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주체는 결국 국가다. 아동학대를 적발해 처벌과 보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그것이 원활하도록 제도적·정책적 개선을 이어가고, 나아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제고시키는 건 국가시스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여전히 매년 40여명의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생을 마감하는 우리 사회에서 국가시스템은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을까.
2020년 세간을 충격과 분노로 몰아넣었던 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소중한 한 아이의 목숨을 지켜낼 수 있었던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어린이집과 소아과 의사 등에 의해 3차례나 아동학대 신고가 이뤄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무혐의’ 처리돼 지옥이나 다름없던 가정에서 구출되지 못했고, 또 다시 아동학대를 당하다 사망했다.
그로부터 6년여 뒤인 지난 4월, 양주에서 또 한 명의 아이가 참혹한 아동학대 끝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 아이 역시 멍과 피딱지 등의 상처를 확인한 의사에 의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이뤄졌지만 경찰과 지자체는 아동학대로 판단하지 않고 별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그 아이 역시 또 다시 아동학대를 당해 끝내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Q.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범위가 확대되고,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강화되고, 각종 전수조사가 실시되는 등 중대 아동학대 범죄를 조기 발견해 선제 조치를 취하기 위한 제도적·정책적 노력과 변화가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 위험 신호가 외면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근본적으로 무엇이 달라지지 않은 걸까.
A. 더 강력해져야 한다. 아동학대 문제에 있어서는 아동을 각 가정과 부모의 자녀로 여길 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위험에 처한 국민을 구해내고, 보호하고, 지켜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공권력을 강력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결국 계속 해왔던 인식의 문제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개선돼야 하는 거다.
아이의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면, 즉시 경찰이 출동해 집을 개방해서라도 확인해야 한다. 또 아이를 분리해야 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면, 즉각적으로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민원 들어올까 걱정하고 눈치 봐선 안 된다. 특히 극단적인 아동학대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선 그만큼 강력한 힘, 강력한 공권력이 필요하다.
Q.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불가능한 아동학대 문제는 그만큼 국가의 정책과 그 정책의 실효성이 중요하다. 최근에도 잇단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대책 발표가 있었는데.
A. 아동학대 문제에 있어 시급한 건 현재 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동을 조기 발굴하는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도 현재 운영 중인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내실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위기 아동 발굴 시스템을 보다 촘촘하게 운영하고, 보다 적극적인 방문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건 생애 초기 건강관리 사업 확대다. 전문인력이 가정에 직접 방문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활용한 점검 확대 방안으로, 효용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단순히 아동학대가 의심되니 확인하겠다는 것을 넘어, 정책 서비스와 연계해 자연스럽게 아동학대 점검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다. 아동학대 의심이나 가정 방문 등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면밀한 확인이 가능해 예방 효과가 크다. 이러한 사업은 의무적, 보편적으로 확대 운영해나가야 한다.
부모가 되는 것, 그리고 아이를 키워나가는 건 커다란 변화와 새로운 과제의 연속이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아이의 성장 속도만큼이나 변화가 빠르게 이어진다. 갓 태어난 신생아가 1년여 만에 걸음마를 시작하고, 생각과 행동의 범위가 하루가 다르게 넓어진다. 적응이 되고 익숙해질 때쯤 아이는 또 달라지고 새로워진다. 부모는 참 어렵다.
군인은 입대해서 훈련소를 거치고, 신입사원도 입사하면 수습기간을 거친다. 교육과 훈련을 받고, 적응하지 못하면 정식 입대 및 입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는 그렇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지만,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은 없다. 물론 공공이나 민간 차원에서 교육이 운영되고, 책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서도 정보를 접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 선택의 몫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국가 차원의 부모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이를 잘 양육하고 올바르게 훈육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아동학대도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Q. 국가의 역할이란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그 중요성에 비해 각 개인, 즉 부모들에게 맡겨져 있는 면이 무척 큰 것 같다. 부모가 된다는 건 완전히 새로운 일이자 무척 어려운 일인데, 그걸 온전히 ‘독학’으로 해내야 한다.
A. 맞다. 연습을 하고 부모가 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전엔 대가족이다 보니 다 같이 아이를 키우며 자연스럽게 전수가 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대다수 부모가 같다. 하지만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국가가 나서서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아이가 클수록 자기주장과 고집이 강해지는데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알려줘도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나. 아동학대 문제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훈육 방법부터 아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줌으로써 상당한 예방 및 인식 개선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그렇게 부모교육을 잘 활용하면 대다수의 평범한 부모들이 나쁜 쪽으로 향하지 않고, 좋은 쪽으로 향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을 거다. 물론 극히 일부 나쁜 부모의 경우엔 부모교육만으로 완전히 좋아지긴 어려울 수 있다. 그렇더라도 중대 아동학대 범죄의 조기발굴, 조기예방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부모교육은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아이 연령대에 따라 꾸준히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1살이면 부모도 1살이고, 아이가 7살이면 부모도 7살이다. 아이들이 각 시기에 어떤 변화를 겪게 되고, 그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면 양육과 훈육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Q. 세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 중 하나가 부모교육의 필요성이었다. 정부 차원에서 이를 확대하는 움직임이 있어 반갑기도 하다. 다만, 단순히 부모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넘어 의무화하는 것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대다수의 부모들은 아이를 더 잘 키우기 위해 여러 경로로 공부도 하고 정보도 찾지만, 정작 그런 게 꼭 필요한 나쁜 부모들은 그렇지 않다.
A. 동의한다.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 활동을 하면서 아동수당을 줄 때 동영상 강의라도 한 번 듣게 한 뒤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의 기본 권리이기 때문에 조건을 걸면 안 된다더라. 납득하기 어려웠다. 아이에게 조건을 거는 게 아니라 그 돈을 관리할 위탁자인 부모를 교육하자는 건데 말이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고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처벌될 수 있듯, 부모교육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제 생각이다.
여러 정책 서비스와 연계하는 것도 방법이다. 산후도우미 지원, 영유아 검진, 각종 수당 지급, 가사서비스, 부모 심리상담, 양육 상담 등 각 시기에 발맞춘 정책 서비스를 부모교육과 함께 제공하는 방안을 찾아보면 좋은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Q. 결국은 예산과 인력이 문제일 텐데. 지금도 일선 아동학대 담당자들의 업무 과중 문제가 지적되곤 한다.
A. 예산과 인력에 한계가 있는 건 비단 아동학대만이 아니라 모든 문제가 그렇다. 어딜 가나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지 않나. 어쩌면 그게 가장 쉬운 핑계이기도 하다. 그걸 뛰어넘어야 한다.
좋은 방안은 얼마든지 그려볼 수 있다.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은퇴하면서 노인 일자리 창출도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고학력의 은퇴 노인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인력들을 활용해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한 서비스에 투입한다면 하나의 모델로 여러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유아교육과 교수 출신인 은퇴 노인이 육아가정에 방문해 그 시기에 필요한 다양한 육아코칭을 해주면서, 심리상담가 출신인 은퇴 노인이 부모 심리상담을 해주면서 부모교육을 병행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방식과 공간 등도 다양하게 모색해볼 수 있다. 요즘 온라인 교육이나 동영상 강의가 얼마나 잘 만들어지고 접근성도 좋은가.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의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주민센터도 좋은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 국가에서 앞장서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많이 모색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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