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2000년생의 203cm 아포짓 이태호가 2년 만에 V-리그 무대에 오른다. 한국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이태호는 포르투갈, 체코 등 유럽 리그에서 ‘맨땅에 헤딩’을 하듯 부딪치며 배우고 돌아왔다.
한국전력이 다시 이태호와 손을 잡았다. 2026-2027시즌을 앞두고 선수 등록까지 마쳤다. 연봉 5100만 원과 옵션 2200만 원으로 총 7300만 원의 보수를 받는다.
앞서 6월 단양에서 열린 한국실업배구연맹&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에서 주포로 활약했다. 이태호는 “오랜만에 국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서 확실히 편한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태호는 2018년 고교생 신분으로 V-리그 문을 두드렸다. 당시 V-리그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한국전력 지명을 받고 프로 데뷔에 성공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장신 왼손잡이 아포짓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V-리그에서는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이 아포짓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태호에게 돌아갈 기회가 적었다. 군 복무로 자리를 비운 2021-2022시즌을 제외하고 5시즌 동안 총 54경기, 107세트 출전해 85점을 기록했다.
결국 이태호는 뛸 무대를 직접 찾아 나섰다. 그러던 2024년 10월 포르투갈행이 결정됐다. 당시 한국전력은 “이태호가 포르투갈 VC 비아나와 계약을 했다. 선수의 의사를 존중해 보내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포르투갈에서 한 시즌을 보낸 이태호는 2026년 겨울 이적 시장에 다시 한 번 해외에서 도전을 이어갔다. 올해 2월 체코 엑스트라 리그의 블랙 발리 베스키디에 입단했다.

아시아권 공격수들이 유럽 리그에서 살아남기는 힘들다. 피지컬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대신 수비력과 정교함을 인정받은 리베로, 세터 자원이 보통 유럽에서 뛰곤 한다. 이 가운데 일본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이시카와 유키가 이례적으로 공수 균형을 갖추며 10년 동안 이탈리아 1부리그에서 활약했고, 올해는 튀르키예에서 선수 커리어를 이어간다.
이태호의 경우 오히려 높이에서 우위를 점했다. 웜업존이 아닌 코트 위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또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안고 돌아왔다.
한국전력의 새 사령탑인 석진욱 감독의 부름을 받고 이제 V-리그 무대에 오른다. 이태호는 “감독님께서는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여기서 보여주자고 말하셨다. 갖고 있는 능력을 보여주면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말해주셨다”면서 “원래 2~3년 정도 해외에서 뛸 계획이었다. 석 감독과 미팅을 해서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며 V-리그 복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다가오는 시즌에도 한국전력은 아포짓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 베논과 함께 한다. 이태호로서는 베논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자신 있다. 베논이 안 풀릴 때는 분명 저한테 기회가 올 거다. 또 베논이 후위로 내려갔을 때 제가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임무가 있을 거다. 서로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보겠다”며 힘줘 말했다.

아울러 해외에서 접한 경험들을 V-리그에서 녹일 계획이다. 이태호는 “포르투갈에서는 미들블로커 선수들이 좋았고, 체코에는 좀 더 다재다능한 선수들을 많았다. 제가 가는 팀들이 리그 상위권 팀들은 아니었지만, 범실 없는 플레이나 블로킹, 수비 면에서는 제 역할을 하고 돌아온 것 같다. 무엇보다 경기를 뛰다 보니 느는 것도 좀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국내에서는 각 구단들이 철저하게 소속 선수 관리를 한다. 해외에서는 다르다. 이태호는 온전히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거의 혼자 생활을 했다. 그래도 학교 다닐 때 영어 공부를 했었기 때문에 준비하는 게 좀 더 수월했다”면서 “이 경험 덕분에 사람으로서 더 성숙해지고 성장했다. 이전까지 인생에 굴곡이 없었는데 정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왔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끝으로 이태호는 “다시 한국에 왔으니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잘 갔다 왔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더 단단해진 이태호의 새로운 날갯짓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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