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민선 9기 보령시정은 이미 출범했다. 시민은 엄승용 보령시장을 선택하며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새로운 시정을 기대했다. 하지만 제10대 보령시의회는 개원 첫날부터 원구성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채 멈춰 섰다.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시민이 가장 먼저 마주한 의회의 모습은 협치가 아닌 파행이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6석씩을 차지한 보령시의회는 어느 한쪽도 일방적으로 의회를 운영할 수 없는 동수 구조다. 이런 의회일수록 힘겨루기보다 대화와 타협, 그리고 상생의 정치가 요구된다. 견제와 균형 속에서도 시민을 위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동수 의회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국민의힘 의원 6명 전원이 지난 1일 개원 임시회 본회의에 불참하면서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선출은 모두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전반기 원구성과 함께 후반기 의장직까지 사전 합의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미래의 의장직을 미리 약속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섰다. 결국 의회는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한 채 시민들에게 정치적 대립만 보여줬다.
양측 모두 나름의 명분을 내세운다. 국민의힘은 시민이 같은 당 소속인 엄승용 시장을 선택한 만큼 집행부와 의회가 안정적으로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최다선 의원이 의장을 맡아온 관례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어떤 명분도 의회를 멈춰 세운 결과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지방자치법 어디에도 특정 정당이나 최다선 의원이 반드시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반대로 시정 안정을 이유로 원구성을 장기간 미루는 것 역시 시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국민의힘은 시정 안정을 앞세워 의회를 멈춰 세웠고, 민주당도 관례를 내세운 채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 명분은 달랐지만 시민이 확인한 결과는 같았다. 제10대 보령시의회가 협치보다 정쟁을 먼저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원구성이 늦어질수록 조례안과 예산안 심사, 주요 현안 처리와 각종 정책 추진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의회의 공백은 행정의 공백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결국 시민에게 돌아간다. 민선 9기 출범 초기의 소중한 시간을 정치적 대립으로 허비할 만큼 지금의 보령은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보령시민은 의장 자리를 놓고 다투라고 시장과 시의원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인구감소에 대응하며 보령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달라는 뜻을 담아 권한을 맡긴 것이다. 그런데 제10대 보령시의회가 시민에게 처음 보여준 모습은 협치가 아닌 파행이었다. 이것이 과연 시민이 기대했던 지방자치의 모습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의장은 결국 선출될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잃은 시민의 신뢰는 의장 선출보다 훨씬 더 되찾기 어렵다. 시민은 누가 의장이 되는지보다 의회가 언제 정상적으로 일하기 시작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
지금 보령시의회가 먼저 세워야 할 것은 의장실의 주인이 아니다. 시민이 맡긴 보령의 미래이며, 무엇보다 시민의 신뢰다.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지방의회의 책무이자 시민과의 약속이다. 제10대 보령시의회가 더 늦기 전에 대립을 끝내고 정상화의 첫걸음을 내딛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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