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은 한국 아동‧청소년… 지방 아이들은 치료조차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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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 아동들의 정신건강에 주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된 이미지
어린이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 아동들의 정신건강에 주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된 이미지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미래 사회 주역인 아동의 행복을 위해 제정된 ‘어린이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 아동들의 정신건강에 주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소아청소년정신과 인프라 부족으로 아동 정신건강 관리의 사각지대가 발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초‧중‧고생 자살 사망자는 △2021년 197명 △2022년 194명 △2023년 214명 △2024년 221명 △2025년 242명으로 집계되며 증가 추세를 보였다.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은 다른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소아‧청소년 6,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정신건강실태조사(소아‧청소년)'에 따르면, 만 6세부터 17세까지 국내 소아‧청소년 인구의 7.1%가 현재 주요 우울장애 및 양극성장애, 불안장애, 강박장애 등 정신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와 과거를 포함해 한 번이라도 정신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한 비율인 평생 유병률은 16.1%에 달했다.

반면 실제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평생 한 번이라도 정신장애를 경험한 소아‧청소년 중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은 소아(보호자 보고) 7.8%, 청소년(본인 보고) 5.6%에 그쳤다.

서비스 이용기관은 소아 청소년 모두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종합병원 포함)가 38.9%로 가장 많았다. △학교 및 교육청(위센터, 위스쿨) 30.7% △상담 및 심리치료센터(언어, 미술 등) 26.8% △소아과 병원(의원, 종합병원 포함) 24.5% △정신건강복지센터 10.2% 순으로 나타났다.

◇ 아이들 마음은 아픈데… 지방엔 치료 인프라 부족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의료 인프라는 지역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소아청소년정신과 병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의료기관 정보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정신과 병원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의료기관 정보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정신과 병원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그래픽=이주희 디자이너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의료기관 정보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정신과 병원은 서울(231곳)과 경기(157곳)에 집중돼 있다. 지방에서는 대구가 30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세종과 울산은 각각 9곳과 8곳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의료 인프라 격차는 청소년 자살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이수진 초록우산 아동복지연구소 팀장은 대한민국 아동성장환경지표 연구 설명회 자리에서 “19세 이하 우울 진료 환자 비율과 자살 아동 비율을 교차 분석한 결과, 우울 진단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도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경우 완충 역할을 해 자살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 소아청소년정신과 병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세종과 울산은 초록우산이 발표한 ‘대한민국 아동성장지표’에서 ‘아동 자살 위험 관리’ 부문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전체 지자체 평균 75점과 비교해 세종은 66.5점, 울산은 70.2점에 그쳤다.

정신건강 비영리단체 멘탈헬스코리아 장은하 부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서울과 지방의 의료기관 격차는 확연히 존재한다”며 “서울에 있는 청소년의 경우 혼자 택시를 타고 대학병원을 찾는 등 위기 상황에서 비교적 빠르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급성으로 자살 충동이 드는 순간에는 이러한 접근성이 위기 시간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의 경우 응급입원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도 가능하지만, 지역엔 없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건강 위기대응, 정신응급병원 등이 아예 없는 지역도 많기 때문에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장은하 부대표는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를 개인의 질병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 개인 차원으로 한정할 경우 해결책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를 중심으로 정신건강 지원 환경을 통합적으로 점검하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해외의 경우 학교가 지역사회 자원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연계를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조직의 책임이고 사회의 책임이다. 이에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닌, 지역 단위에서 학교 중심의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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