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체불·가짜 노동자까지…대지급금 4억2300만원 부정수급 적발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임금체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대지급금 제도를 악용한 사례가 다시 드러났다. 허위 근로관계와 가짜 체불 진정 등을 통해 국가 기금을 빼내려 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부정수급 차단과 실제 체불 노동자 보호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대지급금이 지급된 사업장 104곳을 대상으로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6개 사업장 관련 58명이 총 4억2300만원 규모의 대지급금을 부정수급했거나 수급을 시도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대지급금은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에게 국가가 일정 범위의 체불임금을 먼저 지급한 뒤 사업주에게 해당 금액을 회수하는 제도다. 임금체불 피해자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지만 일부 사업장에서는 허위 서류와 허위 진정을 통해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대표 사례는 건설현장 관련 허위 근로관계 신고다. 원도급업체 대표와 하도급업체 대표들이 공모해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을 원도급업체 소속인 것처럼 꾸민 뒤 대지급금을 신청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23명 명의로 1억2200만원 상당의 대지급금이 지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체불이 없는데도 임금과 퇴직금이 밀린 것처럼 꾸민 사례도 있었다. 한 제조업체에서는 사업주와 노동자들이 공모해 허위 체불 진정을 제기했고, 일부는 대지급금을 지급받거나 신청을 시도했다. 건설현장 청소업체에서는 실제 근무하지 않은 사람을 체불 노동자로 내세우거나 체불액을 부풀리는 방식도 동원됐다.

전문가들은 부정수급의 배경으로 제도에 대한 도덕적 해이와 체불 사실 검증의 어려움을 함께 꼽는다.

노서림 노무법인 길 대표노무사는 "국가가 대신 돈을 준다는 인식이 강해지면 일부 사업주에게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다"며 "실제 근로관계나 체불임금 규모를 확인할 자료가 사후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정수급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종국 노무법인 산재 수원 대표노무사는 이번 사례에 대해 "일반적인 사업주와 노동자의 문제라기보다 일부 집단의 도덕적 해이와 브로커 개입 가능성이 큰 사안으로 보인다"며 "사업주와 노동자가 공모한 조직적 부정수급 가능성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대지급금 부정수급 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용부는 2024년에도 대지급금 부정수급 기획조사를 통해 17개 사업장, 461명에 대해 22억2100만원 규모의 부정수급을 적발했다. 당시 주요 유형도 허위 근로자 청구, 근로자 명의 빌려주기, 체불임금 부풀리기 등이었다.

제도 규모가 커진 점도 관리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25년 도산대지급금은 693억원, 간이대지급금은 615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에는 임금체불액 증가 영향으로 대지급금 지급액이 전년보다 5.4% 늘었고, 2025년에는 체불근로자 감소로 5.5% 줄었다.

정부는 회수 절차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12일부터 대지급금 변제금 징수에 국세 체납처분 절차가 도입됐다. 기존에는 민사 집행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앞으로는 압류와 공매 등 강제징수 절차를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회수 기간이 평균 290일 이상에서 158일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 미변제 사업주에 대한 압박도 시작됐다. 고용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5월29일 장기간 대지급금을 변제하지 않은 사업주 2057명, 미변제금 3868억원에 대해 첫 신용제재를 실시했다. 대상은 대지급금 지급일 다음 날부터 1년 이상 지나고 미회수금 합계가 2000만원 이상인 사업주다.

다만 단속 강화가 실제 체불 노동자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세 사업장이나 건설 하도급 구조에서는 근로관계와 체불액을 입증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노 대표노무사는 "실제 체불이 발생한 노동자가 입증 부담이나 조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청을 주저할 가능성도 있다"며 "대표자 가족 등 부정수급 가능성이 높은 범위는 합리적으로 조사하되, 선의의 체불 노동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노무사는 신청 자체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진짜 체불임금이 있는 노동자라면 신청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다만 요건 검토가 지나치게 까다로워질 경우 실제 받아야 할 사람이 대지급금을 지급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부정수급이 확인된 사안에 대해 환수와 추가징수, 형사처벌 등 조치를 병행할 방침이다. 또 올해 하반기에도 부정수급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획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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