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투수 다년계약은 위험하다?
KBO리그에서 투수 FA, 다년계약은 위험하다는 속설이 있다. 이미 FA 자격요건을 채울 정도의 투수라면 많은 공을 던졌고, 계약 이후 결국 다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다. 실제 FA 제도 도입 이후 초창기에는 외부FA 투수의 성공사례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FA 제도가 1999년에 도입됐으니, 어느덧 30년이 다 돼 간다. 여전히 FA 성공사례는 투수보다 타자가 많다. 그러나 투수 FA 계약, 나아가 이제 보편화된 비FA 다년계약의 투수 버전이 정말 실패만 한 것일 것. 그렇지는 않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모호하지만, 계약기간에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번이라도 하고 팀 공헌도가 괜찮았거나, 2년 이상 잘했다면 성공이라고 봐야 한다. 구단이 전액회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아무래도 장기계약을 먹고 나이를 먹으면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부상 위험이 높아지고, 성적이 처질 가능성이 큰 건 맞다.
이런 관점에서 역대 50억원 이상의 다년계약을 맺은 투수들을 보면 성공 사례도 실패 사례도 있다. 23일 토미 존 수술 및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은 엄상백(30, 한화 이글스)의 경우 일단 4년 78억원 계약 중 첫 3년은 실패라고 봐야 한다.
▲역대 투수 50억원(총액 기준) 이상 다년계약
류현진 2023-2024 한화 8년 170억원
김광현 2021-2022 SSG 4년 151억원
구창모 2022-2023 NC 7년 132억원
고영표 2023-2024 KT 5년 107억원
양현종 2021-2022 KIA 4년 103억원
차우찬 2016-2017 LG 4년 95억원
김광현 2016-2017 SK 4년 85억원
장원준 2014-2015 두산 4년 84억원
정우람 2015-2016 한화 4년 84억원
윤성환 2014-2015 삼성 4년 80억원
엄상백 2024-2025 한화 4년 78억원
최원태 2024-2005 삼성 4년 70억원
안지만 2014-2015 삼성 4년 65억원
우규민 2016-2017 삼성 4년 65억원
장원삼 2013-2014 삼성 4년 60억원
손승락 2015-2016 롯데 4년 60억원
김재윤 2023-2024 삼성 4년 58억원
김원중 2024-2025 롯데 4년 54억원
장현식 2024-2025 LG 4년 52억원
임찬규 2023-2024 LG 4년 50억원
그런데 한화는 투수 고액계약으로 재미를 본 구단이다. 현재 2군에서 코치로 활동 중인 정우람 코치의 경우, 한화에서 마무리투수로 롱런하며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2016시즌을 앞두고 4년 84억원 계약 후 4년 연속 50경기 이상 나갔고, 1~3점대 평균자책점에 20세이브 이상 두 차례, 30세이브 이상 한 차례를 해냈다.
류현진의 8년 170억원 비FA 다년계약은 2027시즌을 마치면 반환점을 돈다. 아직 성패를 말하기 이르지만 성공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류현진은 이미 39세다. 계약 후반부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대신 지난 2년간 20경기 이상, 3점대 평균자책점에 140~150이닝 안팎을 던졌다. 이러면 성공인 것이다. 올해도 3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1.50으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김광현의 4년 151억원 비FA 다년계약, 양현종의 4년 103억원 FA 계약도 성공이다.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는 두 사람의 계약기간에 한국시리즈 우승(SSG 2022년, KIA 2024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최근 1~2년을 기점으로 완연한 내림세지만, 103억원 계약기간엔 10승과 170이이닝 이상씩 꼬박꼬박 성공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장원준과 두산 베어스의 4년 84억원 FA 계약도 성공이다. 장원준은 커리어 막판 부진이 길긴 했다. 그러나 이적 첫 시즌부터 3년간 30경기 안팎을 소화했고, 합계 41승을 따냈다. 결정적으로 2015~2016년 한국시리즈 2연패에 2017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구창모와 NC 다이노스의 7년 132억원 비FA 다년계약, 최원태와 삼성 라이온즈의 4년 70억원 FA 계약, 고영표와 KT 위즈의 5년 107억원 비FA 다년계약, 임찬규와 LG 트윈스의 4년 50억원 계약 등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원중과 롯데 자이언츠의 4년 54억원, 장현식과 LG의 4년 52억원 계약은 불펜 고액 FA라서 눈길을 모은다.

어차피 구단들도 전액회수를 바라고 투자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리스크를 각오한다. 성공의 기준을 조금 낮추면, 투수 FA 계약도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바라봐야 한다. 투자가 매번 성공할 수 없지만, 결국 고점과 저점, 리스크와 실링 등 선수를 평가보는 구단들의 눈이 성패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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