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지속가능항공유(SAF) 의무 혼합 시행을 앞두고 비용 부담 증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AF는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꼽히지만, 현재 공급량이 많지 않아 일반 항공유 대비 가격이 3∼4배 수준으로 비싸다는 점에서 항공사의 연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0일 오전,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는 SAF의 안정적인 공급과 비용 저감 방법 등을 논의하는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미디어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주한미국대사관, 한국바이오연료포럼, 미국곡물바이오제품협회가 공동으로 마련했으며, SAF 시장 확대와 바이오에탄올 기반 항공유(알코올 두 제트) 생산기술의 필요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먼저 우리 정부는 당장 내년부터 항공 분야 탄소 감축을 위해 항공사들이 운항하는 항공편 가운데 국제선 노선 항공편에는 SAF를 1% 의무 혼합 사용을 시행한다. 이어 SAF 혼합비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SAF 혼합 비율 확대에 대비해 공급망 확보부터 SAF 비용 저감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문제는 현재 SAF 생산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기존 정유 공정에 폐식용유(UCO) 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해 항공유와 함께 SAF를 생산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해 공급 중이지만 물량이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날 2026 서울 바이오연료와 SAF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한 김주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료공급망 담당 매니저는 “항공업계에서 SAF를 혼합해 사용하는 이유는 대부분 정부의 탈탄소 정책을 따르기 위함”이라며 “지난해 유럽의 SAF 의무화 시행 후 SAF 가격이 일반 항공유 대비 약 3∼4배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전체 항공유 소비에서 SAF 생산량이 1%가 채 되지 않는 정도로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SAF 사용이 의무화되면 항공사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며 “SAF의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정책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항공사들이 일본·중국 등 단거리 국제선에 주로 투입하는 차세대 항공기(보잉 B737-8 등)의 경우 연료 효율은 기존 항공기 대비 크게 개선됐지만, SAF 가격 자체가 높은 상황에서는 일정 수준의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대표적인 단거리 기종인 보잉 B737-8과 에어버스 A321네오를 기준으로 인천∼도쿄 나리타 노선(약 780마일, 1,250㎞)을 운항한다고 가정하면, 편도 기준 항공유 사용량은 약 3,100∼3,700ℓ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반 항공유 가격을 1ℓ당 약 1달러 수준으로 계산하고, SAF 가격을 일반 항공유 대비 3배 수준으로 가정하면 단거리 기종 기준 SAF 1% 혼합 시 편도 약 10만∼15만원 정도의 추가 연료비가 발생한다.
한일노선 단거리 항공편에서는 승객 1인당 부담으로 환산하면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보인다. SAF 1% 혼합에 따른 비용 증가는 승객 1명당 수백 원 수준일 수 있다.
문제는 장거리 노선에서 SAF 비용 부담이다. 특히 SAF 혼합 비율이 확대될 경우 장거리 국제선에서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항공기 탑재 연료량 자체가 단거리 노선 대비 많다. 에어버스 A350-900과 보잉 B787-9·B787-10 등 장거리 기종을 기준으로 인천∼파리, 인천∼뉴욕,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을 운항한다고 가정하면 SAF 1% 혼합만으로도 편도 운항편 기준 수백만 원 수준의 추가 연료비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인천∼파리 노선의 경우 SAF 1% 혼합 시 일반 항공유 대비 약 250만∼330만원, 인천∼뉴욕 노선은 약 300만∼450만원,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은 약 260만∼350만원 수준의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SAF 가격을 낮추고 항공업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SAF 생산 기반 구축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SAF 공급망 확보를 위해 경제산업성(METI) 주도로 ‘SAF 제조 설비 구축 지원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SAF 생산시설 투자에 대해 사업별 심사를 거쳐 설비 투자비 일부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생산 초기 단계에서 기업의 투자 부담을 낮추는 구조다.
일본은 정유사와 항공사가 SAF 생산 프로젝트와 구매 계약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요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생산 설비 확대를 통해 SAF 공급량을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간담회에 연사로 참여한 에린 하이트캠프 지보(Gevo) 부사장도 일본의 SAF 시설 구축 지원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하이트캠프 부사장은 바이오에탄올을 활용해 항공유를 생산하는 ATJ(알코올-항공유 전환)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ATJ는 옥수수, 사탕수수 등에서 생산한 에탄올을 항공유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는 이미 대규모 바이오에탄올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어 폐식용유보다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이트캠프 부사장은 “항공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액체연료 외에는 탈탄소화 선택지가 많지 않다”며 “예측되는 SAF 부족분을 채우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다수의 ATJ 프로젝트가 최종투자결정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병인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도 “폐식용유 기반 HEFA 방식과 코프로세싱은 당장 접근하기 쉽지만 원료와 공정상 제약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바이오에탄올 기반 ATJ 등 다양한 기술 경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를 비롯해 SAF 사용 확대는 탈탄소를 위해 막을 수 없는 만큼 정부가 ATJ를 비롯해 SAF 생산시설 구축 과정에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최종적으로 안정적인 SAF 공급망 구축 및 생산 단가 인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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