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최지혜 서울대학교 소비자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겸 <트렌드 코리아> 공저자는 “K-브랜드의 글로벌 영향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적 유행을 넘어 경제와 국가 이미지로 환산되는 자산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17일 최지혜 연구위원이 2026 마이데일리 비즈 포럼에서 ‘K-브랜드,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 지속’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현재 K-브랜드의 영향력은 디지털 화면에서 시작해 오프라인 공간을 거쳐 인간의 ‘신체’와 의료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최 연구위원은 “K-브랜드는 이미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성과의 정점에서 지금은 ‘얼마나 컸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단순히 ‘K’라는 라벨에만 기대는 맹목적인 프리미엄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K-브랜드 성장 배경으로는 소비자가 자신 감정을 전환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 ‘필코노미’를 꼽았다.
최 연구위원은 “이제 소비는 필요한 것을 사는 행위를 넘어 내 기분과 감정을 관리하기 위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감정에 따라 ‘느낌 좋은 공간’과 경험을 찾아다니며 자신만의 감정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의 방한 계기 1위는 ‘한류 콘텐츠를 접하고 나서’로 나타났다. 2024년 방한 외국인 수는 전년 대비 48.4% 증가한 1637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관광 소비액은 33.9% 늘어난 9조3000억원에 달했다. 외래 관광객 재방문율도 54.7%에 이른다.
그는 “한류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감정적 연결이 실제 방문과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며 “K-브랜드 역시 팬들과의 감정적 관계를 통해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전 세계 Z세대(1997~2006년생)의 소비 놀이터로 자리 잡은 데는 ‘픽셀라이프’가 있다.
최 연구위원은 “요즘 젊은 소비자들은 짧고 다양한 경험을 계속 쌓으며 자신의 삶의 해상도(픽셀)를 높여가고 있다”며 “팝업스토어처럼 유지 기간은 짧아졌지만 경험의 종류는 늘어나는 현상이 대표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젊은 세대는 제품 자체보다 그 제품을 통해 얻는 경험과 기억을 축적하며 수집한다”며 “K-브랜드도 소비자에게 얼마나 신선한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험 소비는 신체와 웰빙 영역인 ‘건강지능’으로 확장 중이다. 2024년 K-뷰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20.3% 성장한 102억달러로 세계 3위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외국인 환자 진료과 중 피부과 비중은 56.6%로 가장 높았으며, 전년 대비 194.9% 증가했다.
최 연구위원은 “최근에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줄을 서는 시대가 됐다”며 “한국만의 미적 기준과 관리 경험 자체가 새로운 K-콘텐츠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양적 성장의 이면에 가려진 ‘성장률 둔화 신호’를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소비자가 가격을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가격과 가치를 암호 해독하듯 꼼꼼히 따져보는 ‘프라이스 디코딩’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그는 “Z세대는 이제 ‘K-브랜드’가 붙어서가 아니라 ‘값할 만해서’ 지갑을 연다”며 “가격에 걸맞은 효용이 정당화되지 않는 프리미엄 라벨은 시장에서 빠르게 외면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다음 10년 전략으로 최 연구위원은 ‘근본이즘’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이 그럴듯한 표면과 양식을 대량 복제하고, 어디서나 똑같은 ‘K풍’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시대일수록 오직 인간만이 지킬 수 있는 진짜 경험과 문화적 깊이가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최 연구위원은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생성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인간의 오감으로 겪는 실제 경험과 문화적 고전미, 사람의 손길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진다”며 “표면적인 유행을 쫓기보다 브랜드의 문화적 근본을 단단히 해야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트렌드는 변하지만 근본은 국가와 기업의 자산이 된다”며 “K-브랜드의 다음 10년은 더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본질과 감정, 경험을 결합해 어디로 달릴지 방향을 정확히 아는 것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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