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에 담긴 ‘무거운’ 사회적 신뢰

시사위크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스타벅스가 최근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5·18 민주화운동 폄훼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잃어버린 사회적 신뢰를 되찾는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스타벅스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5·18 민주화운동 폄훼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스타벅스가 잃어버린 사회적 신뢰를 되찾는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함께 마신 커피는 40년 신뢰로 이어진다.” 커피를 사랑하는 국가 튀르키예의 유명한 속담이다. 같은 자리에 앉아 한 잔의 커피를 나누는 것은 인간적인 교감, 생각의 공유로 이어질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커피를 소비하는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의 커피숍은 점심 시간만 되면 자리가 가득 차곤 한다. 그 중심에는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 코리아’가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한국 카페 시장 점유율은 스타벅스가 25% 이상으로 압도적 1위다. 또한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수도 4위에 이른다. 

이처럼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스타벅스가 최근 홍역을 치르고 있다. 최근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5·18 민주화운동 폄훼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정부 표창 취소 검토, 관계자 경찰 수사까지 진행 중이다. 또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분간 스타벅스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룹 차원의 대응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논란 발생 직후 스타벅스코리아 사장 및 관련 임원을 즉각 해임 조치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6일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했다. 다만 신세계그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중 반응은 싸늘하다. 업계에서도 비판 여론이 언제쯤 가라앉을지 정확히 가늠하진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사회적 관점만으로는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시사위크’서는 전문가들과 연구 결과들을 종합,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스타벅스처럼 실패한 마케팅이 대중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가능성에 대해 알아봤다.

호주 맬버른 ‘모나쉬 대학교(Monash University)’ 마케팅학과 옐레나 차렌코(Yelena Tsarenko) 교수는 “스타벅스처럼 브랜드의 행위가 깊이 뿌리내린 가치, 집단 정체성 또는 공유된 도덕적 책임을 위반하는 것으로 인식될 때, 단순한 역량 부족이나 실행 상의 실수보다 더 심각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사진=픽사베이, 모나쉬 대학교
호주 맬버른 ‘모나쉬 대학교(Monash University)’ 마케팅학과 옐레나 차렌코(Yelena Tsarenko) 교수는 “스타벅스처럼 브랜드의 행위가 깊이 뿌리내린 가치, 집단 정체성 또는 공유된 도덕적 책임을 위반하는 것으로 인식될 때, 단순한 역량 부족이나 실행 상의 실수보다 더 심각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사진=픽사베이, 모나쉬 대학교

◇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논란, 사과가 어려운 이유

전문가들은 이번 스타벅스 마케팅 논란 사태의 소비자 신뢰 회복은 단순 ‘사과’로는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의 도덕 위반 행위가 심각하게 인식될수록 소비자의 용서가 더 힘들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과 같이 ‘고통스러운’ 집단적 기억과 얽힌 사건에 대한 모욕, 조롱 등은 신뢰성 회복이 더욱 어렵다.

호주 맬버른 ‘모나쉬 대학교(Monash University)’ 마케팅학과 옐레나 차렌코(Yelena Tsarenko)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위반 행위가 심각하게 인식될수록 소비자가 용서하기는 더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26일 신세계그룹이 진상 조사 결과에서 ‘고의적’ 기획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해명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 차렌코 교수는 “중요한 것은 심각성은 기업의 명시된 의도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해당 행위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이라며 “악의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만으로는 인식된 심각성을 없애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과 스타벅스처럼 브랜드 가치가 곧 경쟁력인 기업, 상품의 경우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스타벅스의 커피 자체는 다른 개인 카페, 커피 메이커들로 쉽게 대체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26일 카카오톡 선물하기 교환권 카페 랭킹에서 1, 2, 3위를 ‘메가MGC커피’가 차지했다. 2019년 이후 7년간 부동의 1위였던 스타벅스가 일시적일지라도 순위에서 밀린 것이다. 소비자들의 반감과 사회적 분위기, 정치권의 논쟁이 더해지면서 스타벅스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차렌코 교수는 “브랜드의 행위가 깊이 뿌리내린 가치, 집단 정체성 또는 공유된 도덕적 책임을 위반하는 것으로 인식될 때, 단순한 역량 부족이나 실행 상의 실수보다 더 심각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원칙에 따라, 고통스러운 집단적 기억과 얽혀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위반 행위는 심각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으며, 명시된 의도와 관계없이 용서하기는 그만큼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벅스 수원망포역점에 게시된 탱크데이 관련 사과문. / 사진=박설민 기자
스타벅스 수원망포역점에 게시된 탱크데이 관련 사과문. / 사진=박설민 기자

◇ ‘사과’와 ‘해명’의 구분이 중요한 시점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선 신세계그룹 차원의 전략 마련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단순한 ‘해명’ 대신 ‘사과’가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대응은 보통 책임을 인정하는 ‘사과(apology)’와 제품 개선 등을 이유로 설명·방어하는 ‘해명(apologia)’으로 나뉜다. 

