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우리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대신해 지불한 부담금이 9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의무고용제가 시행된 지 수십 년이 흘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8700여 곳의 기업은 직접 고용보다는 '회계상 비용 처리'를 선택하고 있다.

특히 10년 넘게 고용 의무를 외면하며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상습 미이행 기업까지 속출하면서, 부담금 제도가 고용 견인이라는 본래 기능을 잃고 고용 회피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1991년 1월1일 도입됐다. 현재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공공부문 3.8%, 민간부문 3.1%로, 이를 채우지 못하면 사업주에게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한 다수 기업이 채용 확대보다 부담금 납부를 택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장애인고용부담금 누계 수납액은 8862억2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징수액이 줄곧 7000억원에서 8000억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어 구조적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부담금을 내면서 고용 의무를 상습적으로 외면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공표한 '장애인 고용 저조 및 개선 노력 미이행 사업체' 319곳 중 148곳은 3년 연속, 113곳은 5년 연속 명단에 포함됐다. 심지어 10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린 사업체도 51곳에 달했다.
이에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20일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이 채용 대신 납부를 선택하는 상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실장은 고용노동부에 "고질적 반복·미이행 사업장에 대한 부담금 가중 및 미이행 비율에 따른 단계적 상향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신속히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기업들이 고용 대신 납부를 택하는 가장 큰 현실적 장벽으로는 '직무 발굴'이 꼽힌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실태조사에서 장애인 미고용 사유의 40%가 "적합한 직무가 부족하거나 찾지 못해서"였다.
전문가들 역시 이를 인구구조적 한계로 진단한다. 전지혜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 인구의 80% 이상이 50세 이상이고, 50% 이상이 65세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의무고용률을 채울 인구 규모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대비 좁은 장애인 인정 기준도 기업이 원하는 직무 역량을 갖춘 인재 매칭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의 맹점도 문제다. 장애인을 전혀 고용하지 않았을 경우에만 미고용 1인당 고용부담금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부과되며, 일부라도 고용할 경우 1인당 단가가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매년 의무고용률만 상향할 것이 아니라, 미고용 1인당 고용부담금 단가 자체를 높이는 방안이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접 고용의 어려움을 덜어줄 대안으로는 장애인 표준사업장 등의 생산품을 구매하면 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연계고용' 제도가 부상하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감면 승인 건수는 2024년 1213건에서 2025년 1525건으로 늘었으며, 공단은 수요자 편의를 위해 맞춤형 컨설팅과 직무 역량 강화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결국 핵심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현장의 인식 전환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46회 장애인의 날 기념 메시지를 통해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고 장애인의 권익을 높이는 일은 모든 시민의 삶의 자유를 확대하는 일"이라며 "일자리 등 모든 영역에서 장애가 삶의 가능성을 가르는 기준이 되지 않도록 국가의 주어진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전 교수 역시 장애인 고용을 단순한 '사회적 책무'가 아닌 '동반성장'과 '노동 혁신'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교수는 "향후 10년 뒤 노동 방식의 유연화와 로봇 등 지원 체계를 활용한 변화 속에서 장애인을 고용해 본 기업만이 혁신과 성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