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재건은 불씨일 뿐"…건설株, 다음 무대는 '원전·AI 인프라'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발효된 가운데 중동 재건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건설주가 최근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갔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조정을 단기 과열 해소 과정으로 해석하며 원전과 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장기 업사이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건설지수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3일 1301.31에서 5월7일 1952.46까지 급등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과 단기 과열 부담이 반영되며 이달 16일 1666.21, 17일에는 1577.75까지 조정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에 따른 재건 사업 기대감이 건설주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전 이후 에너지 시설과 인프라 복구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면서 삼성E&A와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 주요 건설주들이 강세를 나타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건설주 강세를 단순한 재건 테마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 재건 사업이 발주와 수주, 실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제재 완화와 후속 협상, 금융·보험 관련 승인 절차 등이 남아 있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건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중기적으로는 재건 사업 수주,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 측면에서 건설업종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 증권가가 보는 '진짜 수혜'…원전·에너지 인프라

오히려 증권가가 더 주목하는 부분은 원전과 에너지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장기 발주 증가 가능성이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안보 중요성 부각으로 각국이 원전과 에너지 설비 투자를 확대하면서 건설사들의 수주 기회도 함께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대표 수혜주로는 현대건설과 삼성E&A가 거론된다. 현대건설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시공 경험과 미국 홀텍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신규 원전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수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신규원전 부지선정평가를 통해 경북 영덕을 신규 대형원전 후보지로, 부산 기장을 국내 첫 상용 SMR 후보지로 선정한 점도 원전 산업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안보 강화 기조가 맞물리면서 원전이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투자 사이클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E&A는 중동 플랜트 경쟁력을 기반으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청정수소, 청정암모니아 등 뉴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중동 재건뿐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규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중동 플랜트 호황기와 달리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이 달라졌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과거에는 저가 수주 경쟁과 일괄수주(LSTK) 방식으로 수주가 늘어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수익성을 우선하는 선별 수주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수주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기대감이 주가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그 기대감이 실제 수주와 실적으로 연결되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구간"이라며 "원전 EPC 본계약 체결과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 등 핵심 이벤트가 순차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AI 데이터센터도 새 먹거리…"건설업 보는 시각 달라졌다"

여기에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도 건설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거론된다.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서는 전력망과 변전소, 냉각시설, 산업단지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동반되는 만큼 관련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상업용 건물과 달리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냉각 설비, 통신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 1개 프로젝트만으로도 전력망 증설과 변전 설비 구축, 부지 개발 등이 함께 이뤄져 건설사 입장에서는 복합 인프라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관련 투자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인프라 시장 역시 장기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동 재건 기대가 최근 건설주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원전과 에너지 인프라, AI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 확대가 업종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며 "과거 건설업이 경기 민감 업종으로 분류됐다면 이제는 에너지와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 산업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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