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CCP①] 과거에서 미래를 읽는 ‘기후 셜록홈즈’

시사위크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ICCP)의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단장은 셜록 홈즈처럼 과거의 흔적을 따라 사건을 추적한다. 여기서 사건은 범죄가 아닌 지구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기후변화’라는 차이점이 있다. / 사진=박설민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ICCP)의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단장은 셜록 홈즈처럼 과거의 흔적을 따라 사건을 추적한다. 여기서 사건은 범죄가 아닌 지구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기후변화’라는 차이점이 있다. / 사진=박설민 기자

“과거와 현재는 제가 연구하는 분야이지만, 사람이 미래에 무엇을 할지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The past and the present are within my field of inquiry, but what a man may do in the future is a hard question to answer.)”

‘셜록 홈즈’, <바스커빌 가의 사냥개, (1902)> 中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아서 코난 도일의 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주인공 홈즈는 탐정 캐릭터의 대명사다. 매우 사소한 단서 하나를 가지고도 범인의 모든 과거 행적을 추리한다. 1887년 첫 작품 ‘주홍색 연구’가 출판된 후 현재까지 모든 추리·수사물은 셜록 홈즈를 통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도 셜록 홈즈처럼 과거의 흔적을 따라 사건을 추적하는 연구자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ICCP)의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단장이다. 다만 그가 쫓는 대상은 인간 범죄자가 아니라, 지구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기후변화’다.

기자가 만난 팀머만 단장은 수만 년에 걸쳐 축적된 증거들을 토대로 기후변화의 과거를 추적하고 있었다. 지구에 새겨진 오래된 단서들을 통해 우리가 맞닥뜨릴 미래 기후의 방향과 대응의 실마리를 좇았다. ‘기후 셜록 홈즈’ 팀머만 단장에게 기후변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2017년 IBS 기후물리연구단 설립과 함께 한국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그전에는 독일 함부르크 막스플랑크연구소를 거쳐 미국 하와이대에서 2016년까지 교수로 재직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악셀 팀머만 단장은 2017년 IBS 기후물리연구단 설립과 함께 한국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그전에는 독일 함부르크 막스플랑크연구소를 거쳐 미국 하와이대에서 2016년까지 교수로 재직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 과거의 단서에서 기후의 미래를 읽는 과학자

21일 부산대학교 기계관에 위치한 ICCP. 이곳에서 기자와 만난 팀머만 단장은 한국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것이 2017년부터라고 말했다. 그전에는 독일 함부르크 막스플랑크연구소를 거쳐 미국 하와이대에서 2016년까지 교수로 재직했다. 기후변화 예측 기여 공로로 2021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클라우스 하셀만 독일 함부르크대 명예교수가 그의 스승이기도 하다.

팀머만 단장은 지금까지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약 25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제학술분석기관 ‘클래리베이트’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상위 1% 연구자’에 8년 연속 선정됐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 부산광역시에서는 그를 2025년 ‘부산시 명예시민’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팀머만 단장과 ICCP의 연구 방식이었다. 많은 기후변화 연구자들은 기온 상승과 강수량·일조량 변화 등 ‘현재’ 상황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반면 팀머만 단장은 ‘과거’의 단서에서 현재 기후변화의 흐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팀머만 단장은 “우리 연구단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바다나 대기 등 기후 요소들을 따로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또 어떻게 변화하는지 입증하는 것”이라며 “이와 같은 연구의 확신을 갖기 위해선 과거의 현상을 현재와 비교해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탐정’답게 팀머만 단장은 ‘현장 연구자’로서의 면모가 강했다. 당장 내달에도 남아프리카 보츠나와의 동굴들을 방문, ‘석순(石筍, Stalagmite)’ 샘플을 수집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의 연구실 내부에는 이미 안전 헬멧과 등산장비, 샘플 보관함 등 현장 연구에 필요한 장비들이 준비된 상태였다.

