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자 기름값 '껑충'…검찰, 정유 4사 '유가 담합' 혐의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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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속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내 한 주유소를 찾은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을 틈타 기름값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국내 정유 4사와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6일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가격결정부서 부서장 A씨를 구속기소하고, 책임매니저 B씨와 법무실장 C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D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 등 정유 4개 법인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24년 7월부터 2026년 2월까지 SK에너지 임직원들과 유가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환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A씨는 올해 3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 SK에너지 가격결정부서 책임자와 석유제품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미국·이란 전쟁 직후 국제유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하자 수사에 착수했으며, 당시 정유사들이 이미 상당한 양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어 공급 원가가 급등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모든 회사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으로 공급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직접 담합 규모를 14조2000억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담합 가격을 사실상 추종한 '의식적 병행행위'까지 더하면 총 26조원 규모의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국내 정유시장이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가 가격을 주도하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이를 따라가는 구조이며, 정유 4사의 시장점유율이 98.6%에 달하는 완전 과점 체제라는 점을 담합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특히 전쟁 직후 담합은 일시적 일탈이 아니라 수년간 이어진 담합 관행이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GS칼텍스와 에쓰오일 직원들이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인상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우리 올해 2조 벌 듯", "트럼프 만세" 등의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검찰은 이들 회사의 행위가 경쟁질서를 저해하는 전형적인 의식적 병행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현행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며 기소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정유업계의 '전량구매계약' 관행도 재판에서 다뤄진다. 검찰은 정유 4사가 2021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자영주유소와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한 뒤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 제품만 구매하도록 강제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공급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하고, 계약을 위반해 다른 유통 경로에서 석유제품을 구매할 경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비용 환수, 보너스카드 중단 등 각종 불이익을 부과하는 계약 구조를 유지했다. 이로 인해 자영주유소들은 더 저렴한 공급처를 선택할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증거인멸 정황도 확인됐다. HD현대오일뱅크 법무실장 C씨는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 계획을 미리 파악한 뒤 타사 가격 정보가 담긴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D씨는 공정위 조사 전 가격 결정 회의 자료가 담긴 사내 메신저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정유사 3곳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실제 공급가격 인상 폭보다 낮은 가격을 허위 보고한 사실도 확인했으며, 향후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등 후속 조치를 협의할 계획이다.

검찰은 "국가적 혼란을 틈타 담합과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유가를 교란한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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