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6위 팀이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숫자만 보면 이변이다. 그러나 ‘부산 KCC 이지스’를 단순한 하위 시드로 보기는 어렵다. 허훈·허웅·최준용·송교창 등 국가대표급 전력이 포진한 팀은 시즌 내내 순위와 전력 사이의 간극을 드러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그 힘이 발휘됐다.
여기에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 세 시즌 동안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성과까지 더해졌다. 연고지 이전이라는 변화 속에서도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이어졌고, 관중 증가와 흥행 확대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성적을 넘어 지역 기반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 지역과 스포츠가 만든 변화
KCC 농구단의 출발은 2001년이다. KCC가 현대전자 농구단을 인수하며 팀 운영에 나섰고, 이후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구단으로 자리 잡았다. 허재, 이상민, 추승균 등 KBL 리그를 상징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거쳐 갔고, 여러 차례 우승을 경험하며 강팀의 이미지를 쌓아왔다. 단기간 성과가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였다.
이런 강팀에게도 흔들리는 시련은 있었다. 세대 교체 과정에서 성적 기복이 이어지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구단 자체가 흔들린 적은 없었다. 해체나 제명 같은 위기를 겪지 않고 팀을 유지해왔다는 점은 다른 구단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다만 연고지 이전이라는 큰 변화가 존재했다.
KCC 농구단은 2023년 전주를 떠나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2001년부터 22년간 전주를 연고지로 삼았지만 홈구장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주체육관 노후화와 신축 체육관 건립 지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결국 구단은 새로운 연고지를 선택했다. 부산시는 연고지 협약을 체결하고 사직실내체육관 개선과 운영 지원에 나섰다. KCC 농구단의 부산 이전은 단순한 연고 변경이 아니라, 구단 운영 환경을 둘러싼 문제와 지자체 유치가 맞물린 결과였다.
연고지 이전 이후 변화는 비교적 빠르게 나타났다.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긴 첫 시즌인 2023-2024시즌, KCC 이지스의 부산 홈 개막 경기에는 8,780명의 관중이 입장하며 KBL 개막 주간 기준 상위권 기록을 남겼다. 부산 KCC 이지스는 같은 시즌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해 우승을 차지했다. 직전 시즌 정규리그 6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서 시즌을 마감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변화다.
챔피언결정전 부산 홈경기에서도 흥행 흐름은 이어졌다. 3차전 1만496명, 4차전 1만1,217명이 사직실내체육관을 채우며 두 경기 연속 1만 관중을 기록했다. 연고지 이전 이후 성적과 관중 동원이 동시에 나타난 흐름이었다.
연고지 이전 이후 형성된 흐름은 단순한 흥행에 그치지 않았다. 부산시는 구단 유치 이후 사직실내체육관을 중심으로 경기 운영 환경 개선에 나섰고, 유소년과 동호인 농구 기반 확대 계획도 함께 추진했다. 프로 구단을 지역 스포츠 생태계와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구단 역시 지역 행사와 연계한 팬 접점을 늘리며 지역 안에서 존재감을 키워갔다.
이 과정에서 팀의 존재 방식도 달라졌다. 부산이라는 새로운 기반이 더해지며 KCC 농구단은 단순한 프로 구단을 넘어 지역 스포츠 콘텐츠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이 늘어나면서 유니폼과 응원용품 등 구단 굿즈 판매도 현장에서 빠르게 소진되는 등 소비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팀의 이름과 정체성이 지역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연고지 이전 효과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로 읽힌다.
KCC는 건자재와 화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다. 산업용 소재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이어온 만큼, 농구단 운영 역시 단기 성과에 흔들리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어져왔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전주에서 부산으로의 연고지 이전이라는 변화를 맞았고, 구단은 이를 성적과 흥행으로 연결해냈다. 부산 이전 이후 형성된 지역 기반과 관중 흐름은 팀의 경쟁력뿐 아니라 기업 이름의 노출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졌다.
부산 KCC 이지스는 정규리그를 6위로 마치며 플레이오프 막차를 탔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허훈과 숀 롱의 호흡, 그리고 허웅을 중심으로 한 공격 전개에 최준용, 송교창 등 핵심 전력이 가세하며 경기의 밀도를 끌어올렸다. 정규리그에서 드러났던 기복은 줄었고, 단기전에서 경험과 개인 기량이 힘을 발휘했다.
여기에 이상민 감독은 선수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일방적인 지시보다 의견을 수렴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운영을 이어갔고, 이러한 리더십이 승리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마지막 한 고비만 남았다. 정규리그 6위 팀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남기며 부산을 다시 한번 들썩이게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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