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이 매년 뜨거운 각축전을 벌이는 한국프로야구(KBO) 리그는 각 연고지역은 물론 기업들의 자존심도 걸려있다. 한 시즌의 주인공은 단연 한국시리즈 우승 구단이다. 연고지역과 모기업 모두 ‘경사’를 맞는다. 소위 ‘가을야구’에 진출하느냐도 한 시즌의 성패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 반면, 꼴찌를 비롯한 하위권 구단에게 그 시즌은 ‘악몽’으로 남는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그런데 그 이면에 또 하나의 성적표가 있다. 프로야구 구단 역시 하나의 기업이다. 한 해 얼마를 벌어들이고, 얼마의 수익을 남겼는지 기록되는 경영 성적표도 순위 못지않게 중요하다. 2025시즌, 10개 프로야구 구단들이 경영 측면에선 각기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었는지 들여다본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프로야구 구단들은 대부분 대기업 기반으로 출범 및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경영적인 측면에서 많은 수익을 남기는 것보단, 모그룹 홍보효과에 무게가 쏠려 있는 성격이 짙다. 실제 지난해에도 10개 구단 중 영업손익 흑자를 기록한 구단은 절반에 그쳤다. 당기순손익 흑자 구단은 단 3개뿐이다. 심지어 우승의 쾌거를 이룬 LG트윈스 운영 법인은 수익성 측면에선 꼴찌를 기록했다.
◇ # 1. LG트윈스
서울을 연고로 하는 LG트윈스는 지난 2025시즌 KBO리그의 주인공이었다.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한화이글스의 도전을 뿌리치고 우승을 이뤄냈다. 2023시즌 이후 2년 만에 왕좌를 되찾은 것이다.
10개 구단 중 최고의 성적으로 2025시즌을 장식한 LG트윈스는 ‘LG스포츠’가 운영한다. LG스포츠는 LG그룹 지주사인 (주)LG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LG스포츠가 지난 시즌 올린 연간 매출액은 968억원으로 1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았다. 다만,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LG스포츠는 LG그룹의 스포츠구단 운영을 총괄하는 계열사로, 현재 프로야구 뿐 아니라 프로농구 구단(창원 LG 세이커스) 운영도 맡고 있다. 과거엔 프로축구 구단과 남녀 배구단, 씨름단 등도 운영한 바 있다.
LG스포츠에게 2025년은 최고의 해로 남아있다. LG트윈스와 LG세이커스가 나란히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LG세이커스는 추춘제(가을~봄)로 열리는 프로농구 2025-26시즌 정규리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아쉽게도 4강 플레이오프에선 무릎을 꿇었지만, 정규리그 내내 좋은 성적을 내며 팬들을 끌어 모았다.
두 구단이 나란히 좋은 성적을 거둔 덕분인지 LG스포츠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63% 증가했다. 역대 최대 매출액을 갈아치운 것이다. 하지만 실속은 없었다. 25억원의 영업손실과 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운영 법인 중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한편, LG스포츠는 지난해 선수단 운영비로 587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대비 29.88% 증가한 규모다. 아울러 LG그룹 계열사를 통해 거둔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31.6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 2. 한화이글스
탄탄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한화이글스는 한때 오랜 ‘암흑기’를 보냈으나 지난 시즌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무려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선 아쉽게 패했지만, 그간의 성적을 돌아보면 굉장히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한화이글스는 법인명이 구단명과 동일한 ‘한화이글스’다. 모기업을 둔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그룹 총수가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 한화솔루션과 (주)한화가 각각 40%,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1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한화이글스는 지난해 74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5.61%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LG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성적과 달리 실적은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1억6,000만원의 영업손실과 8,000여만원의 당기순손실로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익 기준으로는 4년 연속 적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선수단 운영비 지출 규모는 385억원으로 전년 대비 4.64% 늘었다. 한화이글스의 지난해 경영 지표에서 또 하나 이목을 집중시키는 건 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다. 전체 매출 중 한화그룹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12.93% 불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모기업을 둔 9개 구단 중 눈에 띄게 작은 수준이다. 매출은 뚜렷하게 늘었는데, 그룹 계열사를 통한 매출은 2024년 220억원에서 지난해 97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반대로 그룹 계열사를 통한 매입이 늘어난 점도 눈길을 끈다. 2024년 44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216억원으로 5배가량 불어났다. 특히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의 매입 거래 규모가 2024년 16억원에서 161억원으로 10배나 늘었다.
◇ # 3. SSG랜더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적극적인 주도 하에 2021년 새롭게 출범한 뒤 이듬해인 2021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쾌거를 이뤘던 SSG랜더스는 2025시즌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뒤 가을야구에서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며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특히 앞선 시즌 가을야구 마지막 티켓인 5위 자리를 두고 ‘타이 브레이크’에서 고배를 마셨던 아쉬움을 달랬다.
SSG랜더스를 운영하는 법인은 ‘신세계야구단’으로 이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2025시즌 1·2위를 차지한 두 구단이 경영 실적 측면에선 아쉬움을 남긴 것과 달리 신세계야구단은 경영 성적표 또한 준수했다. 매출액은 7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4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150.5% 증가한 4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또한 41억원으로 10개 구단 중 세 번째로 많았다.
신세계야구단은 지난해 선수단 운영비로 전년 대비 11.03% 증가한 372억원을 지출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줄어든 점도 눈길을 끈다. 매출이 증가한 반면, 그룹 계열사를 통한 매출은 소폭 줄어들면서 2024년 35.47%였던 비중이 30%아래인 29.89%로 떨어졌다.
신세계그룹은 SSG랜더스 연고지인 인천에 돔구장과 복합쇼핑몰을 결합한 ‘스타필드 청라’를 건립 중이다. 이를 통해 SSG랜더스와 그룹 전반의 시너지 창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는 기존 국내 프로야구계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모델인 만큼, 신세계야구단이 ‘청라 시대’ 이후 어떤 성과를 창출해나갈지 주목된다. ‘스타필드 청라’는 2028년 개장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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