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봄철 잔디밭과 공원 산책이 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 위험이 커지고 있다. 사람과 반려동물을 동시에 위협하는 참진드기 매개 감염병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다.
SFTS는 주로 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감염 후 2주 이내 고열(38∼40도), 구토, 설사 등의 증상으로 시작해 혈소판 감소와 백혈구 감소를 동반하며,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2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SFTS는 2013년 법정 감염병 지정 이후 2025년까지 총 2345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422명이 사망해 누적 치명률은 18.0%다.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 중증으로 악화될 위험이 크다.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4월부터 환자 발생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며, 현재까지 상용화된 백신이나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염 경로는 단순하다. 참진드기가 서식하는 풀숲이나 잔디밭에서 사람이나 동물이 물리면서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문제는 이 과정이 일상적인 산책이나 야외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진드기는 유충 단계에서는 0.5mm 내외에 불과해 점처럼 보일 정도로 작다. 이후 약충과 성충으로 성장해도 2~4mm 수준에 그쳐 옷이나 피부, 반려동물의 털에 붙은 채 쉽게 집 안까지 유입될 수 있다.
반려동물은 진드기 노출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반려견은 풀숲과 잔디를 직접 접촉하는 시간이 길고, 체구가 낮아 진드기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에 놓인다. 귀 뒤나 목, 겨드랑이, 발가락 사이처럼 피부가 얇고 따뜻한 부위는 진드기가 붙기 쉬운 대표적인 위치로 꼽힌다.
초기에는 작은 점처럼 보여 발견이 어렵다가 흡혈 과정에서 크기가 커지면서 뒤늦게 확인되는 경우도 많다. 산책 후 털에 붙은 진드기를 통해 보호자에게 2차 노출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감염된 반려동물은 무기력, 식욕 저하,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빈혈이나 출혈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단순 컨디션 저하로 오인되기 쉬운 만큼, 산책 이후 평소와 다른 행동 변화가 나타나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감염된 동물을 진료하는 과정에서 수의사가 SFTS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어, 반려동물과의 밀접 접촉 과정에서도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단순히 반려동물을 통해 감염된다기보다, 진드기 노출 환경을 함께 공유한다는 점에서 위험이 연결되는 구조다.

주의가 필요한 시기는 4월부터 11월까지다.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높아지면서 진드기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로, 농촌 지역뿐 아니라 도심 공원과 하천변 등에서도 발견된다. 과거에는 주로 농작업과 연관된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캠핑, 산책, 반려동물 활동 증가로 노출 범위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야외활동 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긴 소매와 긴 바지를 착용하고, 풀숲에 직접 앉거나 눕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권장된다. 외출 후에는 즉시 샤워를 하고, 옷은 털어 세탁하는 것이 좋다.
반려동물 관리도 중요하다. 산책 후에는 털을 빗거나 손으로 만지며 진드기 부착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귀 안쪽과 발가락 사이 등 사각지대를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 진드기가 발견될 경우 무리하게 제거하기보다는 동물병원을 방문해 안전하게 제거하는 것이 권장된다. 평소에는 예방약이나 구충제 등을 통해 사전 관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잔디밭 위 평범한 산책이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는 만큼, 생활 속 경각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야외활동이 늘어난 지금,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봄철 참진드기 활동 증가에 대응해 4월 13일부터 11월까지 전국 26개 지역에서 참진드기 발생 감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인천·부산·광주·울산 등 10개 보건환경연구원과 6개 대학이 참여해 매개체 밀도와 병원체 검출 여부를 조사하며, 결과는 ‘감염병 매개체 감시 주간 소식지’를 통해 정기적으로 공개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야외활동 증가로 참진드기 노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예방수칙을 생활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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