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내달 10일 판교 집회…첫 파업 위기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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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카카오 노사 갈등이 다음 달 10일 판교 집회를 계기로 분수령을 맞는다. 카카오 본사 노조가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한 직후 대규모 집회가 예고되면서 창사 첫 파업 가능성이 더 현실화하고 있다.

28일 IT(정보 기술)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다음 달 10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유스페이스까지 행진하는 집회를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인원은 1200명 규모다. 카카오 본사뿐 아니라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계열사 조합원도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 집회는 단순한 항의성 행사를 넘어 파업 수위와 범위를 가늠할 자리로 꼽힌다. 카카오 본사 노사는 전날 경기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에서도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보상 체계를 두고 합의하지 못했다. 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를 결정하면서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본사에서 실제 파업이 이뤄지면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 설립 이후 첫 사례가 된다.

갈등의 핵심은 성과보상 구조다. 노조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가 아니라 회사와 구성원 사이의 신뢰 문제로 보고 있다. 반복된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 일방적인 조직 운영, 불안정한 의사결정이 누적되면서 내부 불만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성과급 기준 명문화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받을 수 있는 주식 보상) 등 보상 체계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경영진 책임론도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다. 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회사가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리지 못했고, 교섭대표 변경과 불충분한 수정안 제시로 대화의 연속성이 흔들렸다고 주장한다.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 퇴진과 엑스엘게임즈 구조조정 논란도 카카오 공동체 전반의 경영쇄신 요구를 키우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이 27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카카오 노사 2차 조정회의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등 핵심 서비스가 단기간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주요 서비스는 자동화된 시스템과 필수 운영 인력 체계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파업이 곧바로 메시지 송수신, 송금, 결제 중단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라는 의미다. 카카오도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장기전이다. 평상시 운영은 버틸 수 있어도 돌발 장애, 트래픽 급증, 보안 이슈, 대규모 업데이트가 겹치면 숙련 인력의 대응 속도가 중요해진다. 서비스 중단보다 신규 기능 개발 지연, 장애 대응 부담, 조직 개편 후속 작업 차질이 더 현실적인 리스크로 꼽힌다.

이번 갈등은 판교 IT업계 전반의 노동 의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판교에는 카카오뿐 아니라 네이버, 엔씨소프트, 넥슨 등 주요 IT 기업이 몰려 있다. 화섬식품노조 산하에도 IT 기업 노조가 다수 포함돼 있다. 카카오 노조가 성과급 기준 명문화나 영업성과 연동형 보상 구조를 끌어낼 경우 다른 IT 기업의 임금·보상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AI 전환기와 맞물린 점도 부담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개편과 AI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사업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발자 유지와 조직 집중력은 핵심 경쟁력이다.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카카오의 AI 전환 속도와 서비스 경쟁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톡 같은 핵심 서비스가 바로 멈출 가능성은 작지만, 장기 파업은 개발 일정과 장애 대응 체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다음 달 10일 판교 집회는 카카오 내부 갈등이 IT업계 공동 의제로 번질지를 보여주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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