB)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들로부터 적정 기업가치와 공모 구조, 상장 시기 등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방어에서 시작된 IPO…14년 이어진 FI 갈등

교보생명 IPO의 출발점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하자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GIC), IMM프라이빗에쿼티(PE), EQT파트너스 등 FI(재무적투자자) 컨소시엄을 유치했다.

FI들은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했다. 계약에는 2015년 9월까지 상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 의장이 지분을 되사주는 풋옵션 조항이 담겼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기한 내 상장에 실패했다. FI들은 2018년 풋옵션을 행사하며 주당 40만9912원에 지분을 매입하라고 요구했고, 전체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했다.

신 의장이 가격 산정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갈등은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와 국내 소송으로 번졌다. 이후 IPO는 성장 전략보다 FI 분쟁을 풀기 위한 핵심 과제로 자리 잡았다.

◇세 차례 무산된 IPO…남은 건 FI 분쟁

교보생명은 2015년과 2019년, 2021년 세 차례 상장을 추진했지만 시장 환경 악화와 FI 갈등 등에 번번이 무산됐다. 특히 2021년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한국거래소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와 주요 주주 간 장기 분쟁에 따른 경영 안정성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적 공방도 현재 진행형이다. ICC는 2024년 신 의장에게 공정시장가치를 산정할 평가기관을 선임하고 관련 절차를 이행하라고 명령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하루 20만달러(약 3억원)의 간접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국내 법원은 1심에서 간접강제금 집행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현재는 신 의장 측의 재항고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FI 리스크는 과거보다 줄었다. 어피니티는 보유 지분 9.05%를 SBI그룹에 매각했고, GIC도 보유 지분 4.5%를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겼다. 어펄마캐피탈 역시 지분을 정리했다.

반면 IMM PE와 EQT파트너스는 각각 5.23%씩, 총 10.46%를 보유하며 풋옵션 관련 법적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이 주당 30만원 이상의 회수가격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의장이 이들 지분을 직접 인수하기에는 자금 부담이 큰 만큼 IPO를 통해 투자금 회수 통로를 마련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해법으로 거론된다. 상장이 성사되면 FI는 상장 후 블록딜 등을 통해 지분을 처분할 수 있고, 교보생명도 시장에서 형성된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협상에 나설 수 있다.

◇FI 출구 넘어 금융지주 전환으로

IPO의 의미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자본 확충과 FI 투자금 회수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금융지주 전환과 비보험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무게가 옮겨갔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완전자회사 편입도 추진하고 있다. 보험·증권·자산운용에 저축은행까지 더하며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갖춰가는 모습이다.

상장을 통해 객관적인 시장가치를 확보하면 금융지주 전환 과정에서 주식교환 비율 산정이 수월해지고, 향후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투자에 활용할 자금 조달 수단도 다양해질 수 있다.

다만 적정 기업가치와 남은 FI 분쟁은 여전히 변수다. 보험업종은 성장성 둔화로 국내 증시에서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어 공모가를 높게 책정하면 기관투자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다. 반대로 몸값을 낮추면 FI와 기존 주주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는 국내 증시 강세와 보험주 주가 회복으로 과거보다 상장 여건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주요 생명보험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여전히 1배를 밑도는 만큼 시장이 교보생명의 기업가치를 얼마나 인정할지가 관건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이전에 상장을 추진했던 시기와 달리 최근 증시 여건이 개선돼 실무 차원에서 상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IPO 추진이나 상장 여부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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