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2위 이륜차 제조기업 KR모터스가 중대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코스피시장에 입성한 지 어느덧 반세기가 지난 가운데, ‘퇴출 카운트다운’이 임박한 것이다. 실적 개선을 위한 M&A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주식병합 등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이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 동전주에 저조한 시총… 50년 코스피상장사 ‘비상’
KR모터스는 1917년 설립돼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효성그룹 계열사로 1990년대까지 피혁사업에 주력하다 합병 및 사업 재편을 통해 효성기계공업으로 새롭게 출발했고, 이후 SNT그룹을 거쳐 2014년 코라오그룹 품에 안기며 KR모터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국내를 대표하는 이륜차 제조기업 중 하나이자, 유일하게 엔진부터 완성 이륜차까지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KR모터스는 특히 1976년 5월 코스피시장에 상장해 상장사로서도 50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예사롭지 않은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실 상장사’ 퇴출에 박차를 가하고 나서면서 코스피시장 퇴출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발표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통해 4대 상장폐지 요건 강화 계획을 내놨다. 기존에 추진 중이던 상장폐지 대상 시가총액 기준 상향을 더욱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도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부실 상장사 퇴출에 박차를 가하는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KR모터스는 30일 주가가 277원에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239억원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하반기부터 상장페지 대상에 포함되는 동전주일 뿐 아니라 상향 조정될 코스피시장 상장폐지 대상 시가총액 기준도 충족하지 못한다. ‘퇴출 카운트다운’이 임박한 것이다.
저조한 주가 및 시가총액은 원인으로는 장기적인 실적 부진과 그에 따른 재무부담 가중, 그리고 사업여건 악화에 이르는 ‘총체적 난국’이 꼽힌다.
KR모터스는 지난 10년 간 영업손익 흑자를 기록한 게 2020년 한 번 뿐이다. 기간을 더 넓혀보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간 뒤 다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시작된 당기순손실은 여전히 흑자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장기 실적 부진은 재무악화로 이어졌으며 자본잠식에 빠지고, 무상감자 및 자금조달을 통해 이를 해소하는 일이 반복됐다.
사업여건도 녹록지 않다.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확대됐던 이륜차 수요는 최근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배달용 이륜차 시장을 혼다를 비롯한 일본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 등 수입산 저가 제품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업체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양상이다. 정체된 배달용 이륜차 시장과 달리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고급·레저용 이륜차 시장 역시 해외 고급브랜드의 강세가 뚜렷하다.
이 같은 상황 속에 KR모터스가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먼저, 최근 최종 무산되기에 이르렀지만 2024년부터 최대주주 측이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또한 올해 초에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자동차 부품업체 다이나맥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동전주 탈출을 위한 주식병합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당면한 코스피시장 퇴출 위기가 상당히 심각하다. KR모터스는 동전주를 벗어나기 위해 기존 주식 5주를 1주로 합치는 주식병합을 진행 중이지만, 이는 해결책이 되기 어려운 상태다. 기존 주가가 액면가를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부실 상장사가 주식병합을 통해 동전주를 손쉽게 벗어나는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주식병합 이후 주가가 액면가 미만인 경우에도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KR모터스는 현재 주가 기준으로 주식병합시 주가가 1,385원, 액면가는 2,500원으로 상장폐지 요건이 해소되지 않는다.
시가총액도 문제다. KR모터스가 7월부터 상향 조정되는 코스피시장 상장폐지 대상 시가총액 기준을 넘기 위해선 주가가 348원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주가 대비 25% 이상 상승이 필요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6개월 뒤인 내년부턴 이 기준이 500억원으로 재차 상향 조정된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선 주가가 2배 이상 상승해 579원을 넘겨야 한다.
코스피상장 50주년을 맞은 해에 불명예 퇴출 위기에 직면한 KR모터스가 이를 타개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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