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범야권은 이재명 정권이 입지 결정을 두고 기업을 압박했다며 공세를 펼쳤다. 반면 여당은 이를 두고 ‘낡은 정치’라고 비판하며 기업의 자발적 결정을 정쟁 소재로 삼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을 호남에 보내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용수·전기·인력과 같은 여건은 기업이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이번 투자에 정권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대구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구을)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들은 대구·경북의 첨단산업 생태계를 강조하며 “특정 지역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산업정책으로 연결된다면 지역 간 갈등을 키울 뿐 아니라 국가 전체 산업 경쟁력도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전남·광주의 발전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지역 발전은 산업 경쟁력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 모든 정책 결정 과정 공개 △민간기업 투자 판단에 정치 개입 배제 △산업 경쟁력·경제성 원칙에 따른 산업 추진 등을 요구했다.
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의원들 사이에서는 정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구을)은 “지방선거 이후 결정 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졌고, 청와대에서 먼저 목소리가 나와 압박하는 듯한 모습이 나왔다”며 “경제 분야에서 주체는 기업이어야 하는데 본말이 전도 됐다”고 꼬집었다. 또한 전력 수요가 풍부해 전력 공급 안정 지역으로 꼽히는 영남권이 이번 입지 선정에서 고려되지 않은 것에 의문을 품기도 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태를 ‘지역 갈등 2탄’으로 규정했고, 이인선 위원장은 “대구·경북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떨어지고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 추진을) 밀어붙이는 건 다분한 의도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범야권도 SNS를 통해 반발을 이어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반도체 공장입지를 정권이 정하면 안 된다”며 “삼성과 하이닉스도 결국 정권 눈치를 보고 공장을 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조차 첫 팹 가동까지 6년이 걸린다는 점과 1년만 늦어도 시장을 뺏기는 산업이라는 점을 짚으며 “이재명 정권의 임기에 맞춰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동훈 의원 역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가동도 안 된 시점에서 포화 상태를 이유로 정부가 전남·광주행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 의원은 “미래에 예상되는 포화라면 정부가 먼저 특정 지역을 정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객관적으로 (입지를)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며 이번 산업을 민주당 명·청 대전의 총알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공세를 ‘낡은 정치’라며 정면으로 받아쳤다. 같은 날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안도걸(광주 동구남구을)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투자 결정마저 정쟁의 소지로 삼으며 근거 없는 비판과 지역 갈등 조장에 몰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범야권이 제기한 ‘호남 특혜설’과 ‘수도권 배제론’에 대해 “(전남·광주 반도체 클러스터는)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상호 보완 관계”라며 “결국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의 장점을 살려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상생 모델”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전남·광주가 새로운 투자 후보지로 검토되는 것을 두고 ‘경제적 판단의 결과’로 규정지으며 정치적 고려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경기 용인정에 지역구를 둔 이언주 민주당 의원 역시 전날(24일) SNS를 통해 “이번 투자는 용인과 별도로 글로벌 반도체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서 추가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힘을 보탰다. 안 원내부대표는 범야권을 향해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 한국의 미래 사업을 위해 초당적 협력에 동참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도 온도 차는 감지된다. 전북 지역구의 김의겸 민주당 의원(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갑)은 이날(24일) SNS를 통해 반도체 투자를 환영하면서도 “‘광주 몰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나눠서 배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장 효과적인 시나리오는 한 회사는 전북에, 다른 한 회사는 전남·광주권에 배치하는 전략이라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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