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안 팔리던 보험사에 다시 줄 섰다…보험 M&A 살아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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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과 KDB생명, 예별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 매물이 동시에 시장에 나오면서 보험업계 M&A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수년째 새 주인을 찾지 못했던 보험사들이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의 중심에 섰다. 과거 번번이 유찰됐던 보험사들이 다시 인기 매물로 떠오른 배경에는 몸값 하락과 인수 부담 완화, 보험시장 저성장이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대주주 JKL파트너스가 공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인수 검토 사실을 공식화한 가운데 오는 8월 본격적인 매각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KDB생명 매각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예비입찰에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한국투자금융지주, 태광그룹 등이 참여했다. 현재 실사와 경영진 프레젠테이션(MP)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후 본입찰이 예정돼 있다.

예별손해보험도 재매각 과정에서 예상보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본입찰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흥국화재, OK금융그룹, JC플라워 등 4곳이 참여하며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예금보험공사는 평가를 거쳐 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보험사 매각이 동시에 흥행하는 것은 최근 수년간 보기 드문 모습이다. 롯데손해보험과 KDB생명은 여러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고, MG손해보험 계약을 이전받아 설립된 예별손해보험 역시 지난 4월 공개 매각이 유찰됐다.

과거 보험사 M&A는 높은 몸값과 대규모 자본 확충 부담이라는 이중 장벽에 가로막혔다. 보험사를 인수한 뒤 지급여력비율(K-ICS)을 맞추기 위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추가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결국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보험사 가치 산정 기준이 과거보다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매도자들도 현실적인 가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롯데손해보험은 한때 2조원 안팎으로 거론됐던 몸값이 최근에는 1조원 수준까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DB생명 역시 시장에서 평가받는 적정 가치가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다.

인수 이후 필요 자본 확충 부담도 줄었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지난해 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예별손해보험 역시 예금보험공사가 자금 지원을 전제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수자가 거래 직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매각 측이 일부 부담을 분담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인수 부담이 한층 완화됐다는 평가다.

보험시장 성장성이 둔화한 점도 M&A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신규 계약을 통한 외형 확대가 갈수록 어려워졌고, IFRS17 도입 이후에는 수익성과 계약서비스마진(CSM)의 중요성이 커졌다. 기존 고객과 영업조직, 계약 포트폴리오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는 M&A가 신규 영업보다 효율적인 성장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주요 보험사 M&A 현항. /그래픽=정수미 기자

인수 후보들의 전략도 제각각이다. 신한금융은 상대적으로 약한 손해보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한EZ손해보험만으로는 시장 영향력이 제한적인 만큼 롯데손해보험을 확보해 손보 사업 기반을 단기간에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보험업 진출 자체가 핵심 목표다. 증권과 자산운용, 저축은행, 캐피탈 등 대부분의 금융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보험 계열사가 없는 만큼 롯데손해보험과 KDB생명, 예별손해보험 등 주요 매물을 모두 검토하며 종합금융그룹 체제 완성을 노리고 있다.

삼성생명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대형 M&A에 신중했지만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신규 M&A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KDB생명 인수를 위해 부사장급 임원을 포함한 전담 TF를 꾸리고 회계·법률 자문사를 선정하는 등 검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흥국화재와 OK금융그룹도 각각 시장점유율 확대와 보험업 진출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갖고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예비입찰 흥행이 실제 거래 성사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예비입찰은 매물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성격도 강한 만큼 참여 기업이 끝까지 인수를 추진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한국투자금융처럼 여러 보험사를 동시에 검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향후 실사 과정에서 자산 건전성과 계약 포트폴리오, 추가 자본 투입 규모 등을 확인한 뒤 본입찰 단계에서 일부 후보가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하반기 보험업계 M&A의 성패는 가격과 인수 조건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매도자는 기업가치를 최대한 인정받으려 하고, 인수자는 향후 자본 확충 부담까지 감안해 가격을 낮추려 할 수밖에 없다. 가격과 조건에 대한 이견을 얼마나 좁히느냐에 따라 수년간 멈춰 있던 보험업계 재편이 본격화할 수도, 다시 장기 표류할 수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보험사를 인수하면 곧바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구조가 많이 달라졌다”며 “보험시장 성장성이 둔화한 상황에서 외형과 계약가치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M&A인 만큼 당분간 보험사 매물을 둘러싼 경쟁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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