스타벅스 논란의 경우 정용진 회장의 대국민 발표는 ‘사과’의 영역으로, 이어 진행된 경영 전의 발표는 ‘해명’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론 좀 더 해명보다 신뢰 회복이 효과적으로 평가된다. 기업의 메시지에 진정성을 담을 수 있어서다. 

차렌코 교수도 “일반적으로 책임을 인정하는 진심 어린 사과는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고의성이 없었음을 강조하는 변명보다는 신뢰 회복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위반’으로 문제가 여겨질 시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 경우 대중들의 즉각적 감정 반응은 매우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스타벅스 사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 일부는 굿즈 컵을 깨거나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즉,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이번 사태는 심각한 도덕적 위반 사항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현재 단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의 구체적 대응 표현은 거의 효과가 없을 수 있다.

핵심은 그 이후의 대응이다. 차렌코 교수는 “감정적 격앙이 가라앉으면 기업의 진정한 사과는 더욱 중요해지는데 이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회복의 핵심”이라며 “동시에 사회적으로 세상이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더 넓은 믿음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험한 것은 잘못을 옹호하거나 축소하는 의미가 담긴 사과다. 예를 들어 정용진 회장의 사과문처럼 ‘모두 나의 잘못’이라는 발표는 소비자들의 분노를 가라앉히는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반면 논란 문구를 ‘인공지능(AI)에게 물어봤다’ 등의 해명은 별다른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사태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차렌코 교수는 “잘못을 옹호하거나 축소하는 사과는 피해를 부인하는 것으로 비쳐져 상처를 치유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집단적인 도덕적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잘못의 경우, 단순히 개인적인 소비자 관계가 아니라 공유된 도덕 질서가 침해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에 공정한 세상에 대한 믿음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6일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했다. 다만 신뢰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욱 필요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의 역사, 정치적 상황, 지역 갈등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섞인 논란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6일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했다. 다만 신뢰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욱 필요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의 역사, 정치적 상황, 지역 갈등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섞인 논란이다.

◇ 스타벅스 코리아의 국민적 신뢰 회복, 과제는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의 역사, 정치적 상황, 지역 갈등 등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섞인 논란이다. 때문에 스타벅스 코리아가 국내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때 차렌코 교수는 기업의 도덕적 위반 사항에 대한 대중들의 용서 속도는 여러 상호 작용하는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때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 실적 강화다. 이는 기업이 이윤 추구를 넘어 환경 보호, 윤리 경영, 지역 사회 공헌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자발적인 이해관계자 경영 활동을 의미한다.

CSR 활동 강화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한 대표적 사례는 독일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adidas)’의 미국 보스턴 마라톤 테러 참사 연상 축하 문구 이메일 논란이 있다. 

2017년 아디다스는 제 121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 완주자들에게 ‘축하합니다. 당신은 보스톤 마라톤대회에서 살아남았습니다!(Congrats, you survived the Boston Marathon!)’라는 문구가 담긴 이메일을 보냈다. 당시 참가자들은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가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축하 메일을 보낸 것은 잘못된 마케팅이라고 비난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사후 수습 과정에 있다. 아디다스는 논란 발생 이후 ‘무신경한 이메일 제목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보스턴 마라톤 30년 파트너십 기념 ‘Here to Create Legend’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보스턴육상협회(BAA)’와의 후원 계약을 2030년까지 연장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 기억을 가진 공동체와의 관계 지속을 통해 신뢰 회복·유지를 이룬 사례로 평가된다.

수원의 한 스타벅스 지점 모습. 평소 마트 내부에서는 줄을 서서 커피를 구매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던 곳이다. / 사진=박설민 기자
수원의 한 스타벅스 지점 모습. 평소 마트 내부에서는 줄을 서서 커피를 구매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았던 곳이다. / 사진=박설민 기자

다만 차렌코 교수는 CSR 실적 강화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SR 활동을 통해 쌓은 탄탄한 기업 평판은 일종의 ‘방탄복’이 될 수 있으나 잘못이 심각해질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 선행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큰 잘못에 있어 ‘배신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차렌코 교수는 “CSR 활동은 양날의 검과 같은데 탄탄한 기존 평판은 가벼운 잘못에 대해선 기업을 보호할 수 있지만 심각한 잘못에선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이 표방하는 가치와 실제 행위 사이의 괴리가 더 큰 배신감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용서와 지속적인 구매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잘못이 발생한 직후 며칠 동안 고객 수가 안정적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용서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고객들은 습관, 편의성, 또는 대안 부족 때문에 특정 업체를 계속 이용하면서도 속으로는 용서하지 않고 업체에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진정한 회복이라기보다는 실망감에 사로잡힌 일종의 지속적인 이용에 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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