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외면' 실책 1위 눈물 닦아준 '침묵 세리머니'...진짜 타이거즈맨이 되다 [유진형의 현장 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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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동료들이 데일의 첫 홈런에 침묵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수원 유진형 기자] KT위즈파크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이었다. 그런데 더그아웃 동료들은 홈런 타자를 외면했고, 타자는 큰 소리로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왜 그랬을까?

낯선 땅, 낯선 리그에서 야구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는 호주 출시 내야수 KIA 제리드 데일 이야기다. 데일은 지난 22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KBO 리그 마수걸이 홈런을 터뜨렸다. 6회초, 다저스 출신 투수 사우어의 패스트볼을 밀어 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05.2m 통쾌한 한 방이었다. 손을 번쩍 들고 그라운드를 도는 데일의 얼굴에는 아이 같은 미소가 번졌고, 홈 플레이트를 밟은 뒤 코치진과 기쁨을 나눌 때까지만 해도 그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타자였다.

KIA 데일이 KBO리그 첫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KIA 동료들이 데일의 첫 홈런에 침묵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하지만 더그아웃에 발을 들이는 순간,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동료들 그 누구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축하의 하이파이브는커녕, 마치 그가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인 양 모두가 허공을 보거나 장비를 정리하는 데 몰두했다. 이른바 '사일런트 트리트먼트(Silent Treatment)', 일명 무관심 세리머니였다. 메이저리그에서 첫 홈런을 친 선수에게 건네는 이 짓궂은 전통은, 실은 동료들이 신입 선수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였음을 의미하는 가장 애정 어린 신고식이다. 한국 무대 적응을 위해 홀로 분투하던 데일에게 동료들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던 셈이다.

"저 여기 있어요! 제가 홈런 쳤다니까요!" 아무도 반응하지 않자, 데일은 익살스럽게 큰소리를 치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그 정적을 깬 건 양현종을 비롯한 베테랑들이었다. 선배들이 먼저 웃음을 터뜨리며 다가서자, 참았던 동료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데일을 얼싸안았다. 고요했던 더그아웃은 순식간에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KIA 동료들이 데일의 첫 홈런을 축하하고 있다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사실 데일의 KBO리그는 마냥 순탄하진 않다. 아시아쿼터 유일의 야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유격수 자리에서 연이은 실책을 범하며 리그 실책 1위라는 불명예와 함께 마음고생이 심했다. 수비에서의 아쉬움은 타석에서의 압박감으로 이어졌고, 20경기 가까이 홈런 소식이 들리지 않자, 그의 어깨는 조금씩 무거워 보였다. 그러나 이날 터진 홈런 한 방은 그 모든 부담감을 날려버리는 치유의 한 방이었다.

동료들의 외면은 역설적으로 데일이 팀의 일원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수를 감싸안고, 성취를 함께 즐길 줄 아는 동료들이 있기에 데일의 수비 불안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동료들의 온기를 품은 데일의 홈런은 이제 수원 담장을 넘어 KIA 팬들의 마음속으로 더 높이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데일에게 이번 홈런은 단순한 솔로포가 아니다. 자신을 믿어준 동료들에게 건네는 화답이자, 진정한 타이거즈맨으로 거듭나는 기분 좋은 서막이었다.

[데일이 첫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무관심 세리머니에 당황하고 있다 / 수원 = 유진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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