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우리은행이 최근 6년간 국내 금융권 최다 금융사고 기록으로 구설에 오른 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수십억 규모 금융사고가 확인돼 난감해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그간 성과에만 집중하며 리스크 관리 체계와 디지털 고도화 등 내실 다지기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확산 중이다. 이와 맞물려 임 회장 2기 체제가 앞세운 AX 추진에도 차질 우려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지난 16일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40억800만원 규모의 대출 사기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대출 신청인이 상가 분양 계약서를 위·변조해 과다 대출을 편취한 전형적인 할인 분양 사기 수법이다. 사고는 2024년 8월 발생했으나, 은행은 최근 수사기관의 자료 요청을 받고서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인 사기' 사전탐지 어렵다?...'금융사고 1위' 불명예가 더 커
금융권에서는 단순히 대출 사기 피해 규모보다도 사고 발생 이후 장기간 내부적으로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여신 심사 과정의 교차 검증 시스템과 사후 탐지 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할인 분양을 숨기고 정상 분양가로 계약서를 제출해 대출 받은 차주의 사기 혐의가 핵심으로, 은행이 사전에 인지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최근 6년 간 '금융사고 최다 기관' 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어, 견고해진 부정적 이미지가 쉽사리 부서지긴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발생한 누적 금융사고 금액이 총 2309억원(50건)으로 은행권 1위를 기록했다.
2022년 700억원대 본점 횡령부터 2024년 김해금융센터 180억원대 횡령에 이어 오피스텔·아파트 허위 서류 대출 사기가 연달아 터졌다. 해외에서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우리소다라은행)에서 허위 신용장(L/C)에 속아 1000억원대 무역금융 사기 사고도 일어났다. 특히 2020년부터 발생한 손태승 전임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700억원 규모 부당대출 가운데, 380억원은 임 회장 재임 기간까지 이어진 것이 밝혀지며 부실한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기초체력 없이 AX추진...내부 시스템 고도화부터 점검해야
이러한 상황은 임 회장이 최근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AX 전략마저 흔들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지주 직속 AX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에이전틱 AI 전담 팀을 신설하는 등 전사적인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베스핀글로벌과 손잡고 금융권 망분리 규제 환경에서 최신 AI기술 실험·검증 기반도 마련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본격적인 AI 도입 이전에 기본적인 디지털 경쟁력과 내부 시스템 고도화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우리은행 모바일앱(MAU) 순위는 시중은행 중 5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통합 금융 플랫폼 구축 및 고도화에서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데이터와 플랫폼 경쟁력 등 기초 체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AI 전환은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시장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80억 횡령' 책임 인사→IT 조직 총괄로...비전문가 낙하산 논란
여기에 과거 박구진 부행장을 둘러싼 인사 논란이 재조명되며 임 회장의 디지털 전략 진정성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박 부행장은 지난해 경남 김해금융센터 180억원대 횡령 사고 당시 준법감시인으로 재직하다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쇄신 의지를 강조하며, 박 부행장 사임을 인적 쇄신 사례로 크게 평가해 소개했다.
그러나 이후 박 부행장은 그룹 내 IT 관련 조직 총괄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통제 실패 책임을 지고 사임한 인사에게 그룹 미래 영역의 지휘봉을 맡긴 것도 논란이지만, 고도의 기술 전문성과 플랫폼 이해도가 요구되는 곳에 비전문가를 장으로 앉힌 모순적 인사는 AX 추진 의지에 의구심을 키웠다.
임 회장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등을 통해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잇따른 금융사고와 디지털 경쟁력 논란이 지속되면서, 내부통제 관리와 시스템 혁신을 동시에 이끌 적임자인지에 대한 시장의 검증은 한층 더 엄격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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