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부실채권(NPL)은 단순한 은행 건전성 지표가 아니다. 은행 장부에 쌓이는 부실은 기업과 가계, 한국 경제의 취약한 단면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마이데일리는 'NPL의 그림자' 시리즈를 통해 부실채권 증가의 이면과 그 속에 담긴 경제의 경고 신호를 짚어본다.
① 부실채권 5년 만에 최대인데…은행들은 왜 안 팔까
② 은행 부실의 80%는 기업에서 나왔다…가계보다 무거운 기업대출
③ 반도체 훈풍 밖 중소기업…은행 부실이 말하는 한국경제의 온도차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국내 은행권 부실채권(NPL)의 대부분은 원래 기업대출에서 발생해 왔다. 다만 최근에도 신규 부실의 4분의 3이 기업여신에서 나오고 있는 데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부문의 건전성 부담이 커지면서 은행권의 기업대출 리스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1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기업여신 부실채권은 14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80.2%를 차지했다. 반면 가계여신 부실채권은 3조3000억원, 신용카드채권은 3000억원 수준이었다. 은행 장부에 쌓인 부실채권 10건 중 8건은 사실상 기업대출에서 비롯된 셈이다.
◇ 쌓인 부실도, 새 부실도 기업이 대부분
기업 부실 비중은 신규 부실 발생에서도 확인된다. 새롭게 발생한 부실채권은 5조5000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기업여신 신규 부실은 4조1000억원으로 전체의 74.5%를 차지했다. 가계여신 신규 부실은 1조3000억원이었다.
즉 은행권에 이미 쌓여 있는 부실의 대부분이 기업대출인 데다 새롭게 발생하는 부실 역시 기업 부문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향후 은행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경우 그 출발점 역시 기업대출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올해 3월 말 기준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74%로 전 분기 말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32%로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기업 부문의 건전성 부담이 가계보다 더 빠르게 커지고 있는 셈이다.
◇ 문제는 중소기업
다만 기업대출 전체가 위험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실 확대는 주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0.50%로 전 분기 대비 0.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중소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85%로 0.0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법인 부실채권비율은 1.03%로 1%를 넘어섰고 개인사업자 부실채권비율도 0.66%로 전 분기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5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증가세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올해 3월 말 기준 5조6085억원으로 7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기업 무수익여신은 3조9249억원으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은행권 부실 부담이 여전히 기업 부문, 특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회계법인 삼일PwC는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권 신규 부실채권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도 기업 부실에 대한 경계가 이어지면서 건전성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전체 건전성은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부담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며 "반도체 경기가 좋다고 하지만 그 외 산업군의 회복이 지연될 경우 기업대출 부실이 건전성 관리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올해 1분기 부실채권 통계는 은행권 건전성 문제를 단순히 가계대출이나 부동산 시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은행 장부에 쌓인 부실의 대부분이 기업대출에서 발생하고 있고, 새롭게 생기는 부실 역시 기업 부문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부문의 회복 여부가 향후 은행권 건전성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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