팀머만 단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이론적 연구와 시뮬레이션도 매우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며 “특히 동굴의 석순은 과거의 기후와 현재를 이어주는 기후변화의 타임캡슐과 같은 존재이기에 우리 연구단에서는 마치 ‘인디아나 존스’처럼 현장을 탐험하는 모험가들이다”라고 말했다.

팀머만 단장은 ‘과거’의 단서에서 현재 기후변화의 흐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 연구단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바다나 대기 등 기후 요소들을 따로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또 어떻게 변화하는지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팀머만 단장은 ‘과거’의 단서에서 현재 기후변화의 흐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 연구단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바다나 대기 등 기후 요소들을 따로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또 어떻게 변화하는지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 과거의 기후변화는 인류 문명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금으로부터 100만 년 전, 지구에는 ‘중간 기후변화’라고 불리는 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후변화는 지구상 모든 인류의 유전적 다양성과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팀머만 단장은 과거 기후변화 연구가 갖는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안락한 연구실을 두고 몇 달씩 전 세계의 위험한 동굴을 그가 누비는지에 대한 의미가 함축된 말이기도 했다. 과거의 기후변화연구를 통해 미래 인류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기후변화는 아득히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의 삶에도 결정적 역할을 미쳤다고 한다. 팀머만 단장 연구팀은 지난 40만 년간 유라시아 지역의 식생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이 일어나 간빙기가 겹치던 시기, 북유럽 지역에서 유라시아 중앙부 동쪽 온대림이 확장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곧 북유럽 지역에 서식하던 초기 인류 네안데르탈인과 유라시아 중앙부 온난 지대에 서식하던 데니소바인이 ‘상호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이런 호모종 간의 교배는 인류가 번성과 진화를 이끌었다. 즉, 과거의 기후변화가 현생 인류의 탄생을 가능케 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팀머만 단장은 과거의 사례처럼 기후변화가 현세 인류의 인구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물론 그 방향은 ‘낭만적’이었던 과거와는 조금 다른 부정적 결과다. 기후변화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기후 난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팀머만 단장의 예측처럼 기후 난민은 미래,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은행(World Bank)’에서는 오는 2050년까지 6개 지역 최대 2억1,600만명이 기후이주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팀머만 단장은 “과거, 고대의 인류 뿐만 아니라 현대 인류도 기후변화로 이주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긴 남태평양섬 주민들은 호주, 뉴질랜드 지역으로 강제 이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먼 미래, 인류는 기후변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유전학적으로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는 인류 진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하나의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팀머만 단장은 남극 일부 지역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기후변화의 명확한 증거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정확한 연구와 단서가 뒷받침돼야 정확한 기후변화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팀머만 단장은 남극 일부 지역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기후변화의 명확한 증거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정확한 연구와 단서가 뒷받침돼야 정확한 기후변화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 사진=남극특별취재팀

◇ 미래 기후변화의 대응, ‘정확한 정보’가 관건

팀머만 단장은 기후변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 최전선에 선 연구자다. 때문에 기후변화가 현재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다만 기후변화에 우리가 최선의 대응책을 찾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후변화의 대명사인 ‘극지 빙하 융해’ 문제와도 직결돼 있었다. 팀머만 단장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이 1.8°C 상승하면 남극의 빙하는 임계점, 즉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남극 일부 지역에서 발견되는 현상을 기후변화의 명확한 증거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정확한 연구와 단서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단하는 것은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팀머만 단장은 기후변화에 우리가 최선의 대응책을 찾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팀머만 단장은 기후변화에 우리가 최선의 대응책을 찾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진=박설민 기자

팀머만 단장은 “우리는 남극 대륙 전체, 특히 서남극 지역의 기후변화 단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동시에 과거 남극 대륙의 변화 양상도 알아야 한다”며 “남극세종과학기지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관찰된 변화는 지난 1만 년 동안 빈번하게 발생한 현상일 가능성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모두 20년 전의 여름과 현재의 여름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매년 느끼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미치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 과학자들은 향후 10~20년 동안 예상되는 변화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 연구단에서는 실제로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를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한국, 더 나아가 전 세계가 미래의 기후변화문제의 답을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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